며칠동안 날씨가 많이 추워 집에서 자잘한 정리를 시작으로 청소를 했습니다.
역시 겨울은 청소하기 좋은 계절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 무슨 소리고? ' 라고 의아해 하실 분들 많이 계시겁니다.
ㅎ...
사실 날씨가 좋으면 더 열심히 해야 하는데..
무슨 놈의 약속이 그리 많은지..ㅋ
사실 제가 정한 약속도 좀 있지만..
여하튼 집도 크지 않는데 집안 구석 구석 청소를 해보니
집안 일이란게 해도 끝이 없다는 것을 새삼 느꼈습니다.
오늘은 작은방..
내일은 큰방..
모레는 주방..
글피는 거실..
이렇게 며칠 정해서 청소를 하니 힘은 그리 많이 들지도 않으면서
집안은 훨씬 깨끗해지더군요.
거의 다 집안 청소를 했다 생각했는데..
한군데 건너 띈 곳이 있더군요.
그곳은 바로 ..
신발장.
사실 신발장 청소를 이사 온 후 몇 번 손도 안됐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오늘은 신발장 청소 좀 해야겠다.'
사실 제일 하기 쉬울 것 같으면서도 잘 하지 않은 부분이 신발장 청소 같더군요.
신발을 우르르 다 내려 놓고 신발장을 구석 구석 닦았습니다.
그리고 나서 많이 신고 다녀서 더러워진 운동화와 구두 등 분리했지요.
" 햐~ 하이힐 완전 새 신발이네..ㅋ"
정말 오랜만에 만져보는 하이힐이었습니다.
하이힐을 보니 ..
갑자기 하이힐에 대한 웃지못할 황당한 일들이 생각나 웃음이 피식 나오더군요.
" ㅋㅋ...이 놈의 하이힐때문에..참...나.. 벌써 10년이 넘었네.. 안 신은지.."
맞습니다.
전 하이힐을 신지 않은지 10년 가까이나 됩니다.
왜냐하면..
희안하게 하이힐을 처음 신은 그날부터 하이힐은 제 발에 어울리지 않는 신발이었답니다.
왜 이런 말을 하는지 궁금해 하는 분들을 위해 제 추억 보따리를 열어 보겠습니다.
첫번째 하이힐에 대한 추억.
" 니 내일 어디가나? "
" 어...약속이 ..있어서.. 왜? "
" 가시나.. 더듬는거 보니까 남자 만나러 가는가베.."
" ......... "
" 누군데.. 밤에 잠도 안자고 옷장열고 날리고.. 데이트가나.."
" 아니다..그냥 .."
" 가시나.. 말해라.. 누고..어? "
" 사실은 저번에 우리집앞에 데려다 주다 아버지한테 걸린 사람 알제.."
" 응..그 남자보러 가나..근데.. 왜 이리 난리고.. "
" 그게..내일 근사한 곳에 가서 밥 사준다길래.. 그래서 옷 보고 있었다."
" ㅎㅎ.. 그라믄..언니가 골라주는 옷 입고 가라.. "
그렇게 언니가 신경써서 골라 준 옷은 바로 미니치마에 정장 스타일이었습니다.
완죤 언니스타일었죠.
" 언니야..근데..신발이 어울리는게 없는데.."
" 구두도 빌려 신고 가라.. 옷도 빌려 주는데 .. 데이트 잘하고 와라.. "
어린시절 그렇게 많이 싸웠던 작은언니..
크면서 점점 언니는 저에게 늘 신경을 많이 썼답니다.
언니의 배려로 전 언니의 옷과 구두를 몸에 걸치고 데이트 장소에 나갔습니다.
" 와이리..이쁘게 해 왔노.. 니 아닌 줄 알았다.."
" 진짜가.. ㅎ..."
평소 이쁘다는 말을 잘 안하는 경상도 머슴아라..
이쁘다는 말을 들으니 왠지 더 으쓱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우린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고 차를 마시며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를 했지요.
" 어...밖에 비오는갑다..사람들이 우산을 들고 들어오네.."
" 그러게.. 어짜노.."
창밖을 바라 보니 이제 비가 시작인 것 같더군요.
" 있제..우리 집에 가자..우산도 없고.. 바로 앞에 버스도 오니까..비 더 오기전에 가자.."
" 그라까..."
많은 시간을 레스토랑에서 보냈기때문에 미련은 없었습니다.
" 저기 버스 온다.. 타고 가라.."
" 알았디..집에 가면 전화하께..안녕.."
전 버스를 타기위해 하이힐을 신고 달렸습니다.
그런데...
이게 뭥미..
버스가 도착할 즈음..
버스앞에 막 달려가니 도로공사한다고 물이 길게 고여 있더군요.
' 헉.. 여길 건너야 버스를 타는데... 모르겠다 뛰자..'
버스가 정류소에 막 도착할 즈음..
순간적으로 하이힐을 신고 있었다는 생각을 깜박하고는
물웅덩이를 향해 슝~~ 몸을 날렸습니다.
헉!
철~~~퍼덕!
조금 아니 1cm만 더 뛰었더도 빠지지 않을 웅덩이에 몸을 완전 박아 버렸습니다.
' 어짜노.. 일어나서 버슬 탈까!"
' 아냐.. 다음 차 타고 갈까! ..아냐..
그럼 지금 내 몰골을 주위사람들이 다 봤을텐데..';;;;;;
이런 두가지 생각이 쌩하니 뇌리속을 뚫고 지나가더군요.
전 하는 수 없이 전자를 택하기로 하고 흙탕물에 빠진 몸을
억지로 일으켜 버스에 올랐습니다.
버스에 오르자 마자..
버스안의 사람들은 모두 절 보며 어이없고 불쌍하다는 듯 쳐다 보았습니다.
다행스럽게 버스안은 널직했고 전 자리에 앉을 수 있었지요.
자리에 앉자마자 전 창밖을 쳐다 볼 수가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웅덩이에 빠진 모습을 보고 있었을
그 남자의 얼굴을 생각하니 부끄러움이 막 밀려 오더군요.
' 내 못산다..뭐하러 깔롱 부린다고 하이힐을 신어 가지고..
으..이제 그 남자 어째 보노..'
그 생각에 부끄러워 버스안에서 사람들이 절 쳐다 보는 것은 눈에 들어 오지 않았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정말 황당하고 어이없는 모습이었지요.
ㅎㅎ...
그당시 물에 빠진 내모습을 본 그 남자는 지금 제 남편입니다.
ㅋㅋ
두번째 하이힐에 대한 추억.
결혼식을 한달 남겨두고 작은 언니가 백화점에서 구두를 하나 사 준다고 절 불러 냈습니다.
" 니 결혼식때 신을 구두 언니가 첫월급도 타고 해서 사주는거니까..
부담 느끼지 말고 골라라.."
" 뭐하러 이렇게 비싼데 오노.. 마.. 서면 지하상가에 헐직한 구두하나 사면 된다.."
" 문디..가시나..언니가 사 준다 안하나..응가이 빼고..고르기나 해라..
니한테 해주고 싶어서 그란다."
" ㅎ.. 고맙데이..근데..언니야 이런데 처음와서 잘 모르겠다. 부끄럽고..언니가 골라도.."
" 알았다.. "
언니는 구두를 꼼꼼히 보더니 몇 가지 골라 와서 제게 내 밀었습니다.
" 한번 신어 봐라.. "
" 이기 다 뭐꼬.. 와이리 높은걸 골란노.. 언니야 너무 높다."
" 문디 가시나..웨딩드레스 입으면 신어야지..남들 앞에서 키 작아 보이면 없어 보인다."
" 그래..없어 보이면 안되지.. ㅎ 그럼 신어 보까..헉! 언니야..신기는 하겠는데.. 못 걷겠다.
너무 높은데..어짜노..으~~"
" 으이구.. 촌년 아니랄까봐.. 니 맘에 들면 사라.. 몇 번 신고 다니면 익숙해진다."
" 아무래도 너무 높은데...이쁘기는 한데...어짜지.."
" 아가씨..이거 계산해 주세요."
언니는 이쁘다는 제 말에 바로 계산을 해 버렸습니다.
전 어쩔 수 없이 언니가 사 준 하이힐을 결혼식에서 신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일은 결혼식에서 일어 났던 것입니다.
언니가 결혼식 하기전에 몇 번 신어 보라는 말을 듣지 않고
결혼식 당일 처음 신발을 꺼내 신었던 것이 화근이었습니다.
그당시 최고로 높았던 하이힐 높이가 10cm라 처음 신어 본 전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지요.
평소에는 3cm정도 신었었거든요.
결혼식 웨딩 음악이 울리고 신부입장이 내 귀에 들리는 순간..
식장안에 삼촌손을 잡고 걸어 가다 높은 하이힐에 적응을 못한 난
다리가 삐끗해 넘어지면서 입고 있던 웨딩드레스를 밟고 넘어지는 바람에
상체가 벗겨질 뻔 했다는..( 웨딩드레스가 어깨에 살짝 걸친 조금 야했거든요.ㅎ)
" 옴마나.."
헉!
순간 당황한 전 옷을 주섬 주섬 올리느라 진땀을 뺐고
예식장안은 웃음 바다가 되어 버렸답니다.
그날 전 진땀을 하염없이 흐르면서 결혼식을 마쳤답니다.
그로인해..
지금껏 높은 하이힐 공포증이 있어
신발장에 그대로 하이힐을 모셔두고 있답니다.
갑자기 옛날 생각을 하니 우습기도 하고 재밌네요.
그 당시에는 정말 죽고 싶을만큼 부끄러운 일이었는데 말이죠.
청소를 하다 간만에 높은 하이힐을 보니 추억이 주마등처럼 뇌리속에
스쳐지나가 세월이 참 많이 흘렀구나! 하는 생각에 젖어 보네요.
데이트하고 다닐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세월이 많이 흘렀습니다.
누구나 다 ..
잊지 못할 추억이 있겠죠.
왠지 제 추억들은 웃기는 일이 많아 한번씩 추억 속으로 빠지는 날엔
하루종일 이상한 사람처럼 웃고 다닌답니다.
ㅋㅋ...
추억은 때론..
사람들에게 잊혀져가는 웃음과 따뜻한 마음을
다시금 깨우게 해주는 최고의 명약인 것 같습니다. ㅋㅋ.
'라이프 > 추억 속으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방귀때문에 불효자가 되어 버린 황당한 사연. (27) | 2010.01.22 |
---|---|
쥐의 보금자리가 된 기타의 재미난 추억. (8) | 2010.01.19 |
언니가 절대 목욕탕에 가지 않는 가슴 아픈 사연.. (22) | 2010.01.10 |
동네 아줌마들의 수다방이자 커피숍이었던 우리집 지금은.. (14) | 2010.01.04 |
' 엄마'라는 단어가 대단하고 위대한 이유는... (30) | 2009.12.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