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추억 속으로..

쥐의 보금자리가 된 기타의 재미난 추억.

zoomma 2010. 1. 19. 0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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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날씨가 포근하니 컨디션이 좀 좋아진 듯 합니다. 윗지방은 아직도 눈이 산에 소복히 쌓인 곳도 있는데..
부산은 그에 비하면 정말 겨울 같지 않는 날씨라 나름 다행이라는 생각도..햇살이 따스하게 내리쬐는 오전..
문을 활짝 여니 마음까지 탁 트이는 느낌이 들어 청소하는데 기분까지 업 되는 듯 했습니다. 구석 구석 청소기로 먼지를 빨아 들이고, 걸레질을 하며 청소를 하다 작은방 구석진 곳에 비닐이 씌여져 있는 기타를 발견했습니다 갑자기 비닐에 씌여진 기타를 보니 피식 웃음이 나왔습니다. 그 기타는 바로 우리 남편이 취미삼아 배워 보겠다고 사 놓은 클래식기타인데..사 놓고 몇 번 줄을 튕기는 일을 제외하고는 거의 빛을 못 보고 방치되고 있답니다.

청소할때 마다 먼지가 들어 갈새라 닦고 또 닦다가..
도저히 기타구멍 사이로 먼지 들어가는 것을 볼 수 없어 언제부턴가 비닐로 씌워었는데..
이젠 비닐에도 먼지가 묻어 새로 갈아야겠더군요.

청소를 다하고 기타를 보이는 곳에 둔 뒤..
저녁에 남편에게 기타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자기야.. 기타 저거 너무 안쳐서 못쓰게 되는거 아니가?.."

그랬더니 남편 어색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 배워야 되는데.. 쉽지 않네.. 혼자서 연습하면 될 줄 알았는데..ㅎ "

사실 클래식기타를 혼자서 배워 볼거라고 책도 사 놓더니..
생각보다 기타를 치는 것이 쉽지 않나 봅니다.

" 시간되면 학원이라도 다녀야겠다.. 먼지 안 묻게 잘 보관해 둬라.."

이렇게 이야길 하는 것이었습니다.
왠지 당분간은 기타에 손을 안댈 것 같은 느낌이 쏴악~

생활의 여유가 많으면 하고 싶은 일을 배워가면서 살겠지만..
요즘 좀 바쁘게 살다보니 여유있게 취미삼아 기타를 배우는 것이
쉽지 않는게 현실이 되어 버렸네요.

쉬는 날이면 저랑 같이 재미나게 놀아 주는 남편..
휴일 시간을 쪼개어서 자신의 취미생활을 하기란 쉽지 않은 걸
아는지라 잔소리를 못하게 되는 실정입니다.

이제는 전시용이 되어 버린 남편의 기타를 찬찬히 바라 보니..
갑자기 옛날 생각이 났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어이없기도 하고 웃음이 나기도 하는 기타의 재미난 추억.
그럼 재미난 옛추억 보따리를  오늘도 한번 풀어 보겠습니다.

기타에 대한 재미난 옛추억..

우리집은 딸부잣집입니다. (5녀 1남 )
전 딸 중의 막내이구요.
제가 중학교 다닐때 있었던 일이었는데..
언니들은 그 당시 제가 생각하기로 감수성이 엄청 예민한 소녀였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음악을 좋아하고, 시를 좋아하고 그리고 멋을 부릴 줄 아는 이쁜 언니들..
그런 언니들 중에 유독 음악을 좋아하는 둘째언니..
밤이면 이불을 덮어 쓰고 라디오에 흘러 나오는 감미로운 음악을 듣기위해
라디오에 귀를 기울여 낭만을 즐겼던 언니..
누구에게 보내는 사연인지는 몰라도 매일 밤 시를 쓰고,
편지를 적어 방송국에 보내기 위해 글을 적는 일로 하루 일을 마무리하던 언니였지요.
 
그런 낭만파 언니가 어느날 갑자기
용돈 몇 달치를 모아 아버지 몰래 기타를 하나 구입했습니다.

그 당시에는 대학생들이면 거의 다 통기타를 치며 낭만을 부르짖던 시대였던지라..
언니의 행동에 모두들 그려려니 생각했지요.
그런데 유독 기타 치는 것을 반대하셨던 아버지 때문에 언니는 기타를 눈치를 보며
몰래 치곤 했답니다.

지금 시대야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거의가 부모님들이 이해하고 넘어가는 시대였지만
그 당시에는 그렇지 않았지요.
부모님이 하지 말라고 하면 무조건 복종할 수 밖에 없는 시대..
딸래미들이라 반항도 하지 않고 말도 잘 들었지요.
언니가 집에서 기타를 칠 수 있는 날은 아버지가 늦게 들어오시는 날 ..
그날 빼고는
아버지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기타를 다락에 숨겨 놓곤 했답니다.
그래서 언니의 기타 소리는 일주일에 몇 일 정도만 들을 수 있었답니다. 
아버지의 퇴근은 별 일이 없으면 무조건 칼이었기 때문이었지요.
그렇게 다락에 방치 아닌 방치가 되어 버린 언니의 기타는
 바쁜 학교생활과 더불어 기억속에서 점점 잊혀져 갔답니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이사 하던 날 ..
짐정리를 하다 다락에서 먼지가 묻어 방치된 기타를 본 언니는 엄청 반가워 했지요.
언니는 반가운 나머지 기타 주위와 줄을 깨끗이 닦고 기타를
한번 튕겨 보기 위해 폼을 잡았는데..

글쎄 기타안에서 웬 이상한 소리가 들렸답니다.

찍~~~찍~~~찍!

그것은 바로 쥐소리..

꺅!!!!!!

유난히 겁이 많은 언니는 기타안에서 있는 쥐를 발견하고는 기겁을 하고
기타를 내동댕이 쳤답니다.

너무도 오랫동안 기타를 치지 않아 그 곳엔 쥐의 보금자리(!)가 되었다는..
그시대에는 지금과는 달리 유난히 쥐가 많았던 시대라 다락에는 어느집에나
한 두마리 쥐가 있었을 정도...
ㅋㅋ

저녁에 잠을 자다보면 다락이나 천정에 쥐 지나가는 소리가 한번씩 들리곤 했을 정도니까요.
지금은 상상도 안되는 이야기지만 엄연한 실화라는 사실..

이사하던 날 기타 안의 쥐사건 이후..
언니는 절대 기타에 손도 대지 않았다는...
지금 생각하면 정말 웃긴 일이지요.



남편이 취미삼아 배워야지 하면서 구입하여 이제는 전시용으로
그냥 두고 있는 클래식기타를 보니..

문득 제 어릴적 언니가 기타를 배워 보겠다고 사 놓고 사용도 제대로 못하고
버린 기타가 생각나면서 웃음이 나왔습니다.

" 왜 혼자 웃고 그라노..."

" 응.. 자기 기타보니까 울 언니 옛날에 기타속에
  쥐가 들어가 기겁을 했던 일이 생각나서..
  근데.. 자기도 기타 사 놓기만하고 전시용으로 놔 두다가
  끝내는 버리는 것 아닌가 싶어서..."   

" 걱정마라.. 조만간 배워서 멋진 연주 함 해볼라니까...."

남편의 말에 전 어색한 미소를 지어 보였습니다.

어느 세월에 남편의 멋진 기타연주를 들을 수 있을지...ㅎ
그래도 남편의 말을 믿어야겠지요..
절 위해 연주를 해 준다는데..ㅋㅋ

살면서 제 생각을 많이 해주는 남편이 늘 고맙고 감사하게 생각한답니다.
그래서 남편이 하고자 하는 일엔 되도록이면 잔소리를 안하고 밀어 주려고도 하구요..

" 자기야..근데 기타 부식 되기전에 연주 되겠제..ㅎ"
ㅋㅋ..

언제가 될지 몰라도 묵묵히 기다려 볼랍니다.
설마...
나무가 썩을때까지 모셔 두진 않겠죠..
ㅎ..

추억은 때론..
잊혀져가는 옛기억을 선명하게 떠 올리게 하는 마음의 거울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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