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추억 속으로..

언니가 절대 목욕탕에 가지 않는 가슴 아픈 사연..

zoomma 2010. 1. 10.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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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아침 모임에 가는 길에 정말 오랜만에 연탄 배달하시는 분을 보았습니다.
차곡히 쌓은 검정색연탄을 가득 싣고 어디론가 배달을 가는 듯 보이는 모습에
순간적으로 옛생각이 아련히 뇌리를 스쳐 지나가더군요.
솔직히 도심에서는 흔하지 않은 풍경이라 그런지 더 옛생각이 났는지도 모릅니다.

' 정말 어릴적 생각이 많이 나네...'

연탄 배달차를 보니 문득 어릴적 연탄을 피우며 난방을 했던
시절이 갑자기 뇌리를 스치며 주마등처럼 지나갔습니다.

내 어린시절의 겨울은 유난히도 추웠다고 기억이 됩니다.
바람소리도 얼마나 매섭게만 느껴지던지..
그시절에는 건물들이 별로 없어서 그런지 더 추웠을겁니다.
어느집에 가더라도 두툼한 솜이불은 항상 아랫목에 깔려 있었고,
아랫목 주위의 장판은 누렇게 되어 있었지요.

그 누렇게 변한 아랫목은 집안의 명당자리..
지금 생각하니 생생한 과거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이중창의 창문이었는데도 창문에는 바람이 솔솔~.
우풍이 유난히도 심해서 아랫목에 덮어 놓은 이불안에 들어가 옹기종기 앉아서
언니들과 재미난 이야기를 나누던 추억...
말을 하면 입가엔 김이 서리고, 이불안에 모인 다리엔 땀이 삐질..
생각하니 우습네요..
그래도 그시절에는 연탄으로 난방을 하던 집은 나름 잘 사는 집으로 인식이 되었는데..ㅎ
갑자기 연탄을 떠 올리니 추억이 많이 떠 오르네요.
학교 갔다오면 연탄불이 꺼질까봐 늘 연탄불부터 확인하던 큰언니의 모습..
연탄가스에 죽을 뻔 했던 우리 작은언니..
그때 엄마가 작은언니에게 동치미국물을 먹이며 난리 났던 기억이 나네요..
연탄가스가 그렇게 무서운 줄 그때보고 처음 알았답니다.
그 시절에는 연탄가스로 인해 죽는 사람도 있었으니...
정말 대단하고 위험한 추억이었지요.
그래도 작은 언니는 죽다가 살아 나서 그저 추억이었다고 기억속에만 머물러 있겠지만..

우리 세째언니는 지금도 연탄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눈시울이 붉어지고
말을 잊지 못한답니다.


세째언니의 연탄에 관한 아픈 추억..
그시절 유난히 추웠던 한겨울..
엄마는 돌이 안된 세째언니를 춥다고 아랫목에 뉘었다고 합니다.
그날따라 바람이 많이 불어서 그런지 더 춥게 느껴지던 겨울의 어느날..
아랫목은 원래 뜨거우니까  이불을 깔고 언니를 눕혔는데도
언니는 방바닥이 너무 뜨거워 등에 화상을 입고 말았지요.
화상을 입을 당시..
부엌에서 밥을 하던 엄마는 아이의 자지러지는 울음소리에 놀라 방을 뛰쳐 들어가서 보니..
얼굴엔 땀을 흠뻑 흘리며  온 몸이 붉게 달아 올라 엄마가 놀라서 이불을 겉어
아이를 안으니
아기가 입은 옷이 누렇게 될 정도로 타 버렸다는..
그걸 본 엄마는 옷을 벗겨 확인하였다고 합니다.
아기의 등은 이미 붉게 익을 정도로 화상을 입어 난리가 났었다고 했지요.
그 추웠던 한겨울 아버지와 엄마는 병원을 여러군데 뛰어 다녔다고 했습니다.
병원에 빨리 데려 갔지만 워낙 갓난아기라 낫기가 힘들었었다고 했지요.
몇달을 화상이 입은 곳을 치료하면서 고생했다던 부모님..
그래도 언니는 돌때의 기억은 하지 못해도 언니 자신의 몸을 보면서
힘겹게 세월을 보냈을겁니다.

언니의 화상이야기는 내가 사춘기쯤 되어서 엄마에게 들은 이야기입니다.
요즘처럼 목욕시설이 따로 있지 않은 그 시절에는 일주일에 한번씩 목욕탕을 가곤 했는데..
다른형제들은 다 같이 가는데 유독 세째언니만 목욕탕에 안갔답니다.
하루는..

" 엄마..왜 세째언니는 목욕탕 안 데려가는데.." 라고 물었지요.

난 그때 엄마에게서 언니가 목욕탕에 안가는 이유를 듣고서야 이해를 하게 되었지요. 



언니는 어린시절 등에 입은 화상의 흉터때문에 부끄러워
공중목욕탕에 가지 않았던 것입니다.
수술은 몇 번 했지만..
그시절 의료기술은 지금처럼 완벽하게 흉터가 없어지지는 않았으니까요..

그 흉터 때문인지..
유독 다른형제들과는 달리 말이 없고 성격이 내성적으로 변해 갔지요..
하지만 천성이 착해서 그런지 좋은 사람을 만나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답니다.
물론 결혼하기전 수술을 두어번하고 말끔하게 지워지지 않았지만..
예전보다는 표시가 별로 없도록하고 말이죠.

추운 겨울 연탄을 생각하니 언니의 아픈 추억이 생각이 나곤 합니다.
언니도 그렇겠지요..
지금은 아파트, 빌라 , 단독주택도 거의가 기름이나 가스로 난방연료로 사용하고,
연탄으로 난방을 하는 분들이 많이 줄었듯이 그에 관한 에피소드도 이제는 줄어 들겠지요.
현재의 삭막한 도심에서의 추억은 미래에는 어떻게 기억될 지는 몰라도
왠지 지금 현재의 모습은 추억이 될 것 같지가 않네요.

어제 아침 도심에서 연탄 배달차를 보면서 잠시나마 어린시절 너무도 추웠던
겨울이란 계절에 펼쳐진 어린시절 추억속에 빠져 봤습니다.

* 며칠 그렇게 날씨가 춥더니 날이 많이 풀렸네요. 모두 건강한 휴일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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