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추억 속으로..

동네 아줌마들의 수다방이자 커피숍이었던 우리집 지금은..

zoomma 2010. 1. 4.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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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아줌마들의 수다방인 우리집 지금은..

다른 곳에는 겨울이면 눈이 자주 온다는데..
부산은 추운 겨울이지만 눈보기가 정말 쉽지 않습니다.

'와일로~~~~' ^^;

비가 추적 추적 내리는 오후..
뜨거운 차 한잔을 마시며 책을 읽는 여유도 나름 좋긴 하지만..
오늘은 왠지 차 한잔을 마시며 누구랑 수다를 떨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네요.
가스렌지에 커피 끓일 물을 올려 놓고 물 끓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오늘따라 옛날이 무척 그리워집니다.

어릴적 유난히 우리집에 손님들이 많이 왔던 기억이 뇌리속에 떠 오르네요.
뭐..
손님이라 해봐야 동네 아줌마들이었지만..
겨울방학때 집에 있으면 늘 어김없이 10시쯤되면 아주머니들이
문을 빼꼼히 열고 엄마를 찾는답니다.

" 민서엄마 있어?!.."
" 응.. 정애엄마..들어와요.."
" 있었네..."


있는걸 알며서 오신 분들이면서 꼭 이런 맨트로 대문을 열고 들어 오시지요.

" 안녕하세요.."
" 그래.."
" 공부 잘하고 있나?"
" ........."

난 아줌마들에게 예의상 대충 인사를 하고 방으로 들어가 버리지요.
왜냐하면 ..
아침마다 아줌마들이 우리집에 와 커피를 마시며 수다를 떠는 모습이
별로 달갑지 않았거든요.


' 으..짱나...맨날 놀러오노..'

난 아침마다 오시는 아주머니들에게 늘 반감적인 모습이었습니다.
그당시 사춘기라 더 예민하게 대응했는지도 모릅니다.
아줌마들의 수다가 몇시간째 계속되다가 점심시간이 되면
다른 집으로 이동해
그나마 다행이었지요.
점심까지 우리집에서 해결하고 갔다면 정말 짜증지대로였을텐데..

" 엄마.. 뭔 이야기를 하는데 매일 아침마다 우리집에 오노.."
" 왜.. 시끄럽더나...문 닫고 조용히 이야기했는데.."
" 하여튼간에 매일 오니까 짜증난다.. "
" .......... "


엄마는 반항하듯 이야기하는 제 모습에 이해를 해 달라는 눈빛을 보냈지만..
난 그당시 이해는 커녕 짜증만 엄마에게 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참 희안하죠.

결혼을 하고 신혼초 나도 엄마처럼 똑 같이 행동했다는 사실..
동네에 같은 또래 친구들과 오전시간만 되면
만나 커피를 마시며 수다를 떨었답니다.


" 있잖아.. 우리 남편 어제 늦게 들어와서 한바탕했다.."
" 우리 시어머니는 왜 그렇게 욕심이 많은지...참나.."
" 옆집 할머니 있잖아 은근히 우리들 이렇게 모이는게
  별로 안좋게 말하더라.."

" 내비둬.. 남 욕 하는거 하루 이틀 일이가..신경꺼라.."
" 그래.. 우리만 즐거우면 됐지.."
" 하하하..."


모였다하면 집안이야기, 동네이야기, 아이이야기등 주제가
다양해 시간 가는 줄 몰랐던 결혼 초..

같은 또래 동네친구들과 만나 수다를 떠는 재미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마냥 즐거웠었답니다.


그러다..
이사를 이곳 저곳 몇 군데를 하면서 서로 뿔뿔이 흩어져서 살다보니
옛날과는 달리 먹고 산다고 바빠 사람들과 만나
커피한잔하는 여유로움이 드물어 지더군요.



그렇게 세월이 흘러 ..

요즘에는 누군가가 문을 두드려도 잘 열어주지 않거나,
얼굴만 확인하고 인기척도 하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답니다.
점점 삭막해진 현실속에 내 자신도 동화되는 것 같아 씁쓸하더군요.

오늘 겨울비가 추적 추적 오는 가운데 조용히 진한 커피를 마시다 보니 ..
갑자기 옛추억이 떠 올라 나도 모르게 사람소리가 그리워지네요.

ㅎㅎ...

어릴적 우리집에 아침마다 동네아줌마들이 커피를 마시며
수다를 떠는 모습을 이해 못 했는데..
살다보니 나도 자연스럽게 엄마의 모습을 점점 닮아 가는 듯해
글을 적으면서도 갑자기 미소가 지어집니다.

누구다 다 그렇듯이..
살아가는 모습은 다 비슷한가 봅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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