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추억 속으로..

결혼 후 생일상 제대로 받지 못한 이유..

zoomma 2009. 11. 17. 0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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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낙엽이 울긋 불긋 옷을 입고 ..
선선한 바람이 스치는 늦가을..
제가 1년 중에 제일 기다리는 달이지요..

무슨 중요한 날이라도 있나요?.." 라고 묻는다면

" 네~!....." 라고 큰소리로 말하고 싶습니다.

바로 제 생일이 있는 달이기 때문이지요..ㅋ
누구나 다 마찬가지이겠지만..
생일은 다 기다려지잖아요. 
나만 그런가?!..ㅎㅎ

특히 여자들은 감수성이 예민해 생일날 많은 사람들에게 축하와 선물을 받으면
그날 하루 만큼은 세상의 모든 것을 다 가진 것 같이 날아 갈 듯한 기분을 만끽 하지만,
생일을 제대로 지내지 못하거나, 서운했다면 돌아오는 생일을 기다리는 1년은 정말 길게 느껴지지요.
생일은 이 세상에 태어난 것에 대한 축하와 살아가면서 행복을 만끽하게 만들어
준 탄생을 의미하는 날이라 더 그렇다고 할 수 있을겁니다.

그런데 늘 제 생일이 가까워지면 희안하게 우리 세째언니가 생각이 납니다.
왜냐하면..
결혼하고나서 한번도 생일상을 제대로 차려 먹지 못했기때문이지요.

세째언니는 맏며느리로 시집을 가 시댁어른들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시댁의 모든 제사는 언니가 신경써서 지내야 하는 막중한 사명감을 떠 안고 늘 살고 있기도 하구요.
( 맏며느리의 숙명!)
그런데 왜 그것하고 생일하고 무슨 관련이 있나 궁금 하겠지요.
관련이 있습니다.

시댁에서는 언니생일이 되면 축하는 고사하고 생일밥도 못차려 먹는다는..
이유인 즉슨..

언니생일 바로 뒷날 시댁에서 제사가 있고..
언니 생일 2틀후에 형부생일이 있어 ..
그것때문에 생일을 못 지낸답니다.


한마디로 언니의 시댁어른들은
남자생일 바로 앞에 여자생일이 있으면
절대 여자가 먼저 생일상을 차려 먹으면 안된다고 하여..

결혼하고 바로 그 해부터 지금껏 언니는 시댁에서 생일 당일에 생일밥을 해 먹지 못하고 있다는..

처음에 친정 부모님들이 그런 사실을 언니를 통해 듣고 조금 황당해 하고 이해를 못했었지요.
하지만 시댁에서 그런 문화적 풍습을 이야기하 굳이 언니의 편을 들어 불화를 이르키고 싶지 않아..
친정부모님은 생일 당일날은 제사 때문에 바쁘니..
언니생일전에 친정에 와서 생일밥이라도 먹고 가라고 했었던 일이 기억에 납니다.

결혼하면 시댁의 풍습에 따라야 하는게 우리나라 전통이치로 일상화 되어 있잖아요.
따지고 보면 그것 때문에 언니는 생일에 제대로 대접을 못 받았답니다.

생일이란게 생일 당일에 많은 사람들에게 축하를 받고,
생일밥을 먹고 미역국을 끓여 먹어야 생일이지..
생일 며칠전이나 며칠후에 지내는게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그렇게 언니는 지금껏 시부모님을 20년 넘게 모시고 살면서 생일 당일 생일밥을 먹지 못하고 살고 있습니다.
그런 언니의 사정을 잘 알기에 우리 형제들은 한달에 한번 만나는 계(모임)을 통하여
언니의 생일달이 되면 밥도 사주고 선물도 줬답니다.
결혼 초에는 생일 달만 되면 우울하게 1달을 보냈다고 했던 언니였었는데..
지금은 세월이 많이 흘러 이제는 포기하고 산다고 하더라구요.
말은 안했지만 생일 당일에 생일밥도 손수 못해 먹는 언니가 안쓰럽기까지 했습니다.

11월 ..
제 생일이 있는 달이면
그래서 언니 생각이 더 난답니다.

그런데 저도 사실 신혼때 언니와 비슷한 일이 있었지요.
제 생일 5일전에 울 랑님 생일이 있거든요..
생일을 가까이 남겨두고 시어머니의 한마디 때문에 우린 생일을 앞두고
심하게 말다툼을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당시 시어머니께서 하셨던 말씀..
" 니 생일하고 울 아들생일하고 며칠 차이 안나니까 따로 지내지 말고 한번에 모아서 지내지!"
라고 하셨습니다.
그러면서 덧붙인 한마디.. 
" 울 아들이 생일이 빠르니까 아들생일에 같이 지내라 번거롭게 따로 지내지 말고.."

난 그날 솔직히 너무 황당해서 아무말도 할 수 없었지요.
나도 우리친정에선 귀하게 자란 딸이고, 어릴적부터 생일만 되면 행복에 겨운 날을 보냈었는데..
결혼하고 시댁에 와서 즐거운 생일을 앞두고 이런말을 들으니 정말 황당하더군요.
그날 저녁 랑님에게 솔직히 어머니께서 그런말 하니까 서운하더라고 말을 했었지요.

" 무슨 제사도 아니고.. 생일을 모아서 같이 지내는 사람이 어딨노.."  라고 하면서..
이렇게 서로 대화를 주고 받다 언성이 높아 졌습니다.
끝내는 제 심정을 이해한 울랑님 조용히..

" 그냥 하는 소리겠지.. 신경 쓰지마라..우리 평소에 하던대로 따로 지내면 되지.." 
라고 말하며 그일을 마무리 지었지요.
사실 그당시 시어머니께서 신랑생일때나 내생일때나 미역국을 끓여 주시는 것도 아니고
생일을 챙겨 주는 것도 아니면서 그렇게 하시는 말씀이 내심 서운해 더 기분이 언잖았는지도 모릅니다.
지금은 그 일을 마음에 접어두고..
생일이 되면 신랑생일, 내생일 나름대로 크게는 차리지 않지만 생일밥과 미역국은 따로 끓여서
나름 자신의 생일을 축하하며 지낸답니다.



갑자기 생일이 가까워지니 생일을 결혼 후 제대로 지내지 못한 언니가 생각이 많이 나네요.
정말로 결혼하면 남자생일보다
하루전이나 이틀전 여자생일이 있으면 여자는 생일을 지낼 수 없는지..

지금도 이해를 못하고 지내고 있답니다.
꼭 그렇게 해야만 하는지...

생일은 누구에게나 소중한 날인데 말이죠!
안 그런가요~.
그저 11월만 되니 또 생각이 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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