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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벌이 부부가 미역국 끓이는 날

zoomma 2022. 8. 25.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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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집에서 밥을 먹는 일이 잦았다. 그래서인지 이젠 뭔가 요리를 하는 날은 특별하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환절기라 그런지 며칠 입맛도 없고 그렇다고 일 마치고 외식을 하고 집에 가기엔 너무 늦고... 하여간 이런저런 이유로 거의 집에서 저녁을 해결하는 일이 많아졌다.

" 오늘은 집에 갈 때 소고기 좀 사가자..."
" 미역국 끓이게? "
" 응.... "

자주는 아니어도 거의 한 달에 두세 번은 미역국을 끓인다. 그것도 왕창 한 솥을 말이다. 생일도 아니고 누가 오는 것도 아닌데 난 미역국을 끓이는 날은 늘 한 솥을 끓인다. 그래야 두고두고 먹을 수 있다는 여유로움이 있기 때문이다. 남편도 그런 내 마음을 안다. 매일 같이 이른 시간에 출근해 일을 하다 보니 한 솥이든 한 가마니든 맛있게 저녁을 먹을 수 있는 것에 그저 좋게 느낀다. 전업주부가 아닌 아내의 마음을 너무도 잘 아는 탓일지도...

만원 조금 넘는 가격의 소고기 국거리를 사 와 미역국을 끓이는 날...... 누가 보면 무슨 잔칫날 아니 생일에 손님들이 잔뜩 올 풍경이다. 하지만 난 이렇게 미역국을 끓여야 적성에 풀린다. 아니 나중을 위해서 편하다. 물론 이렇게 양이 많으면 맛도 진국이다. 이 모든 생각이 내 위주이긴 하지만 미역국을 먹고 싶을 때마다 조금씩 끓여 먹기엔 귀차니즘이 발동하기에 늘 이렇게 미역국은 한 솥이다.

아무리 많은 미역이라도 가위만 있으면 먹기 좋게 자를 수 있다. 외국인들이 한국에 오면 가장 놀라는 것이 바로 식당에서 가위 사용하는 거라지..
하여간 언제부터인가 칼보다 가위가 편해졌다.

고기도 많고 미역도 많고 참 우습지만 그래도 뭐든 대용량으로 해놔야 국물도 진국이고 무엇보다도 먹고 싶을 때 언제나 꺼내 먹을 수 있어 좋다.

미역국이 넘쳐날 정도로 푹 끓여지면 맛있는 냄새가 온 주방을 진동한다.

미역 한 솥을 끓여 놨으니 이제 페트병을 준비하면 된다. 이것으로 미역국을 소분으로 담아 놓기 위함이다. 물을 많이 마시다 보니 빈 페트병도 은근히 쌓여 난 이렇게 1회용 통으로 재활용한다.

반으로 잘라 입구를 다시 올려주면 딱 맞게 덥힌다. 물론 페트병을 자를 때 틈 사이를 잘 맞춰 자르는 것도 하나의 팁이다.

페트병에 하루 먹을 만큼씩 담았다. 그리고 저녁에 먹기 위해 냄비에도 한 그릇 담아 두었다.

입맛이 없을 때 한 번씩 먹으면 이만한 보양식이 없을 정도다.

페트병에 담아 놓은 건 깔끔하고 단단하게 스카치테이프로 붙여 고정한 뒤 냉동실에 넣어 둔다.

미역국 한 솥을 끓였지만 매일 먹는 건 아니고 먹고 싶을 때마다 꺼내 데워 먹으면 되니 엄청 편하다.

곰국이나 미역국은 한 번만 끓인 건 보다 한 번 더 끓이면 희한하게 더 진국이고 맛있다. 맞벌이라 사실 하루 한 끼라도 손쉽게 밥상을 차려 먹어야 하기에 난 오늘도 미역국 한 솥을 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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