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알뜰함에 늘 배우고 사는 아내
여름엔 큰 태풍도 없고 장마도 없고 비 오는 날이 거의 없이 그렇게지내서일까... 이틀이 멀다 하고 비가 자주 오는 겨울철이 되니 조금 당황스럽다. 그래도 운 좋게 손님들이 많아 일찍 마치는 날이 있으니 그것으로 위안을 삼고 살아가고 있는 요즘이다. 오늘은 일을 마치고 제주시에 위치한 오일장 시장 장날이라 잠깐 들러 주전부리를 사 먹고 집에 일찍 들어왔다. 밀린 빨래도 하고 대청소를 하기 위해서다. 집안일이야 해도 해도 끝이 없지만 그래도 자주 하는 것과 하지 않는 것은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늘 그렇듯 남편은 청소를 하기 싫어한다. 그래도 내가 4개를 하면 1개는 못이는 척해주기 때문에 별 문제없이 대청소가 진행된다. 별로 집이 넓은 것도 아닌데 청소하는데 2시간이 걸렸다. 힘들지만 이렇게 청소를 한 번 세게 해 놓으면 며칠은 신경 쓰지 않고 살게 되니 좋다.
청소를 다한 뒤 샤워를 하고 나왔더니 이게 무슨 일..... 남편이 버리려던 솜을 일일이 뜯고 앉아 있는 것이다. 그 모습을 보자마자 한마디 하려던 내 입은 이내 굳게 다물어졌다. 사실 버리려던 솜으로 내가 아끼던 악어인형에 솜으로 채워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악어인형은 13년도 훨씬 넘었을 때 내게 선물했던 유일한 인형이기 때문이다.
" 안 되겠네... 베란다에서 해야겠다. "
갑자기 남편은 솜과 인형을 들고 베란다로 나갔다. 그리곤 베란다 창문을 활짝 열고 솜을 다시 인형에 넣었다. 한겨울 날씨에 베란다 문을 활짝 여니 찬바람이 쌩쌩 불지만 아무래도 솜을 뜯으면서 나오는 먼지 때문에 도저히 안 되겠다는 판단이었던 것이다.
늘 느끼지만 남편은 참 알뜰하다. 내가 뭔가를 하나 버리려고 하면 어딘가에 놔뒀다가 몇 번을 활용하고 버린다. 이번에 버리려던 솜은 너무 많이 세탁을 해 한쪽으로 뭉쳐져 제 구실을 하지 못하는 긴 베개솜이었다. 이것도 15년 썼으니 나름 오래 사용했다고 생각하고 버리려고 했는데 이것도 재활용한다. 물론 내가 아끼던 악어인형에 솜을 가득 넣어 줘 이번엔 더 이상 이런저런 잔소리를 하지 못하겠다.
" 그냥... 마... 새 거 하나 사주라.."라고 하겠지만..... 내 남편이 나를 위해서 이러고 있으니 그런 말은 엄두도 못 내겠다. 오히려 소중한 추억이 깃든 인형에 생명을 불어넣어 줘서 '고맙데이!'라고 마음속으로 말할 뿐이다. 무뚝뚝한 경상도 사람이다 보니 애정표현은 늘 이렇다. 맘만 느끼고 표현은 잘 못하니....
하여간 2시간 동안 집 안 청소를 해서 솜먼지 때문에 화가 날 법도 한데 오히려 인형을 손보는 남편이 멋져 보이는 건 아마도 날 위한 행동이기에 가능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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