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아줌마의 좌충우돌 제주도 정착 6개월 그 속으로..
사진파일을 정리하다 발견한 가게 오픈 전 우리네 일상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사진파일을 보고 어찌나 울컥했는지 모른다. 참 힘들었던 한 달간의 시간...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가 제일 기억에 남는 추억의 시간이었던 것 같다. 1월 달에 제주도에 집을 알아 보러 왔고, 2월에 이사... 3월에 가게를 알아보고.. 4월에 가게 오픈을 한 정말 초스피드 제주도정착이었다. 하지만 남들은 말한다. 왜 갑자기 제주도에서 살려고 했냐고...하지만 누구나 그렇듯 제주도라는 곳은 도시민들에게 하나의 파라다이스 같은 곳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나도 그랬다. 제주도를 여러 번 여행 다니면서 좋은 곳만 가고 아름다운 풍경에 심취하며 이렇게 아름다운 곳에서 살고싶다라고.. 하지만 제주도에 정착한 사람들이 우리가게에 오면 이런 말을 한다. 제주도에 여행 올때 보는거랑 직접 살아 보는 거랑은 정말 많은 차이가 난다고 말이다. 아마도 여행이 아닌 이젠 삶의 터전으로 살아 가야 한다는 점에서 심리적 무게감이 더 느껴져서 대부분 제주도 정착민들이 그렇게 느끼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물론 그게 현실이고 맞는 말이다.
제주도에 살면서 잘 먹고 잘 살면 이곳은 파라다이스고 ... 정착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우울증에 걸리며 돌아가는 섬이라고 사람들은 말한다. 왜 그런지 그 말을 이해하면서 살게 되는 제주도 정착민 중에 한 명이다. 작은 가게지만 우리만의 손때가 묻어서 그런지 하루하루를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무 연고없는 제주도에서의 생활은 육지에서 다른 곳으로 이사해 사는 것과 많이 다르다. 그런 점을 너무도 잘 알기에 우린 참 아니 악착같이 알뜰하게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돈만 많으면 뭐든 뚝딱 편하게 해치우고 편하게 살겠지만 우린 그렇게 넉넉하게 준비한 상태가 아니라 뭐든 우리 손으로 해야만 했다. 가게인테리어를 하기 전, 이런저런 구상을 하면서 생각보다 술술 잘 풀릴거란 생각을 했지만 이것저것 난관에 부딪히는 일도 적잖았고 섬이라는 특성상 배송부분도 생각보다 더 어려웠다.
인테리어 작업할 물건들을 가지러 제주항에 간 남편
하여간 육지에서 필요한 것을 구할때랑 정말 많은 애로점이 있다는 것도 제주도에 살면서 몸소 알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힘들지만 우리부부 서로 얼굴 찡그리지 않고 참 열심히 서로를 의지하며 잘 버텼다는 생각이 든 6개월간의 제주도 정착기다.
사진파일을 정리하면서 추억에 젖어 잠시 울컥하니 이내 인터넷으로 검색을 한다. 바로 사진인화하는 곳을 찾는 것이다. 남편은 늘 그랬다. 내가 원하는 것을 눈빛으로도 아는 그런 사람이었다. 부산과 달리 제주도는 사진인화하는데도 가격이 좀 비싸다. 몇 백장 가운데 약 100장 조금 넘는 사진을 추렸는데 생각보다 비싼 가격에 50장만 인화했다. 사실 50장은 다음에 해도 되는 사진이라 제 2파일에 저장해뒀다. 가게가 작다보니 아무리 추억이 새록새록한 사진이라고 해도 너무 많은 사진을 걸어 둔다는 것은 자칫 조잡해 보일 수도 있다는 것이 남편의 견해다.
"사진을 어디에 걸까?" 고민하다 잠시 여행객들이 쉬었다 갈 수 있는 테이크아웃 쉼터 한쪽 벽면에 걸기로 했다. 그런데 사진 50장을 인화했는데 벽면에 걸 사진은 절반 정도로 줄여야 했다. 사진이 커서 생각보다 많은 사진을 붙이기엔 좀 아니라는 생각이었다.
남편얼굴 캐릭으로 만든 브라인드
바닥시공, 실내페인트칠
외부페인트칠
페인트칠하다 넘어져 다친 흔적 ..두꺼운 청바지라서 이정도였지만 면바지면 완전 더 다쳤을 듯..... 뼈도 약한데 페인트칠하다 큰 일 날뻔했다. ㅋㅋㅋ
의자 페이트칠
차에 캐릭터 붙이는 날
조명 설치, 테이블 만들기
테이블을 반으로 쪼개 바테이블로 만드는 모습
100% 사람 부르지 않고 남편이 90% 난 10% 셀프인테리어
하나 하나 일일이 인테리어를 한다는 것은 정말 고역이었다. 하지만 묵묵히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서로 격려했던 그때의 추억이 새록새록 떠 오른다.
하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기에 몸살을 달고 산 우리부부 링겔까지 맞으며 쉬지도 않고 인테리어를 한 가운데 한 달만에 가게 오픈을 할 수 있었다.
링겔맞고 바로 가게로 향하는 우리부부
물론 그런 노력이 있었기에 3월에 시작한 인테리어를 4월 초에 당당히 오픈할 수 있었던 일인지도 모른다.
가게인테리어 전과 후 비교사진
힘들어서 사실 중도에 포기란 말을 하고 싶었지만 남편은 그랬다. 훗날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고... 사실 지금 생각해 보면 남편은 늘 나에게 힘을 주고 용기를 주는 그런 사람이었다.
테이크아웃 쉼터에 걸려 있는 제주도 정착 6개월 추억의 사진..
개업하는 날...... 말이 개업이지 그냥 문을 열어 두고 조용히 장사를 했다. 제주도를 여행 올때만 해도 1시간만 비행기를 타면 오는 아주 가까운 거리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직접 살아 보니 시간을 투자하고 돈을 투자해야만 오는 곳이 바로 제주도란 것을 너무도 잘 알기에 부산에 있는 지인들에게 '우리 제주도에서 가게 오픈하니 놀러 오세요' 라는 말을 쉽게 하지 못했다. 그래서 아무 연고없는 제주도에서 정말 쓸쓸히 오픈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하루 이틀.... 시간이 흐르면서 손님들이 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제주도 정착 6개월.........우린 대박은 아니지만 작은 골목길에 기억되는 음식점으로 자리잡고 있다. 누군가가 기억해주고 찾아주는 그런 가게로 말이다. 1년 후.... 지금 6개월의 모습을 어떻게 기억해 낼지 사뭇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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