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부부동반 모임에 갔다 오는길에 해운대에서 간만에백사장이나 걸으며 낭만을 즐겨 볼까하고 해운대 바닷가에 잠시 들렀습니다.
제법 늦은 시간인데 해운대 바닷가에는 날씨가 쌀쌀한데도 많은 사람들이
아름다운 도심의 야경과 바다 그리고
낭만적인 분위기에 휩쓸려 밤 바다를 즐기고 있었습니다.
" 와~~. 사람들이 이 늦은 시간에 제법 많네.. 추운데.."
" 그럼 우린... 다른 사람들이 보면 뭐라하겠노.."
" ㅎㅎ.. 그러네.. "
우린 싱거운 대화를 나누며 간만에 낭만적인 분위기를 느끼며 백사장을 걸었습니다.
밤이라 좀 추웠지만..
나름 분위기에 약한 난 ..
추워도 춥다는 소리를 하지 않고 즐겁게 데이트를 했습니다.
그런데..
백사장을 걸으며 데이트를 하고 있는데..
어디선가 여자의 흐느낌과 남자의 고함소리가 어두운 밤 백사장에서 울렸습니다.
" 이게..무슨 소리고..?"
" 싸움하는 소리 같은데..."
우린 조금전 낭만적인 분위기는 싸~~악 없어지고..
웬지 모를 분위기에 서로의 눈빛만 교환하고 있었습니다.
사실 우린 싸워도 서로 소리를 지르면서 싸우는 그런 스타일이 아니거든요 ..
그래서인지..
여자든, 남자든 고함을 지르며 싸움을 하는 것을 보면
나도 모르게 심장이 두근방~세근방 뛴답니다.
웬지 소리를 지르면서 싸우면 분위기가 살벌하잖아요.
멀리서 들리는 남자의 고함소리와 여자의 흐느낌을 들으니 ...
남의 일인데도 심장이 뛰더군요..
" 자기야.. 저 사람들 싸우는갑다.. 그자.."
" 그러게.. "
우린 짧은 대화를 나누며 싸우고 있는 두사람앞을 지나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남자가 여자의 머리를 주먹으로 때리는 것입니다.
퍽!....
여자의 흐느낌은 가히 고통을 동반한 울음소리로 바꼈습니다.
순간 그 모습을 동시에 본 랑님과 나...
놀람을 금치 못했지요..
무슨 일인지 몰라도 여자에게 구타를 하는 남자의 모습에 괜히 화가 났습니다.
그래도 어쩔 수 없는 일..
괜히 남의 일에 끼어 들었다가 봉변을 당하면 어쩌나하는 생각도 들고..
순간적으로 머리는 복잡해졌습니다.
그런데...
여자가 무슨 잘못을 크게 했는지..
남자는 욕을 하면서 주먹으로 머리를 때리고 ...
그것도 분이 덜 풀렸는지..
일어서서 여자를 발길질까지 하였습니다.
그것을 본 주위사람들도 한 두사람씩 싸우는 사람 주위로 몰려 들었습니다.
물론 가까이는 아니고..
슬그머니 주위에서 ' 무슨 일이지!' 하며 놀라는 표정으로..
그러던 중..
한 남자분이 용감하게 여자를 때리고 있던 남자에게 한마디했습니다.
" 사람들 많이 보는데서 이게 무슨 행동입니까..
그리고 여자가 뭘 잘못했는지 모르겠지만..
폭행을 너무 심하게 하는거 아닙니까요.. 여자를...."
" 야.. 이 짜~~슥아...넌 뭐야...
남의 일에 참견할 시간 있으면 집에 가서 잠이나 자..."
" 뭐요!.. 니 몇 살인데...반말이고..진짜 웃기는 놈이네... "
'헉!'....;;;
이 모습을 지켜 보고 있던 랑님..
두 남자가 싸움이라도 할 것 같아 말렸습니다.
" 아저씨.. 좋게 말을 하면서 여자에게 폭행하는 모습이
공공장소에서 보기 안 좋다고 이야기한 것 같은데..
왜 애꿋은 사람에게 싸움을 거는겁니까요..
나도 지나가다 여자를 폭행하는 것을 봤는데..
좀 심하더만.."
" 야.. 넌 또 뭐야... 이것들이 쌍으로 덤비네...."
겉모습은 그렇지 않더만 말은 정말 험악하더군요.
나이도 어려 보이는 사람이 울랑님에게 반말을 하니 기분이 나빴습니다.
그래서 ....
나도 한마디 했지요.
" 아저씨.. 나이도 어려 보이구만..
왜 자꾸 어른들한테 반말하는데요.. 정말 어이가 없네.."
아저씨는 내가 화를 내며 큰소리로 말을 하니..
순간 조용하더군요.
그러더니..
" 마... 다 ~~가소..
괜히 남의 일에 끼어 들지 말고요...
내가 내여자 때리는데 남들이 왜 상관이요.."
주위사람들은 그런 몰상식한 말을 하는 모습에
어이가 없다는 듯 눈빛을 보내더니..
일제히 주위를 벗어 났습니다.
물론 나도 울랑님의 손을 이끌고 그 자리를 떠났지요.
그런데..
한참을 걸었을까...
여자를 때리던 남자는 우리가 멀리 떠났어도
여자에게 계속 구타를 하였습니다.
" 자기야.. 우리 신고해 버리까..경찰서도 바로 저기있는데.."
해운대 백사장부근에 바다경찰서가 있거든요.
" 그라까..."
우린 서로 눈빛을 교환하고 경찰서 쪽으로 걸어 갔습니다.
근데..
우리보다 빨리 누군가가 경찰서에 신고를 했더군요.
신고하자는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휴..다행이네..'
경찰서에서 나 온 경찰관 2명이 백사장쪽으로 뛰어 갔습니다.
여자를 때리고 있는 남자를 향해...
난 그 모습을 보고 나름 잘됐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경찰관은 때리고 있는 남자에게 뭔가 한참을 말을 하였습니다.
그랬더니...
때리던 남자는 여자를 데리고 일어 서면서
경찰관에게 고개를 꾸~벅이더군요.(죄송하다는 모습으로..)
그리고는 여자를 데리고 갔습니다.
여하튼 경찰관 아저씨 덕분으로 나름 그 순간은
잘 해결된 것 같아 흐뭇했습니다.
" 쨔식.. 그래도 경찰은 무섭은 갑지!.."
" 그러게.. "
" 근데.. 저 남자 사람 없는데 가서 또 여자 때리는거 아닌가 몰라.."
" 마.. 신경쓰지마라.. 남의 일인데.."
"........"
물론 남의 일이 맞긴 했습니다.
그런데..
왠지 가면 갈 수록 삭막해지는 사회가 되는 것 같아 씁쓸하기도 하더군요.
이 사회는 절대 혼자서는 살 수 없는 사회이고, 더불어 사는 사회인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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