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오래된 도시락..
제주도에 정착하면서 참 많은 것을 느끼고 살고 있는 1인입니다. 오늘은 하루종일 절 가슴 훈훈하게 만든 한 할머니 이야기를 해 볼까합니다. 제주도 정착기와 달리 오늘은 왠지 모를 감동이 글 속에 묻어 있었음하는 마음이 들면서요... 제주도에 이사 온 후, 참 많은 시간이 흐른 것 같은데 5개월째 접어 들었습니다. 이렇게 시간이 오래되어 보인다고 여긴 이유는 아마도 가게를 직접 인테리어를 하면서 가게 오픈을 해 왠지 더 오랫동안 이곳에서 산 듯한 느낌이 든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제일 큰 이유는 동네분들이 마치 오랫동안 알고 지냈던 분들처럼 따스한 정이 가득하다는 점입니다. 오늘 이야기 주제도 그런 내용 중 하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 합니다.
할머니의 오래된 도시락
일주일에 한 두번씩 우리가게에 할머니 한 분이 초밥을 사러 오십니다. 연세가 많이 들어 보이시는 할머니지만 참 고운 느낌에 연세를 잊고 지내시는 소녀같은 분입니다. 볼때마다 느끼지만 마치 어릴적 외할머니같은 생각도 들어 반가운 마음도 듭니다. 오늘 그 할머니께서 들어오시더니 비닐봉지 하나를 남편에게 건냈습니다.
" 여기에 초밥 2인분 넣어 주세요. "
" 아....네... 어르신...여기에 2인분 다 넣으면 눌려질 수 있을텐데요. "
" 괜찮아요.."
" 아..네..알겠습니다. "
남편은 이내 저에게 도시락이 든 봉지를 줬습니다.
할머니께서 가져 온 봉지 안에는 오래된 할머니표 도시락과 요거트통 두 개와 예전에 포장할때 간장을 넣어 드렸던 원터치 한개가 들어 있었습니다.
할머니가 가져 온 도시락을 보니 울컥...
어릴적 학교 다닐때 들고 다니던 양은 도시락과 많이 다른 정사각형 모양의 도시락이었습니다. 화려하게 꽃도 그려진 것을 보니 옛날엔 정말 비싼 그런 도시락의 모습이었죠. 중요한 것은 이런 도시락은 처음이라 한참을 보게 되었습니다.
할머니가 가져 온 도시락
할머니께서 가져 온 도시락에 초밥은 담아서 드려도 되겠지만, 깨끗이 씻어 가져 온 요거트통과 원터치는 사용하지 못하겠더군요.
그래서 요거트통은 한쪽에 올려 두고 새 원터치에 찬과 간장,와사비등을 담았습니다.
할머니의 도시락에 초밥을...
쉐프인 남편은 활광어초밥을 정성스럽게 할머니께서 가져 온 도시락에 담았습니다.
도시락위에 장국과 간장,와사비등과 함께 넣어 포장한 후 할머니께 건냈습니다. 평소 어르신을 잘 공경하는 남편의 모습에 늘 멋져 보였는데 오늘따라 남편이 할머니께 대하는 모습은 더 아름답게 보였습니다.
도시락 포장을 해 가는 할머니의 뒷모습
도시락을 직접 가져 와 포장해 가는 할머니를 먼 발취에서 골목길에 사라질때까지 자연스럽게 보게 되었습니다. 지금껏 알뜰하게 살고 있다고 생각했던 내 자신이 참 많이 부끄럽게 느껴진 하루였습니다. 나름대로 아낀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던 것이었죠. 할머니의 도시락을 보면서 이제부터라도 정말 알뜰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멀어져가는 할머니의 뒷모습에서 부끄러운 내자신이 느껴진 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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