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돈까스의 아련한 추억..
" 오늘 돈까스 먹으러 갈래?.."
" 진짜...어디에..."
" 부산백화점 00그릴.."
" 와.....신난다.."
난 중학교때 처음으로 돈까스를 먹어 봤습니다.
그 당시에는 돈까스 파는 곳이라면 꽤 비싼 레스토랑이었지요.
지금은 분식점에도 팔지만..
그땐..
한마디로 학생의 신분으로 비싼 돈까스를 먹는다는 것은
정말 흔하지 않는 일이었지요.
그런데..
그 당시 세째언니는 평소에 자주 돈까스 한번 먹어 봤으면 좋겠다는
동생의 말이 늘 마음에 걸렸었는지..
절 데리고 돈까스를 사 주겠다고 했습니다.
그리고는..
언니에게 줄기차게 구애를 하던 남자친구와의 데이트 하는날
절 데리고 가겠다고 했습니다.
언니를 너무나도 좋아해 따라 다녔던 남자친구..
언니는 남자친구가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답니다.
그래서 언니는 머리를 썼답니다.
귀찮을 만큼 언니에게 접근을 한 오빠를 떼어 내기위한 계획.
언니는 그 당시 제일 비싸다는 돈까스집을 데이트 장소로 정해놓고..
혼자서 나가야 함에도 절 데리고 나갔던 것입니다.
왜냐하면..
남자친구에게 금전적으로 부담을 줘서 ..
언니에게 다시는 접근을 하지 않게 하기위함이었죠.
물론 그 당시 언니가 제게 돈까스를 먹게 해주겠다는 말에 둘 사이에
대해선 별로 신경을 쓰지 않고 전 언니를 따라 갔답니다.
( 순진무구하게..ㅎㅎ)
부산에서 생긴지 얼마 안된 백화점내에 그당시에 그릴이 있었습니다.
백화점은 예식장도 있을만큼 규모가 엄청 컸지요.
그런 곳에 백화점과 어울린 만한 제법 이쁘고 규모가 큰 그릴..
" 와....언니야.. 진짜 좋다..근데..비싸지 않겠나..."
" 니는 그런거 신경쓰지 말고 돈까스나 맛있게 먹어라..알았제.."
" 어..."
눈이 휘둥그레지는 샹제리에..
번쩍 거리는 테이블..
그리고 멋지게 차려입은 종업원들의 모습을 보고,
처음 간 그릴이라 나름 긴장도 되더라구요.
언니와 난 언니의 남자친구가 앉아 있는 테이블로 갔습니다.
" 내 동생이야..."
" 응.. 안녕.."
조금 의아했는지..어색한 인사로 절 반겼습니다.
나도 어색한 인사를 하였지요.
" 내 동생이 돈까스 먹고 싶다길래..데려왔어..괜찮지?.."
" 그럼... " ㅡ.ㅡ;;
어색한 분위기가 순간 느꼈졌답니다.
오빠는 종업원을 불러 돈까스 3개를 시켰습니다.
처음 온 돈까스집이라 제법 복잡한 주문을 하는 듯 했습니다.
지금은 모두 잘 아시는 ..
' 스프를 뭐로 드릴까요?'
' 빵으로 들릴까요?.. 밥으로 드릴까요?..'
ㅎㅎㅎ....
그런데.. 그당시는 엄청 주문이 복잡하게 느껴졌다는..
그냥..' 돈까스 3개 주세요. ' 라고 하면 될걸...ㅡ.ㅡ;;
주문을 하고 나서 언니가 갑자기 화장실에 간다고 갔습니다.
그런데.. 주문한 돈까스가 나왔는데..
언니는 오질 않았습니다.
' 어짜노... 돈까스 어떻게 먹어야 되노...'
;;;;;
처음 보는 돈까스에 순간 식은땀이 나더라구요.
스프도 나오공...
빵도 나오공...
돈까스에 샐러드까지..
중요한 것은 뭘 어떻게 먹어야 될 지 모르겠더라구요.
그당시 텔레비젼에서 볼때는 포크와 칼을 잡은 손..
그리고 스프에 뭔가를 뿌리는 것을 보았는데..
도대체 어떻게 먹어야 될지....
먹는 걸 앞에 두고 식은땀 나보긴 정말 처음이었지요.
' 뭐하는데..화장실에서 아직 안오노...'
난 마음속으로 언니를 원망했습니다.
그렇게 많은 생각을 하고 눈만 말똥~말똥 하고 있는 나에게
오빠는 먼저 먹자고 했습니다.
그리고는 스프에 뭔가를 뿌리고, 고기위에 놓인 소스위에도 뭔가를 뿌렸습니다.
' 헐!.. 그냥 오빠가 하는대로 따라 하자..'
어떻게 먹어야 될지 몰라서 난 오빠가 하는대로 따라 하기로 했습니다.
오빠는 스프에 간장을 뿌리고,고기에는 후추를 뿌렸습니다.
그리고 스프를 숟가락으로 휘~~젓으며 떠 먹고는 고기를 자르기위해
왼쪽에는 포크를 들고 오른쪽에는 칼을 들고 나서 고기를 먹기 좋게 자르는 것이었습니다.
난 그 모습을 찬찬히 보고 똑같이 따라했습니다.
그런데..
처음 먹어보는 돈까스 맛이 별로 더군요.
' 원래.. 비싼 요리는 이런 맛이구나..헐!..'
이런 생각을 하며 고기를 먹고 있는데..
언니가 왔습니다.
" 벌써.. 고기 나왔네..맛있겠다..."
언니는 그렇게 말을 하더니..
절 보더니..이러는 것이었습니다.
" 니..스프 색깔이 왜 그런데...왜 까맣노.."
" 어.. 간장 넣어서 그런갑다.."
" 뭐...간장... ?!..."
그렇게 대답하고는 언니는 앞에 앉은 오빠를 쳐다 보았습니다.
그때...
갑자기 오빠가 큰소리로 웃었습니다.
" ㅎㅎㅎ.. 너거 동생 너무 귀엽다.."
" 니..........."
언니는 오빠에게 한마디 하더라구요.
" 너.. 내동생 돈까스 처음 먹어 본다고 놀린거가..."
" 아니다.. 무슨 소리고..나도 간장 넣은 것 먹고 있는데..."
그당시 오빠는 장난끼가 다분히 있는 재미난 사람이었지요.
그렇다고 나쁜 뜻으로 그랬던 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순간 뭔가 분위기가 쏴~~~~~~.( 썰~~렁)
" 와.. 언니야.. 뭐가 잘못됐나..."
" 아니다.. 스프는 먹지말고 고기하고 밥만 먹어라..."
언니는 장난끼 많은 남자친구에게 기분 나쁘다는 눈치를 보냈습니다.
오빠는 제게 한 행동이 그저 사심없이 그냥 한 것인데..
화를 무척내는 언니앞에서 어쩔 줄 몰라했습니다.
우린 그날 썰렁한 분위기속에서 식사를 마쳤습니다.
식사를 다하고 나니 디저트가 따로 나오더군요.
차를 마시면서 오빠는 저에게 한 행동이 미안했는지..
미안하다고 했습니다.
난.. 썰렁한 분위기를 없애기 위해 이렇게 말했지요.
" ㅎㅎㅎ...오빠 때문에 이제 간만에 돈까스 먹더라도 절대 까먹지 않게되어서 좋구만..
소스에 간장이 아닌 후추라는 것을 확실히 인식시켜줬다 아니가.."
" 그렇제...니도 그래 생각하제...ㅎㅎㅎ"
어색한 웃음을 보이면서 언니에게 말하는 오빠의 모습이 정말 귀여웠습니다.
장난끼가 유난히 많았던 언니의 남자친구..
그날 이후 오빠는 언니랑 데이트를 할때마다 절 데리고 같이 나오라고 했다더군요.
그리고 ...
한번씩 언니는 남자친구를 만날때마다 절 데리고 나갔지요.
지금 생각해 보면 언니는 남자친구가 싫어서 안 만난거 보다는
쑥스러워서 안 나갔던것 같았습니다.
물론 그 돈까스 사건이후...
언니는 동생에게 잘 해주는 남자친구에게 조금씩 마음을 열게 되었답니다.
전 지금은 삼겹살이나 수육보다 돈까스를 더 좋아합니다.
그리고 돈까스를 먹을때마다 학창시절 처음 먹어봤던 돈까스가 생각나곤 한답니다.
그럴때마다..
순진했던 내자신에 피~식 웃음이 나기도 하지요.
아참....
그당시 언니를 너무나도 좋아해 늘 따라 다녔던 그 장난끼 많았던
오빠는 바로 지금의 형부가 되었답니다.
정말 우습죠..
ㅎㅎ..
세월이 흘러도 잊혀지지 않는 추억...
때론 이런 추억때문에 생활의 활력소가 되기도 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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