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사진으로 보니 과거로 돌아간 느낌..( 자갈치시장 풍경..)

2008. 8. 8. 02:50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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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오후에 자갈치시장에 갔었습니다.

 늘 그렇듯이 자갈치시장에 들어서면 생선비린내가 코끝을 찌르지만 그래도 정겨운 느낌이 든답니다.

 오랜세월동안 억척스럽게 사신 우리네 어머니들이 자식들을 위해서 새벽부터 밤 늦도록 생선을

 팔면서 공부도 시키고, 결혼도 시키면서 힘겹게 살아오신 흔적을, 늘 주름진 얼굴을 보면서 느낀답니다.

 주름의 골이 깊을 수록 삶도 고단했겠지요.

 어릴적 엄마손을 잡고 처음 와 본 자갈치시장이 이제는 그 시절 엄마나이가 되니 자연스레

 자갈치시장을 찾게 됩니다.


 참고로 부산의 자갈치 시장에 대해 설명을 간단히 드리겠습니다.

 자갈치시장은 본디 충무동쪽 보수천 하구 일대가 자갈투성이였던 자리에 시장이 섰다고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고 합니다.

 한국최대의 어패류 전문시장으로 숱한 사연과 애환이 서려있고 6.25전쟁후 여인네들 중심의 어시장

 형태로 자리를 굳히게 되어 자갈치 아지매란 정겨운 이름도 생겨났다고 합니다.


 이곳 자갈치시장에 오시면 부산사람들의 억척스러운 생활력을 볼 수 있는데요.

 이제는 그 투박한 사투리도 정겹게 들려 찾아 오시는 분들이 많답니다.


옛날부터 부산시내 음식점이나  집집마다 오르는 찬거리 가운데서 해산물이라면 으례

자갈치 시장에서 공급하고 있는 것이라 할만큼 부산의 맛을 공급하는 곳이 바로 이 자갈치 시장입니다.

경상도 아지매들의 활기판 목소리와 파닥거리는 생선들의 물튀기는 소리, 흥정하는 소리로

늘 시끌벅적한 자갈치시장..

노상에서 생선을 파는 아낙네들의 투박한 경상도 사투리가 이제는 정겹기만 합니다.


자갈치시장에서 오랜세월동안 생선파시는 아주머니들의 칼을 갈아 주시는 아저씨.

이마에 깊게 골이 진 주름에서 세월의 흔적을 엿 볼 수 있었습니다.

소박해 보이는 듯 정이 많아 보이는 칼 가는 아저씨의 모습..


낮에 정박중인 배의 사진을 흑백으로 처리하니 정말 세월을 거슬러 올라간 듯한

착각까지 들게 합니다.



정박 중인 자갈치시장앞의 대형 선박들..


세월의 흔적을 엿 볼 수 있는 선박의 긁힌 자국..



 자갈치 시장을 돌아서 가 보았나요?.

 갓 잡아온 생선의 팔딱거리는 것이 느껴지고 비린내가 진동하는 곳.

 삶이라는 거친 바다 위에 나름대로의 돛을 달고 경사도식의 푸진 정이 느껴지는 곳.

 그곳이 바로 이 생선박스를 보고 느낄 수 있었습니다.


생선박스 옆에 있는 리어카도 세월의 흔적에 동참한 물건이겠지요..



생선박스 사이로 보이는 고기잡이 선박..

강인한 경상도 사나이의 모습이 왠지 느껴지는 듯 했습니다.


배..

리어카위의 소복하게 쌓인 나무상자들

그리고 자전거..

멋진 한장의 흑백사진이 되네요..


  갓 잡아 온 싱싱한 생선을 손질해서 말리고 있는 풍경..

 여느 어촌과 다르지 않는 정겨운 자갈치시장의 풍경입니다.


이게 뭘까요?..

이것은 주낙이란 것입니다.

낚시를 즐겨하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서 간단히 설명해 드릴께요.

낚시의 방법은 크게 두가지 방법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외줄낚기와 주낙입니다.

외줄낚기는 한 줄의 낚시줄로 드리워 한마리씩 낚아 올리는 방법이고,

주낙이란 여러개의 낚시줄을 이용하여 낚아 올리는 방법을 말합니다.

보통 주낙을 표기할때 낚시의 낚자를 표기해 주낚으로 표기하는 경우가 종종있는데

이것은 주낙으로 해야 바른 표현입니다.


주낙을 열심히 끼우고 계시는 어르신..

손놀림이  흘러온 세월 만큼의 연륜때문인지 정말 빠르십니다.



낮에는 이렇게 삼삼오오 모여서 일을 하시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날씨도 많이 더운데 선풍기 한대에 의지해 구슬땀을 흘리며 억척스럽게 사시는 분들을

보니 왠지 마음이 짠해져 옴을 느낍니다.


한 천막안에서 주낙을 끼우시는 할아버지께 잠시 인터뷰를 하였습니다.


피오나) " 할아버지..이렇게 주낙을 한통 다 만들면 얼마나 받는데예? "


할아버지) " 응..2,500원 받어."


피오나) " 네..할아버지 이렇게 더우신데 힘 안드십니꺼?."


할아버지) " 괜찮다..쉽다  한번 해 볼래 아가씨야~!"?


피오나) " 아니예.. 제가 할 줄 알겠습니꺼~."  ^^;


할아버지)" 취재를 나왔으면 한번 해봐야지..안글라." 하시며 미소를 지으셨습니다.


그러시면서 오히려 더운데 무거운 카메라들고 사진 찍으러 다닌다고 걱정하시는 할아버지..

잠깐 동안의 대화였지만 정말 정감이가는 할아버지셨습니다.


자갈치시장 뒷길에는 이렇게 주낙을 끼우고 계시는 분들이 열심히 일을 하고 계셨습니다.



주낙 끼는 곳에서 한 20m 가다 얼음을 나무상자에 삽으로 퍼서 리어카로 담고 계시는

할아버지를 만났습니다.

카메라를 들고 몇 컷 찍다 나무통이 있는 곳을 가 보았습니다.

나무통안에는 고무대야에 얼음이 가득 있었습니다.

난 할아버지께 이렇게 날이 더운데 나무상자에 얼음이 녹지 않냐고 여쭈어 보니..

할아버지 웃으시며 하시는 말씀..

" 안 녹는 얼음이 어딨겠노.. 녹기전에 빨리 옮겨 배달해야지.."

하며 더 빨리 얼음을 삽으로 운반하셨습니다.


자갈치시장 뒷길 풍경..

주위 환경은 많이 세련되었어도 아직도 옛 모습 그대로 간직한 곳이 많았습니다.

이런 곳은 칼라 사진 보다는 흑백 사진이 더 잘 어울리기까지 합니다.


시장을 구경하다 보니 신기한 물건도 눈이 많이 띄네요.

특히 제일 내 눈을 사로 잡은 건 바로..

리어카를 끌로 다니시면서 생선파시는 아주머니의 칼을 갈아주고, 칼도 파시는 아저씨였습니다.

정말 오래된 리어카에 오래된 주전자를 발견했지요..

세월이 흐른만큼 주전자에서도 세월을

느낄 수 있을만큼 낡아 보였습니다.



한낮의 기온이 30도를 육박했지만 바닷가라 그런지 간간히 불어오는 바닷바람이 시원했습니다.

장사를 하시다 시원한 바람에 몸을 맡긴 채 주무시고 계시는 할아버지..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휴식을 하는 듯 편히 쉬고 계셨습니다.

순간 오늘 제가 찍은 사진 중에서 제일 기억에 남는 사진으로 뽑고 싶을 정도였답니다.

삶의 고단함을 잠시나마 잊고 쉬고 있는 모습..

정말 평화로워 보였습니다.


부산 자갈치시장을 어떻게 보셨나요?.

왠지.. 억척스럽게 사는 부산사람의 기질이 보이지 않습니까!..

아무리 힘들어도 열심히 살아가시는 어르신의 모습을 보며 정말 많은 생각을 하였습니다.

마트에서 장보기가 익숙해진 현대인들이 느끼지 못한 정겨움이 바로 재래시장에서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여러분도 자갈치시장에 한번 가 보셔요..

사람사는 냄새..그리고 정이 묻어나는 느낌을 맛 보실 수 있을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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