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 세상에서 가장 맛있었던 엄마의 요리 비법은..

2011. 10. 15. 05:30추억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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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엣 가장 맛있었던 엄마의 요리 비법

어릴적 난 엄마가 해 주신 밥이 제일 맛있었다.
식구가 많다보니 많은 종류의 반찬은 없었지만 금방 지은 쌀밥에
김치 한가지라도 세상 최고의 밥상이었다.
특히 배추겉절이를 하는 날이면 밥을 두 공기는 거뜬히 비울 정도였다.

" 엄마..엄마가 해 준 반찬 중에 겉절이가 제일 맛있다."

그런 말을 할때면 엄마는 흐뭇한 미소를 짓곤했다.
어릴적부터 고기 반찬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난 김치나 겉절이
어묵반찬만 있으면 밥 한공기는 거뜬히 비우곤 했었다.

그런데..
참 희안한게 그렇게 최고의 요리사로 보였던 엄마의 음식 솜씨가
어느 순간 맛없는 요리로만 느껴지게 되었다.
요즘에는 학교에서 급식을 하기때문에 집에서 도시락을 싸가는
학생들이 없지만 내
어릴적엔 중학생만 되면 도시락을 집에서 챙겨가야 했다.

" 와..장조림 진짜 맛있네.."
" 수리미 쥑이네.." - '수리미'란 경상도 말로 오징어조림을 말한다.
" 오뎅볶음 진짜 맛있네.."
" 며르치 진짜 잘 볶았네.." - '며르치'는 멸치의 경상도 말..

점심시간만 되면 친구들은 같이 모여 밥을 먹으며 반찬에 대해
극찬을 하며 나눠 먹었다.
물론 제일 맛있는 반찬은 숟가락을 들자마자 몇 분만에 동이 났다.
하지만 희안한게 내 도시락에 있는 반찬은 별로 손대지 않았다.
맞았다.
내가 생각해도 친구들의 반찬에 비하면 정말 맛없게 느껴졌었다.

' 이상하네.. 집에서 묵을때는 억수로 맛있었는데 ..와글로..'

내 도시락에 반찬이 그대로 남겨질때면 늘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일까 내 반찬을 아무도 손대지 않으면 친구들 보기 부끄러워
내 반찬은 나 혼자 먹으며 반찬통을 억지로 비우곤 했었다.
그렇게 어릴적 그렇게 맛있었던 엄마의 요리들이 점점 맛없게만
느껴지기 시작한 어느날 엄
마에게 이런 말을 했다.

" 엄마.. 친구들이 내 반찬은 손도 안댄다.. 맛 없다고..
근데 나도 친구들 반찬 묵어 보니까 진짜로 맛있더라..
내일부터는 김치 넣지마라. 김하고 다깡무침만 넣어도.."


그날 이후..
학창시절 내내 반찬으로 김치는 가져 가지 않았다.

세월이 흘러 결혼을 하고 나서 어릴적 엄마가 해 준
세상에서 최고로 맛있었던 김치가 최고가 아님을 느끼게 되었다.
신혼 초 세상에 만상에 시어머니가 한번씩 갖다 주는 김치가 어찌나 맛있는지..
말로 표현하기 조차 힘들었다.

" 그렇게 맛있나.. 나중에 속 따갑다 응가이 무라.."
" 진짜 어머니 음식 솜씨 좋네.. 김치 억수로 맛있다. 자기도 마이무라"


신혼 초..
참 철이 없었던걸까..
난 친정엄마에게 시어머니가 담아 온 김치를 갖다 드리면서 이런 말을 했다.

" 엄마.. 시어머니가 담근 김친데 억수로 맜있다.
한번 무 봐..엄마가 담근 김치하고 맛이 완전 틀린다..
엄마는 밍밍한데 시어머니가 담근 김치는 입에 착 감기는 맛이 일품이다"

" 그래.. 사부인께서 음식 솜씨가 좋으신갑네.."


엄마는 나의 철없는 말에 웃어 넘기셨지만 엄마가 돌아 가신 후에야
왜 그렇게 철이 없게 행동했나하는 마음을 후회하게 되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친정엄마는 음식을 조리하면서 조미료를 일절 사용하지 않으셨다.
그 입맛에 어릴적부터 길들여진 난 세상밖에 나가기전에는 엄마의
요리가 세상에서 최고인 줄 알았다.
하지만 친구들과 도시락을 나눠 먹으면서 엄마가 만든 반찬과
점점 비교되기 시작했다.
그런 이유로 결혼 후에는 엄마의 반찬이 정말 맛없다는 것을 느끼기까지했다.
물론 최고의 맛을 내어 준 시어머니의 요리 속에 맛을 감칠맛나게
해주는 조미료가 가미되었던 것을 뒤늦게서야 알았었다.


근데..
언제부터인가 조미료가 몸에 안 좋다는 말이 방송에 많이 나오자
남편은 아예
조미료가 들어간 음식을 먹지 않았다.
그런 이유로 우리집에는 일절 화학조미료가 없어졌다.

 

물론 요즘엔 내가 맛있다고 만든 요리지만 울 남편 맛없다는 말을
하면서도 잘 먹는다 왜냐 건강에 좋은 음식이기때문이다.
가끔 외식을 할때면 우린 이 요리가 조미료가 들어간 음식인지..
아닌지 한번에 안다.
몸을 생각해서 조미료를 넣지 않고 음식을 먹은 탓일까..
간혹 시어머니께서 김치를 보내면 김치를 먹다가도
혼잣말로 남편 이런 말을 하곤한다.


" 응가이.. 조미료 넣었는가베..좀 적당히 넣지.." 라고....
물론 시어머니께도 건강을 생각해 조미료를 적당히 넣으라고 말한다.
유난히 몸을 생각하는 남편은 어느샌가 조미료가 들어가지
않는 것을 선호하게 되었고..

그로 인해 음식 맛이 별로라는 소릴 듣지만 자연스럽게
어릴적 엄마가 해 주었던 음
식솜씨로 돌아 가고 있으니
내 모습에 그저 웃음만 나온다.

 

세상에 눈을 돌리기전 어릴적 세상에서 가장 맛있던 엄마의 요리..
그 요리의 비법은 바로 건강을 생각하면서 만든 엄마의 마음이 들어 있었던 것 같다.
요즘엔 시어머니께서도 조미료를 거의 사용하지 않으신다.
그래서일까 시어머니의 요리가 예전보다 훨씬 맛있는 것 같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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