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정착 7개월의 변화는 ?
" 이주하신 지 얼마나 되셨어요?"
" 네?!.... 아... 네... 한 달 정도 되었습니다."
" 아..... 제주도 이주하신 지 오래되신 줄 알았습니다. "
" 네..."
" 하여간.. 제주도 이주를 축하드립니다. "
참 생소했다.
'이주' 그 말이 왜 그렇게 어색한 단어로 내게 다가왔을까... 보통 어느 지역이든 이사를 가서 살면 대부분 사람들이 '이사' 란 말을 많이 사용하는데 이곳 제주도는 '이사' 보다는 '이주' 란 단어를 더 즐겨 쓰는 듯했다. 그게 나의 첫 제주도 정착기의 시작이었다.
제주도로 이사 오기 위해 차를 부산항에 갖다 놓고 비행기를 타기 위해 가는 길
많은 사람들이 아름다운 제주도에서 살고 싶어 한다. 나 또한 그랬다. 제주도를 여행자로 왔었을 때는 늘 그런 마음을 품고 있었다. 그리고 제주도 하이킹을 하던 6년 전...' 난 나중에 제주도에서 꼭 살 거야! ' 란 마음을 먹게 되었다. 물론 3박 4일간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남편과 참 많은 대화를 하며 한 자전거 하이킹이었다.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후 생활의 패턴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매일 다람쥐 쳇바퀴처럼 똑 같이 돌아가는 내 모습은 미래 제주행을 위해 더 바쁘게 살아가야 했다. ' 제주도에서 뭘 하며 먹고살아야 할까? ', ' 내 꿈을 제주도에서 펼칠 수 있을까?' , ' 노후에도 편안하게 제주도에서 살고 있을까? ' 등 참 많은 생각 속에 부푼 희망을 꿈꾸며 먹고살기 위해, 내 꿈을 펼치기 위해, 나 자신을 뒤 돌아보며 행복을 만끽하기 위해... 참 많은 노력을 했었다.
그렇게 우리가 제주도로 갈 시간은 임박해져 왔고 준비한 일은 나름대로 해 나가는 것 같아 흐뭇한 마음으로 제주도행 배행기를 탔다. 길다면 긴 제주도로 이사하기 위한 준비시간이었다.
제주도에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준비한 지 6년..... 드디어 우린 제2의 인생을 시작할 제주도에 둥지를 틀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순탄하지 않았던 제주도 생활이 처음부터 시작되었다. 생각보다 너무 많이 오른 제주도 땅값을 비롯해 임대비는 천정부지로 올라 마음을 더 무겁게 만들었다. 하지만 지금껏 열심히 살아온 부지런함이 몸에 배어 힘들지만 잘 이겨 낼 거라 생각하며 지냈다. 아무 연고 없이 제주도에서 산다는 것은 솔직히 모험이나 마찬가지였지만 우린 서로를 의지하며 우리가 꿈꿔 왔던 미래를 향해 한 걸음씩 움직이게 되었다.
2015년 2월에 이사하고 4월에 작지만 먹고살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이는 작은 가게를 얻었다. 나름대로 관광지 부근이라 처음엔 우리 가게를 지나가는 렌터카가 다 우리 집에 올 거란 생각이 들 정도로 가벼운 마음으로 남편과 둘이서 열심히 셀프 인테리어를 하며 기쁘게 가게를 꾸며 나갔다. 그런데 생각보다 순탄하지 않은 제주도 생활이란 것을 가게를 오픈하면서 알게 되었다. 관광지 바로 옆이라고 해도 제주도를 찾은 많은 관광객들의 코스는 늘 정해져 있었다. 대부분 3박 4일 코스로 정해져 제주도를 여행하면 미리 오기 전 숙식, 맛집, 관광지 등은 정해서 오는 게 당연하다. 그런데 우린 제주도에 여행을 자주 왔음에도 그 생각을 하지 못한 채 그저 우리 가게 옆에 렌터카가 하루에 수 십대씩 지나가는 것에 무척 기대를 걸었던 것이다. 그게 제주도에서 경험한 첫 번째 실수였던 것이다.
아무 연고 없는 제주도에서의 오픈은 그저 문을 열어 둔 수준이 고작이었다. 하지만 지금껏 요리사로서 살아온 남편의 솜씨는 입소문에 의해 알려지게 되었고 불과 한 달도 안돼 점심시간만 되면 조용하던 골목길에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특이한 가게의 모습에 기본적으로 사진을 찍고 들어오는 사람, 음식이 나오면 먼저 사진을 찍고 먹는 사람 등 그렇게 점점 휴대폰 SNS로 우리의 조그만 가게는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냥 가게 문을 열면 관광지라서 사람들이 마구마구 들어올 줄 알았었는데 사람들이 알고 들어오는 것은 SNS 공유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끼게 된 것이다. 물론 묵묵히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 남편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늘 그렇듯 지금도 옆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있는 나 자신이다.
지금의 내 모습은 어떨까...... 많이 벌진 않지만 작은 가게 속에서 큰 행복을 만끽한다. 그리고 제주도에 살면서 불과 몇 달만에 참 많은 제주 친구들과 이웃들이 있다. 내 일을 자신의 일처럼 느끼며 기뻐하고 슬퍼하는 친구가 내 주위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정착을 잘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잘 정착할 수 있도록 묵묵히 주변 사람들에게 우리 가게를 알려 주는 제주도 토박이 친구, 농사를 지으며 생계를 유지하는 농사꾼 친구, 따듯한 말 한마디 해주며 늘 용기를 주는 친구, 맛있는 음식이 있으면 나눠 주는 이웃 분등 내 주위엔 정말 제주도 정착을 잘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친구와 이웃들이 많다. 밀감을 따러 갔다가 내 생각이나서 성큼 갖다 준 친구... 겨울철이면 제주도에선 굴러 다니는 게 밀감인데 혹시 사 먹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선뜻 가지고 온 마음에 뭉클했다. 며칠 전에는 가게 주인장께서 쌀포대에 밀감 한 가득을 가져와 미소를 지으며 한마디 하시곤 갖다 놓고 갔다.
" 자... 금방 딴 밀감... 제주도에서 사는 맛 한 번 느껴 봐.."
" 헉.... 이거 다 주시는 겁니까? "
" 응... 먹고 모자라면 또 말해... 갖다 줄 테니.."
" 아닙니다.. 감사합니다... "
제주도에 정착해 살고 있는지 7개월째 주변 사람들에게 참 많은 것을 받고 살고 있다. 사람 사는 냄새가 솔솔 나는 정과 사람들을 대하는 나 자신 그리고 5년 넘게 고생했던 아토피도 거의 90% 완치되었고 무엇보다도 내가 하고자 하는 글을 계속 적을 수 있어서 좋다. 물론 아름다운 풍경이 가득한 곳에서의 생활이라 그저 이 순간이 '제주도에서 내가 살고 있구나' 하고 느끼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 본다.
12월.... 올 해도 얼마 남지 않았다. 지금껏 연말이 되면 참 많이 후회하고 아쉬워하는 마음이 많이 들었는데 올 해는 조금 다르다. 올해 만큼은 짧지만 알차게 보냈으니 말이다. 불과 7개월째이지만..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고 느끼며 늘 초심을 잃지 않고 생활하려고 노력한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 부부를 기분 좋게 기억해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난 지금 제주도에 살고 있다"
이 말을 제주도에 정착하는 한 사람으로써 자랑스럽게 하고 싶었다. 지금도... 1년 후에도.... 10년 후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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