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 이사 온 후, 향수병에 걸린 남편 어떡해!
제주도에 이사 온 후, 참 정신없이 살았던 석 달이 되었습니다. 제주도에 정착하려고 미리 5년 전 부터 마음의 준비를 하고 왔지만 직접 이사하고 살아 보니 생각보다 그리 녹록지 않다는 것이 제주도 생활이었습니다. 그래도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하는건 우리가 가게를 운영하는 곳 주변에 사는 이웃들은 한결같이 좋은 마음으로 관심을 가지고 잘 해 주신다는겁니다. 그런 점들이 타지에서 아무 연고없이 사는 우리부부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모릅니다. 그런데 며칠전 남편의 한마디에 나도 모르게 가슴 속 깊이 울컥하는 뭔가를 느꼈습니다. 물론 남편 앞에서는 표현을 하지 않으려고 정말 많은 노력을 했던 그런 날이었죠..
" 나... 향수병 걸린 것 같다. "
" 응?!.. 향수병? "
" 응...향수병.."
" 오늘 손님이 식사하고 나가면서 뭐라고 했는 줄 아나? "
" 뭐라고 했는데.."
" 수고하이소!"
" ................. "
저도 그 말을 듣고 한 동안 말을 잊지 못했습니다. 아마 타지에서 살다 제주도에 이사 온 분이라면 이 말을 조금이나마 이해를 할 듯합니다. 40년 넘게 부산에서 살다 제주도에 정착을 한 지 석달 밖에 안 되어서 아직은 '내가 제주도 사람으로 살고 있다' 라고 생각을 하기가 솔직히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다가 여기 특성상 제주도의 방언이 다른 지역의 사투리와 달리 너무 센 탓도 없지 않아 있더군요. 처음에 제주도 사투리를 들었을때는 절반 이상은 못 알아 들을 정도였으니까요. 마치 제주도 언어가 외국어 같이 느껴보긴 여기에 정착을 하고나서 바로 느끼게 되었을 정도니까요. 제주도 방언은 듣는대로 해석하기가 쉽지 않은 언어라 사람들과의 대화가 이렇게 어려운지 정말 꿈에도 몰랐습니다.
[제주도방언 해석한 예] 무사 조끄뜨레만 오랜 햄수꽈?-왜 가까이(옆에)만 오라고 하십니까? 일 호젠 호난 속았수다.-일 하려고 하니 수고 했습니다. |
제주도에 오랫동안 살았던 분들이면 이 부분에 대해 타지에서 온 사람들의 언어 소통에 대해 조금이라도 이해를 하고 대화를 할까요? 한번씩 그런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여기서 정착해 살려면 아무래도 제주도방언 공부도 좀 해야할 듯 합니다. 무슨 말인지도 모르고 눈만 말똥말똥 뜨고 쳐다 볼 수 없는 노릇이기때문입니다.
아마도 직접적으로 대화를 많이 하는 직업을 가진 남편이 더 힘들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우리가 일하는 가게가 관광지다 보니 관광객들이 많이 오신다는 점이 우리에겐 요즘 위안이 되기도 하니 참 우습기도 합니다.
우리가 살았던 해운대 바닷가 분위기와 비슷한 제주도 탑동 ..
제주도 탑동에서 ..
오늘은 우리부부와 친한 지인에게 이런 문자까지 보내더군요.
" 부산시내 쫌 마이 찍어도 "
ㅠㅠ
그나마 다행인 것은 요즘엔 전화로 어디서나 통신이 가능하다는 점이 많은 위안이 됩니다. 카톡으로 이런저런 마음을 표현하니 말입니다.
탑동 마트로 건너편에 있는 놀이동산은 마치 우리가 자주 가던 광안리 놀이동산같아 보여...ㅜㅜ
그래서 단체 카톡방에 지인들에게 휴대폰으로 찍은 사진을 보냈습니다. 그랬더니 ...역시나 제 마음과 같은 답장이 왔더군요.. ㅠㅠ
헉!!!!!!!!!!!!!!!!!
남편이 그토록 듣고 싶어 했던 그 말....
'수고하이소!'
뭐.. 나이가 우리보다 어린 동생이기에
'수고하이소예' 라고 표현을 했지만 그 말에 우린 차 안에서 허탈한 웃음을 지어 보였습니다.참...별거 아닌 말인데 ...별게 다 되어 버린 말 한마디입니다.
가게 출근하는 길에 찍은 모습
가게 영업시간은 11시 30분이지만 우리부부는 늘 새벽에 일어나 하루일과를 열어 갑니다. 초밥집을 운영하다 보니 매일 아침일찍 수산시장에 가서 활어를 사와 직접 회를 뜹니다. 회전문인으로 20년 넘게 일을 하다 보니 음식 하나에도 정성을 다하는 남편이 전 늘 자랑스럽습니다. 남편이 일하는 뒷모습을 보면 얼마나 듬직하고 멋져 보이는지 감동 그자체라는......
요즘 출근길은 평소 우리부부가 여행 다닐때 느낌처럼..
남편을 위한 출근길 커플룩
하여간 그런 넓디 넓은 남편의 모습과 달리 내면에는 가슴 뭉클한 뭔가가 있었던 것입니다. 저 또한 제주도에 이사 온 후, 생각했던 것과 많이 다른 것들에 심각하게 바라 봤는데 서로 말로는 표현하지 않았지만 몸으로 느끼고 있었던겁니다.
40년 넘게 부산에서 살아 왔는데 이사 온 이후로 그게 다 청산되는건 아니니 조금 힘들긴하네요. '수고하이소!' 에 울컥했다는 남편의 말에 요즘엔 곳곳에 부산사투리를 붙여 두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손님들이 부산사투리를 구수하게 써 주면 좀 나을텐데하는 생각을 하면서요.
(외국으로 이민가서 사는 분들의 심정을 조금이나마 이해되는 1인입니다. 힘내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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