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9시가 넘은 시각 인근에서 음식점을 하시는 사장님이 전화를 하셨습니다.

" 나중에 10시30분쯤 갈건데요.. 직원들이랑 먹게 광어,우럭,밀치 1키로씩 해 주세요.."
" 네...."
" 아...잠깐만요.많이 챙겨주세요..."
" 네..알겠습니다."

가끔 가게 마치는 시간에 맞춰 집에 가기전 혼자 먹을거라며 회를 사가시는 사장님. 오늘은 직원들이랑 같이 먹을거라며 회를 다른 날보다 조금 많이 시켰습니다.

" 자기야.. 오늘 해물탕집 회식하는갑다..한번씩 10시 넘어서 오는 해물탕사장님가게 있잖아.."
" 응...얼마나 시켰는데..."
" 광어,우럭,밀치 1키로씩.."
" 응.. "
" 10시 반쯤 오신다네..."
" 알았다..근데 생각보다 직원이 별로 없네..
저번에 그집에 밥 먹으로 갔을때는 직원이 꽤 되더만.."

남편의 말을 듣고 보니 ' 그러네..' 라는 생각이 뇌리를 스쳐지나갔습니다. 얼마전 쉬는 날 해물탕집에 갔을때는 보이는 직원만 해도 홀에 3명 카운터에 1명이었거든요. 거기다 가게가 크다 보니 주방은 최소한 2~3명은 있을 것 같았구요. 여하튼 생각보다 많은 인원수에 3키로라니 생각외로 적게 시키구나하고 느꼈지요. 뭐..다른 음식이 있을 수도 있겠지하는 생각을 하긴 했지만 평소 동네에서 짠돌이 사장이라고 소문난 사람이라 그럴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으로 바꼈답니다. 그런데 전화한지 한 20분이 지났을까.. 해물탕 사장님이 가게로 직접 오셨더군요.


" 사장님.. 10시까지 부탁합니다. "
" 10시까지는 안되겠는데요..지금 예약 주문한 것도 있고..되도록 빨리해 드릴께요.."
" 네.. 그럼 회 많이 주세요... 직원들이 많아서..."
" 몇 명인데요..."
" 8명요..."
" 3키로 가지곤 좀 적겠는데요..회 말고 다른 음식도 같이 시켜서 드시죠?"
" 아뇨..회만 먹는데요.."
" 아....네..... " ^^;;;
" 빨리 좀 부탁할께요.."
" 다 되는대로 전화드릴께요.."

주문한 것도 있고 예약한 사람들도 있어 우린 그것부터 해 주고 바로 해 준다는 말을 했습니다. 그런데 남편에겐 말은 안 했지만 역시나 직원들에게 짠돌이라고 소문난 사장님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0시 20분쯤 다 됐다고 전화를 하려고 했더니 알아서 오신 사장님.. 다른 날과 마찬가지로 그냥 포장된 회를 가져가지 않으시고 입담을 늘어 놓으십니다. 평소에도 가게에 예약을 하고 회를 가지러 오시면 아무리 바빠도 그냥 나가시지 않거든요. 뭐랄까 오지랖이 넓은 사장님 최소한 10분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시곤 나가시지요. 솔직히 바쁠땐 사장님의 이야기를 다 들어 주기가 여간 곤혹스러운 일이 아닐 정도...여하튼 오늘도 바쁘게 해달라고 주문하셨으면서도 역시나 하고자하는 말을 다 하고 가셨습니다. 그런데 사장님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한참동안이나  씁쓸한 마음이 많이 들었습니다.

" 오늘 주방책임자가 그만 두는 날이라 송별회겸 회식합니다."
" 아...네..."
" 근데 큰일이예요.. 주방의 책임자가 없으니 내일부터 막막합니다."
" 왜 ..사람 안 구했습니까? "
" 한달전에 광고를 냈는데 연락이 없네요..
이럴 줄 알았으면 내가 주방일이라도 배워 둘걸...

내일 일을 생각하니 걱정부터 됩니다."
" 네....그렇겠네요...입학시즌인데다가 학기시작이라 더 그런가 봅니다.
아님 경제가 많이 좋아져서 일하러 나가는 (아주머니)분들이 줄었거나.."
" 아닙니다.. 요즘 아줌마들 이런 곳에서 일 할려고 안해요..
노래방 몇 시간이면 돈 많이 버는데 누가 하루종일 일하러 오겠어요..
다 그쪽으로 간거지요. 노래방 가봐요..아줌마들 정말 많아요.."
" 네에?!...."
" 아이고..바쁜것 같은데 이만.....수고하세요."

한동안 정신없이 큰소리로 이야기를 늘어 놓더니 갑자기 횡하니 나갔습니다.
해물탕 사장님이 나가자마자 남편과 전 서로 눈이 마추쳤지요. 한마디로 사장님의 말에 좀 어이없다는 듯 말이죠. 평소 좀 수다스러웠지만 나름대로 위엄도 있어보이고 조심스럽게 이야기는 분이라 생각해서 그런지 조금전 그런 표현은 솔직히 좀 놀랐답니다.

" 그렇게 안 봤더니 좀 그러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아줌마들을 다 그렇게 몰아 부쳐서 이야기하노..참...나..."

생각하면 할 수록 말을 함부로 내 뱉은 말에 대해 좀 실망스런 모습이었죠.
남편말처럼 3월이라 학기시작이고 입학시즌이라 일자리를 조금 늦춰서 구할 수도 있는 상황이고, 이 동네에서 사는 분들이 나름대로 경기가 괜찮아서 일자리를 안 구할 수도 있는 상황도 되는데 그런 점들은 다 접어두고 한마디로 짧은 시간에 돈 많이 주는 노래방으로 다 몰린다고 그러니 여자로써 듣기가 너무도 거북스러웠습니다. 물론 그렇게 살 수 밖에 없는 사람은 다 이런저런 이유가 있어 그렇겠지라는 입장을 먼저 생각해야함에도 요즘 아줌마들은 짧은 시간에 편하게 돈 벌려고 그런다며 다 싸 잡아서 그렇게 이야길하니 솔직히 씁쓸해지더군요. 여하튼 아무리 식당에 일하는 아줌마들이 많다지만 아예 낮춰서 보는 모습에 많이 실망했답니다. 옛말에 말 한마디가 천냥 빚을 갚는다란 말처럼 그만큼 말 한마디가 소중하다는 의미인데 너무 생각없이 막하는 모습에 지금껏 괜찮았던 이미지 마져 완전 다 없어진 느낌이었습니다. 여하튼 직원 구하기가 힘들다며 하소연한 사장님 그 이유를 들어 보니 완전 안습 그자체더군요....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