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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11.28 4년전, 온라인에서만 인사를 나누던 지인과의 잊지 못할 첫 통화.. (14)
 

누구나 '처음' 이란 단어를 마음속으로 인지하고 살고 있을겁니다.

첫만남..
첫사랑..
첫경험..

뭐.. 조금은 로맨틱한 단어로만 인식될지는 모르겠지만 전 또 다른
'처음' 의 의미를 부과하고 싶네요.
제가 오늘 말하고자하는 '처음' 은 바로..
블로그란 공간 속에서 보이지 않는 얼굴들과 인맥을 가지면서
내 마음 속에 있는 속내를 펼쳐 보인 '처음'의 주인공입니다.

지금으로부터 4년이란 시간이 흘렀지만 그 날의 일은 아직도
생생하게 제 뇌리에 박혀 있습니다.
지금은 우습기도 하고 민망하기도 한 그 날의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처음 블로그를 시작하면 누구나 다 내게 관심을 보인 사람에게
알게 모르게 호감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물론 나와 뭔가가 맞다면 더욱더 그럴 것이구요.
언제나 댓글을 열심히 달아주던 한 방문객이 있었습니다.

" 오늘도 기분 좋은 하루 되셔요.."
" 날씨가 많이 추워요..건강 조심요.."
" 글이 넘 재밌어요.."
" 요리에 관심 가져 주셔셔 감사해요.."  등..

왠지 옆집에 친한 언니같은 느낌에 호감이 많이 갔었답니다.
그러던 어느날..
제게 전화번호를 남겨 두었더군요.

"댓글을 열심히 달아 줘서 쿠키 좀 드릴려구요..
주소와 전화번호 남겨 주세요."
라구요.


얼굴도 모르고 어디에 사는지 모르는 블친이었지만 자신이 직접
만든 쿠키를
보내주고 싶다는 말에 엄청 설레였답니다.

'어떡하지? 방명록에 주소와 전화번호 남기긴 했는데..
미리
고맙다는 말이라도 할까?!..'

처음 접하는 일이라 어떡해야 할지 모르겠더군요.
그래서 주소랑 전화번호만 달랑 남기면 왠지 예의에 좀 아닌 것 같아 
제 댓글에 남겨진 지인의 전화번호를 보고 전화를 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전화하기전 정말 많이 망설였답니다.
왜냐구요..
조금 우스운 이야기지만 지금은 전국구에서 블로그를 하는 분들이 많았지만
그 당시만 해도 대부분 서울이나 경기도 사람들이 대부분이었기때문에
부산토박이인 제가 전화를 하면 못 알아 들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때문이었답니다.

' 서울말씨로 할까?'
' 부산토박인데 서울말씨를 쓴다고 해도 사투리가 나올텐데..'
' 목소리를 작게 하면 좀 나을지 몰라..'

전화 한통 하는데 무슨 생각이 그토록 많았는지..
지금 생각하면 순진한건지 바보스러운건지 ..ㅋ
여하튼 사투리로 대화를 하면 좀 어색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나름
서울말씨로 곱
상하게 쓰기로 했답니다.
얼굴하고 안 어울리지만..ㅋㅋ

" 여보세요?"
" 네..안녕하세요.. 저 피오납니다.."
" 네에?!.. 비 온다구요?!.."
" 네에?!.. 그게 아니라 피오나라구요.."
" 네에?!.. 비 온다구요.. 누구세요.."

처음으로 큰 맘 먹고 전화를 했는데..
이게 웬 망신..
나름대로 서울말씨로 뒤끝을 올려 가며 말했는데..
전화받는 지인은 제 말투가 이상했는지 자꾸 엉뚱한 말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 놈의 급한 성격이 어디 가나요..
전 더이상 속 터져 참지 못하고 부산사투리로 바꿔서 말을 했습니다.

" 안녕하세요.. 블로그하는 피오난데예.. 아시겠어예? "
" 아.....네... 피오나님..반가워요..."
" 와...억수로 목소리 이쁘네예.. 아가씨같습니더.."
" 별 말씀을요.. 호호호.."

정말 그랬습니다.
지인의 목소리는 아이 둘을 키우는 아줌마의 목소리가 전혀 아니었던 것입니다.
완전 카랑카랑한 20대 아가씨의 목소리 같았지요.
그에 비하면 전 완전 아줌마 목소리..ㅋ

그날을 생각하면 지금도 얼굴이 화끈거리는 일이었지요.
뭐한다고 서울말씨로 곱상한 척 하다가 듣는 사람이 알아 듣지도 못하게 했는지..
정말 몇 년이 흘러도 그때의 기억이 생생한 저만의 해프닝이었습니다..
지금은 블로그를 하면서 가끔 통화를 하는 수준이지만 ..
'처음' 의 또 다른 의미 속의 주인공이라 늘 잊지 않고 있습니다.
근데.. 궁금하죠..
제가 블로그를 시작하던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좋은 인연으로 남아 있는 사람이 누군지..
그 분은 바로 요리블로그를 운영하는 '왕비'님이십니다.
이름을 듣고 아하! 하시는 분들 꽤 많겠는데요..

많은 사람들을 블로그에서 만나고 마음을 공유하고 있지만 ..
나름대로 맘 속까지 서로를 다 펼쳐 놓고 이야기하는 분이 많지 않을겁니다.
하지만 전 4년 이란 블로그 생활 속에서 많은 지인들과 만남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에 크
나큰 복이라는 것을 많이 느끼며 살고 있습니다.
뭘더님,세미예님,바람흔적님,레몬박기자님 등..

여러분도 블로그를 하시면서 평생 잊지 못할 친구를 두시는건 어떠신지...

정말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재산을 얻는 기분일겁니다.
든든한 같은 기분....ㅎㅎ..
아참.. 지금은 옛날의 기억때문에 서울이든 경기도든 제주도든 간에
만나는 사람들에게 당당히 투박하지만 정감이가는 부산사투리로
대화를 한답니다..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