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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7.04 늦은 새벽 들어 온 남편 아내에게 미안해서 한 한마디가 황당해! (18)
 

새벽 2시가 퇴근시간이지만 전 남편보다 늘 먼저 퇴근을 합니다. 남편은 영업시간까지 손님과의 약속으로 인해 시간엄수를 하면서 나머지 정리를 하고 전 집에가서 집안일을 마무리 하지요. 날이 꾸리꾸리 비가 오려고 그러는지 하루종일 푹푹찌는 하루여서 다른 날보다 더 피곤하게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하루의 할 일이 정해져 있진 않아도 왠지 꼭 해야만하는것처럼 자동으로 집안 정리를 다하고 샤워를 하니 다른 날보다 더 몸이 노곤하더군요. 그래서 일찍 침대에 누워 쉬었습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평소엔 잠깐 잠이 들었다가도 남편이 현관문을 여는 소리가 나면 자동적으로 ' 이제 오나보네..' 라며 뇌가 감지를 하는데 현관문 소리는 커녕 남편이 샤워를 하는 소리도 안 들릴 정도로 곤히 잤던 것입니다. 남편은 혹시나 곤히 잠든 제가 깰까봐 이불을 걷고 조용히 누우려고 하더군요.

" 지금 몇신데?"
" 3시 반.."
" 응?! ...3시 반.. 뭐한다고 인자 들어오노.."
" 응 ..컴퓨터 좀 한다고..살게 있어서.."
" 집에서 하면 되지 ..이시간까지..."
" 니 ..깰까봐 그랬지.. " 

맞습니다. 전 남편과 달리 정말 예민합니다. 그렇다보니 텔레비젼 소리를 작게 해 놓아도 예민해서 잠을 못 잔답니다. 물론 조용히 남편이 노트북을 해도 어찌나 크게 들리는지 신경이 곤두서지요. 여하튼 이런 저런 이유로 이놈의 예민함때문에 제가 먼저 침대에 누웠다싶으면 정말 조심하는 남편입니다. 물론 남편은 저와 영 반대이지요. 벼개에 머리만 대면 잠을 자니까요..... 여하튼 잠 잘자는 사람들 보면 부러울때가 많아요. 간혹 제 예민함으로 인해 남편이 이런저런 신경을 써주면 오히려 미안할때가 많습니다.

" 피곤할낀데..일찍 자라.."
" 응...근데..니 오늘 와이리 이쁘노.."
" ㅎ..뭐라하노.. 자라.."
".......... " 

곤히 잠든 아내가 깨어서 미안한 탓일까 갑자기 평소에 잘 하지 않는 말을 하니 피식 웃음이 나더군요.. 그리곤 갑자기 또 그 말이 또 듣고 싶었는지 남편에게 은근슬쩍 한마디 내 뱉었습니다.

" 진짜가?!.. 그래 이쁘나.."
" 응...이쁘다... 인자...자자..피곤타.."

헐.... 한마디 더 물어 보니 말이 끝나기 무섭게 갑자기 무드깨는 한마디...ㅋ 그렇게 남편은 벼개에 머리를 댄지 몇 분만에 스스르 잠이 들었습니다. 물론 전 자다가 잠이 깬 탓에 한시간 정도 뒤척이다 잠이 들었답니다.

다음날...다른 날보다 남편이 더 멋지게 보이는 이유는 뭘까요..ㅋㅋ 아무래도 밤새 남편의 한마디가 은근 기분이 좋았나 봅니다. 여자들이 다 그렇듯이 소소한 것에 행복을 느낀다고 전 가게에 도착한 뒤에도 남편이 한 한마디가 계속 뇌리속에서 뱅뱅 맴도는 것입니다. 사실 울 남편 사랑표현 잘 하지 못하는 무뚝뚝한 경상도남자라 여자 마음을 녹이는 그런 말은 솔직히 잘 못하는 성격인데 그런 말을 했기에 더 그 한마디가 오래도록 뇌리 속에 맴돈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녁을 먹으면서 살짝 물었지요....

" 내가
그리 이쁘나? "
" 응?!..."
" 어제 억수로 이쁘다메.." 
" 깜깜해서...."
" .............."

정말 할말을 잃게 만드는 한마디였습니다.

'문디 콧구녕...뭐라꼬...해서............'

어이없어하는 제 얼굴과 달리 남편은 제게 그 말을 해 놓곤 아무렇지도 않게 웃는 것입니다.
헐.........

' 괜히 물어 봤어...괜히.....' 

전 겉으론 표현을 못하고 마음 속으로 계속 그 말을 외치고 있었습니다. 안 물어 봤으면 좋은 상상만 했을텐데하는 생각을 하며 말이죠......

'
두고 보자......... 김씨....'

p.s- 결혼하면 여자들은 소소한 것에 행복을 느끼며 산다고 하죠. 결혼생활 10년이 훌쩍 넘었는데도 여전히 좋은 말 사랑스런 행동을 더 기대하게 되네요. 그런데 참 우스운건 신혼때와는 달리 참 마음이 넓어진 것 같다는 생각도 많이 듭니다. 신혼땐 말한마디 잘못하면 그게 싸움이 되곤하는데 지금은 모든 것이 다 너그럽게 넘어 갈 수 있는 꽉 찬 그릇이 되었으니 말입니다. 여하튼 짧은 시간이었지만 남편의 한마디에 폭풍같이 즐거웠던 하루였습니다. 물론 하루 24시간은 다 채우지 못했지만 .....그래도 장난으로 한 남편의 한마디도 그저 그려려니 웃고 넘기게 되네요...세월은 모든 것을 사랑으로 수용하게 만드는 묘약 같다는 생각을 오늘 다시금 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