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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아줌마의 제주도 정착일기 11편

메르스때문에 제주도가 발칵 뒤집어졌다. 청정지역으로 명성을 높였던 제주도가 하루 아침에 무더진 셈이다. 141번 메르스환자가 제주도를 다른 가족과 함께 3박4일 여행을 한 것이다. 그것도 여행 후, 13일이 지나서 알게된 것이라 더 충격에 휩싸인 제주도다. 여행 당시 누구에게 또 감염을 시켰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 더 그렇다. 2주 동안 우리 제주도는 무방비에 메르스환자와 같이 있었던 셈이다. 인터넷과 방송에서 하루종일 검색 1위에 오를 정도로 청정지역에 메르스관광객의 출몰이 제주도민 뿐만 아니라 전국민을 놀라게 한 사건이 되었다. 아직 메르스 확진환자가 나오진 않았지만 아직도 우린 주변에서 기침을 하는 사람을 보면 마치 감염자 취급하 듯 쳐다 본다. 정말 걸리면 마치 모두 죽는 것 같이 생각되는 메르스...그 이름이 우리의 뇌리 속에서 빨리 지워졌음하는 바람을 가져 본다.

 

메르스여파메르스여파로 버스에 설치된 손소독제

2015. 6. 19

 

정말 이런 느낌 오랜만이다. 어릴적 시골 방앗간에 할머니랑 갔을때 느껴 본 그 느낌...." 이거..금방 빻아서 온거라 따듯해요..따듯할때 드셔 보세요. " 할머니의 한마디에 온 몸이 따스해짐을 느낀다. 물론 미숫가루를 담은 비닐봉지도 할머니의 온기가 그대로 느껴졌다.가게에서 한번씩 마주쳤던 할머니...어디에 사는지... 가족은 몇 명 계신지는 알 수 없지만 왠지 모르게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던 할머니의 모습처럼 푸근하다. 제주도로 이사 온 이후....난 참 많은 것을 얻고 있다. 그 중에서 제일 잊지 못하는건 아마도 사람의 따스한 정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 본다. 제주도는 장마가 시작되는 시점이라 새벽부터 날씨가 흐리고 비가 내린다. 하지만 왠지 이런 비도 낭만적이게 보이는건 아마도 넉넉한 인심을 그대로 느낀 탓이 아닐까..

 

2015. 6.22

 

제주도를 1박2일로 온다는 부산에서 같이 바리스타 공부를 한 동생이 있다. 보통 제주도라고 하면 3박4일이 대부분인데...누나가 하는 가게를 보기 위해 온단다. 말이 1박2일이지만 시간상으로 따지면 하루의 시간이다. 몇 시간 있으면 도착 한다는 동생...많이 기다려진다.

2015.6.27

 

메르스의 여파로 인해 중국인 관광객이 90%이상 줄어서 그런지 제주도 관광지는 한산한 분위기다. 방송에선 청정지역 제주도라고 뒤늦게 내용을 내 보내지만 한번 꺽인 경기는 쉽게 올라오지 않는다. 보통 이런 경우 경기가 회복되려면 최소 몇 달은 소요된다고 하니 지금 시점으론 가게를 하는 분들은 모두 힘겨운 하루를 보낸다. 특히 외국인 관광객 위주의 음식점들은 손님이 거의 없어 폐업 수준이라고 하니 메르스여파가 쉽게 그칠 줄 모른다. 하루에도 몇 번은 듣는 메르스 기사들...이젠 듣고 싶지 않은 뉴스의 한 부분이 되었다.

 

메르스여파,제주도메르스여파로 인해 제주도는 이렇듯 한산하다.

2015. 7. 1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겠지만 제주도에 이사와 정착해 산다는 것 자체가 모험이다. 누구나 초기에는 힘들다. 특히 아무 연고가 없을 경우엔 더욱 심하다. 새로운 장소에서 터를 잡고 산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지만 조금은 젊은 나이에 시작하는거라면 오히려 그 모험이 훗날 행복 가득했던 소중한 추억이 되지 않을까..하지만 직접 몸으로 부딪히며 살아 보면 나이와는 별개인 것 같다. 이번에 제주도로 내려 온 아는 동생부부도 그렇다. 부푼 마음을 갖고 내려 왔지만 막상 그것이 현실이 되니 힘들다고 토로한다. 그나마 조금 일찍 내려와 정착하는 누나가 있기에 조금은 낫다는 말에 오히려 다행이란 생각이 들기도 한다.

2015.7 . 3

 부산아줌마의 제주도 정착일기 10부


 

부산아줌마의 제주도 정착일기 10편

며칠 무덥더니 새벽부터 촉촉한 봄비가 내렸다. 온 대지를 적셔주는 비라 그런지 더위도 한풀 꺾여 시원한 느낌이 든다.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것이 오늘은 조금 힘들긴했지만 그래도 이른 아침에 가게로 나와 준비하는 과정이 늘 그렇듯이 재미나다. 여행지라 그런지 비가 오는 아침인데도 렌트카는 여느때처럼 지나 다닌다. 일기예보를 다 체크한 상황이겠지만 여행은 여행인것이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떠나려고 하면 가야 하는게 여행자의 마음인 것을...

2015. 5.30

 

초밥군커피씨가게 뒷마당 텃밭에서..

내일은 남편 아는 지인이 부산에서 제주도로 여행을 온다. 제주도로 오는 사람보다 더 설레이는 모습인 남편을 보니 왠지 짠하다. 얼마전 향수병에 걸린 것 같다는 남편의 말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내일 지인이 오면 조금이나마 기분이 업되는 날이 되었음한다. 제주도에 이사 온 후, 바쁘게 살아서 향수병이란 것을 모르고 살 줄 알았는데 남편은 그게 아니었다. 타지에서 산다는건 다 향수병을 안고 있는 것 같다. 남편이 향수병에 걸린 것 같다고 하니 나도 그런 마음이 들기도 하니 말이다. 잊고 지내고 싶었던 모든 일들이 쉽지 않다는 것을 제주도에 이사오니 더 선명하게 떠 오르는 것 같다.
2015. 6.1

 

제주도해운대와 닮은 제주도 탑동

내가 아는 사람이 오는것도 아닌데 밤에 한숨도 자지 못했다. 아마도 남편이 그토록 기다리던 지인이라 더 신경이 쓰였는지도 모르겠다. 평소 예민한 성격인 탓에 조금만 신경써도 잠을 설친다. 새벽부터 일어나 집안 일을 해 놓고 가게 출근... 그런데 왜 이렇게 아침부터 머리가 깨질듯이 아픈지 아마도 잠을 잘 못자서 두통이 온 것 같다. 거기다 비가 와서 몸이 더 처지고 힘들다. 그래도 남편 아는 지인인데 좋은 모습을 보여 주기 위해 노력했다. 2박 3일의 짧은 여행 일정으로 온 것이라 오전에 와서 점심을 먹고 내일 다시 만나기로 약속하고 지인은 제주도여행길에 올랐다.

2015. 6.2

 

 

제주도에 오면 누구나 다 따뜻한 말 한마디가 참 가슴에 더 와 닿는다. 아마도 타지에서의 생활이라 그런 마음이 더 드는지도...가게영업을 처음 시작할때만해도 솔직히 '잘 될까?' 란 생각이 많이 들었다. 아무 연고도 없는 곳에서의 첫 시작이니 걱정이 먼저 앞선건 사실이다. 하지만 난 운이 좋은 편이다. 동네 이웃분들이 좋게 봐 주고 관심을 가져 주니 말이다. 부산에서는 상상도 못했던 새벽기상도 이젠 익숙하다. 먹고 살기 쉽지 않다는 것을 단면으로 보여주는 것도 있지만 이곳에서 도심과 달리 남보다 더 열심히 하지 않으면 안되는 곳이기에 더 신경을 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조금씩 정착을 잘하고 있다는 것을 몸으로 느끼기에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2015.6.3

 

피곤이 누적된 탓일까...하는 것 없이 몸이 나른하고 피곤하고 속도 메스컵다. 그럴만도 하지...새벽에 일어나 요즘에는 늦게까지 일을 하니 더 그런 느낌이 든다. 하루종일 침대에서 조용히 잠만 잤음하는 하루이다. 따스한 햇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지만...

2015. 6.12

 

화요일에 밥을 먹으러 왔다가 우연히 제주도 방언을 적어 놨던 것을 보고 꼭 이야기해 주고 싶었다는 한 아저씨가 왔다. 인터넷에서 제법 유명한 글에서 본거라 그 말이 맞는 것인 줄 알고 적어 놨던 것이었는데 내가 적어 놓은 것이 제주도방언이 아니라 전라도사투리인데 잘 못 알고 있다며 꼭 알려 주고 싶었단다. '칫간' 이 말은 화장실의 사투리이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 말은 제주도방언이 아니라 전라도사투리였다. 그럼 제주도방언으로는 무엇으로 하냐고 물으니 제법 어렵다. 동부와 서부로 나눠지는 제주도의 지형상 방언도 차이가 있었다. 다른 지역처럼 하나의 단어만으로도 그 지역을 대표하는 사투리가 되어야함에도 제주도에는 방언 하나도 곳곳이 다르다. 화장실도 마찬가지였다. '벤소'.'통지'.'통시''통제'.. 한가지 통일이 아닌 제주도방언이다. 사람들의 말도 사실 알아 듣기 어려운 단어가 많은데 동네마다 방언이 틀리니 그 점이 여기서 살면서 또 다른 고역일 것이다.

2015. 6. 13

부산아줌마의 제주도 정착일기 9부

 

내가 제주도에서 살고 있다고 느끼게 해 준 텃밭

어린시절에는 놀이터 보다는 친구들과의 놀이공간은 대부분 집근처 하천이나 산이었던 것 같다. 물론 깊숙하지 않은 집이 가까이 보이는 그런 곳....지금 생각하면 그시절엔 시냇물 참 많았고, 물도 맑고 깨끗해서 그런지 개구리, 도마뱀도 심심찮게 눈에 띄었던 것 같다. 지금은 깊은 산골짜기에 들어가면 들을 수 있는 개구리소리가 되었듯이...

 

그나마 다행인것은 내가 이사 온 제주도는 어린시절 풍경을 조금이라도 느낄 수 있는 그런 곳이라 너무 좋다. 높은 빌딩이 들어서 햇살이 겨우 들어 오는 마천루가 있는 곳보다 푸르름이 가득하고 공기가 맑은 이곳에서 사는게 좋다. 간혹 아는 사람들이 가까이 없어 그것이 조금 외롭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 또한 시간이 지나가면 다 해결될 일이라 넉넉한 마음을 가져 본다.

 

내가 일하는 가게 뒷마당은 다양한 채소와 나무가 있다. 야자수까지 있어 '내가 제주도에 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상추, 치커리, 대파, 미나리,가지,마늘등 농산물이 가득한 텃밭 풍경만 봐도 여유로운 마음이 들기에 충분하다. 물론 내가 키우는 것들이 아니어도 보는 것만으로도 넉넉한 마음이다.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가게 뒷마당 텃밭

 

난 이 텃밭에서 어린시절 본 후, 정말 오랜만에 보는 고사리의 모습을 자세히 보게 되었다. 어린시절 고사리가 있던 곳은 깊은 산골짜기 약수터나 조금 험한 산길에 있어 어른들이 고사리가 있는 곳은 깊은 산이라고 들어가지 마라는 말도 했었다. 거기다 고사리 주변에는 뱀이 있다는 말까지...그래서 어린시절 고사리가 보이면 멀리 떨어져 걸었던 기억이 새록새록하다.

 

고사리가게 뒷마당 텃밭에서 본 고사리

가게 뒷마당엔 고사리가 곳곳에 자란다. 깊은 산골짜기에만 있던 고사리를 이곳 텃밭에서 많이 보게 되다니 처음엔 너무 신기했다. 그래서 텃밭 주인장에게 말도 안되는 이런 말을 했었다.

" 고사리 주변에는 뱀이 있다는데 여기도 있나요? "라고....

그 물음에 미소를 짓던 주인장의 모습이 선하다.

 

그럼 텃밭에 있는 고사리는 어떻게 자라고 있을까? 돌 틈사이에 뿌리를 내려 자라고 있다.

 

카메라를 자세히 갖다 대어 사진을 찍으면 마치 깊은 산골짜기에서 고사리가 나는 것처럼 묘한 기운이 느껴진다. 어릴적 추억도 사진으로 느끼게되니 요즘 카메라기술도 나름 좋은 것 같다. 사진 한 장으로 다 설명이 되니까...

 

고사리잎사귀

 

30년 만에 보는 고사리의 모습은 어린시절 추억을 곱씹어 보기에 충분했다.

 

고사리가 열리는 뿌리가 털이 뽀송하다는 것도 이번에 자세히 보고 알게 되었다.

 

돌 사이에 신기하게 자라는 고사리

 

정글에 온 듯한 고사리의 생태모습

 

고사리 뿌리 이렇게 생긴거 모르는 사람 많을 듯...

 

헉!!!!

왕거미같다.

무서버...

ㅡ,.ㅡ;;;

 

돌 사이로 점점 뿌리가 뻗어가는 모습이 신기할 따름이다. 어릴적엔 땅 속에서만 고사리가 자라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무식이 탄로나는건가...ㅋㅋㅋ

 

가게 뒷마당 텃밭은 제주도에 내가 살고 있다고 느끼게 해 주는 곳이고.. 자연의 아름다움에 흠뻑 빠지기에 충분한 그런 곳이다. 물론 휠링이 되는 그런 곳이기도 하다.

 

30년 만에 본 고사리 모습에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어린시절 추억을 비롯해 과거와 지금의 참 많이 변해버린 우리네 주변 환경에 대해서도 말이다. 물론 이곳 제주도는 다행히도 옛모습을 간식한 곳이 많아 다행이다. 그 덕분에 공기가 맑은거겠지.....

 부산아줌마의 제주도 정착일기 8부

 

부산아줌마의 제주도 정착일기 8편

5월은 참 빨리 지나가는 느낌이 든다. 월 초에 황금연휴를 시작에 제주관광협회 간담회까지 정말 정신없이 지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즐거운 일이 많아서 몸은 좀 피곤해도 기분은 좋다. 제주도에 이사 온 후, 서서히 정착을 잘 해가는 듯한 생각도 들고 흐뭇하다. 물론 아직 배울 것도 많고 해야 할 것도 많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빨리 적응하는 것 같다.누가 그랬던가... 어딜가나 적응하는 것은 자기 하기 나름이라고..그런 말이 왜 이렇게 가슴깊이 와 닿는지 모르겠다. 조만간 아는 동생도 제주도에 이주한다. 사업을 처음으로시작하는 동생이기에 우리보다 더 많은 어려움이 있을테지만 잘 이룰 수 있도록 옆에서 많은 조언을 해야하는 것이 내가 할 일인 듯 하다. 이제 낮에는 한여름을 방불케하는 더위에 조금 걱정이 되기도 한다. 더위를 유독 많이 타는 남편때문이다. 시원한 제주바람이 남편에게 땀띠가 안났음하게 해주는게 크나큰 바람이다.

 

제주도 정착기제주도 정착일기

2015. 5. 15

 

정말 오랜만에 저녁 늦게까지 가게에서 일을 하는 것 같다. 그런데 참 희한하지 피곤하지만 밤공기가 이렇게 싱그러울 수 없다. 아마도 성시경의 노래가사처럼'제주도의 푸른 밤'이라 그렇게 느껴지나 보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그런 제주도의 느낌을 이제서야 조금은 알 것 같다. 다른 날과 달리 낮에는 조용했었는데 저녁에 이렇게 손님이 많이 올 줄은 몰랐다. 재료가 떨어져 일찍 마치는 바람에 저녁에 오는 손님은 초밥 맛을 보지 못했었다.
그동안 얼마나 맛난 초밥을 기다렸을까..그 생각을 하니 미안한 마음이 든다.

 

2015.5. 16

 

요즘에는 CD에서 흘러 나오는 음악보다 라디오를 자주 듣는 편이다. 학창시절 '별이 빛나는 밤에'를 들으며 낭만을 부르짖었던 그때가 새록새록 생각날 정도로 감성적이고 좋은 음악이 많이 나온다. 아마도 공기좋고 낭만이 가득한 제주도라서 더 그런 느낌이 드는지도 모른다. 특히 조용한 팝은 더 날 감성적이게 만드는 것 같다.
2015. 5. 17

 

나도 제주도에 살기 위해 온 사람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육지에서 제주도로 일을 하러 온 사람들을 보면 남같지 않은 마음으로 바라 보게 된다.누가 그랬던가...제주도에서 잘 되면 파라다이스에서 사는 것이고, 일도 제대로 안되고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한다면 우울증이 다른 지역보다 더 잘 걸리는 그런 곳이라는 것을..오늘은 그 부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한 하루이다. 어딜가든 열심히 한 만큼 그 댓가를 인정받고 살아야함에도 그러지 못한 사람들이 많아 안타깝다.
2015. 5.18

 

출판사에 원고를 오늘 마지막으로 넘겼다. 정말 길게만 느껴지는 듯한 이번 글이다. 제주도 이사 오기 전부터 원고를 쓰기 시작했는데 참 세월이 유수같이 마지막 점검을 하는 날이 되었다. 6월 5일 인쇄를 한다는 뒷표지판을 보니 감회가 새롭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출간 날이 임박했음을 말하기때문이다. 이번 책은 더욱더 왠지 모르게 사람들의 반응이 좋을 것 같은 예감이다. 나의 예감은 늘 그렇듯이 거의 적중하는 것 같다. 물론 좋은 쪽으로 .....어제 잠을 못자고 늦은시각까지 원고마감을 해서일까..하루종일 피곤함이 밀려와 많이 힘든 하루였다. 오늘은 집에 가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씻고 바로 침대로 향할 것 같다.
2015. 5. 20

 부산아줌마의 제주도 정착일기 7

 

부산아줌마의 제주도정착일기 7탄

오늘은 우리동네 초등학교에서 운동회가 열리는 날이다. 이른 아침부터 검정색추리닝과 하얀면티를 입은 아이들이 해맑은 모습으로 학교로 향한다. 9시가 넘으니 할머니, 할아버니, 아주머니도 한껏 멋을 내고 두 손 가득 먹을거리를 들고 학교로 향한다. 참 오랜만이다. 이런 풍경.....초등학교때 느껴 본 운동회를 이곳에서 새삼 추억으로 곱씹게 되다니.. 낭만적인 제주도의 시골운동회 풍경을 담지 못해 아쉽지만 그래도 동네풍경 속에서도 충분히 그 느낌을 전달 받는 듯 하다. 오랜만에 느껴 본 정겨운 풍경...간만에 추억을 생각하게 하는 너무 행복한 모습이다. 하루 하루가 빨리 지나간다는 것은 그만큼 바쁘게 생활 한다는 것도 있고 나이가 점점 들어 간다는 이야기를 어느 책에선가 본 적이 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하면서도 때론 늘 마음은 젊게 살려고 노력하는 내 자신이 너무 좋은 것 같다. 예전에 나이 60이 넘어 보이는 분이 이런 말을 했던 것이 생각난다. '내 몸은 나이가 들었어도 마음은 30대라고...' 그 말이 가슴깊이 와 닿는 것도 나 또한 그런 마음을 갖고 있다는 증거일지도...

 제주서초등학교 용연 가족 한마당 축제

2015.5.2

 

무거운 카메라를 어깨에 메고 온 한 손님 보기에도 심상치 않는 분위기이다. 가게 들어서자 마자 구석구석 사진을 찍는 모습이 예사롭지 않다. 그런데 사진을 찍다가 갑자기 이런 말을 했다. '다른 가게처럼 가게 홍보를 따로 하지 않으냐고...' 직설적으로 이렇게 물어 본 사람은 없었기에 조금 의아했다. 손님의 이야기처럼 너무 조용히 가게 오픈을 하는 모습에 조금 이상하게 느낄 수도 있는 부분이긴하다. 하지만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아도 조금은 여유롭게 살고파 온 제주도이기에 아직은 마음이 조급하진 않다.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기론 돈이 없으면 무슨 일이든 마음 편히 하기 쉽지 않다고 하겠지만 우린 다르다.지금껏 너무 앞만 보고 달려 왔기에 조금은 쉼표를 해가며 살고 싶기에 괜찮다. 그저 물이 자연스럽게 흘러 가는대로 자연의 섭리를 따르고 싶다고나 할까..
삶....
누구에게나 소중한 것이기에 몸으로 느끼고 마음으로 느끼면서 넉넉하게 살고픈 것이 자연스런 현상이다. 하지만 우린 조금 느리더라도 우리부부가 생각하는 제주도에서의 정착 이유를 늘 생각하고 살고싶다. 조급하게 생각한다고 뭐든 다 이뤄지는 것은 아니기에 ....

 

2015. 5. 4

 

예약주문과 단체손님들이 몰려 와 일찍 마치고 오랜만에 가까운 곳에 바람쐬러 갔다. 날씨도 어찌나 맑은지 기분까지 상쾌한 하루라 몸이 날아 갈 듯 했다. 얼마만에 느끼는 휴식인가..이 내 싱그러운 공기가 내 온 몸을 감싼다.

 

 

잘 걷지도 않는 나인데.... 제주도에 오니 이젠 걷는게 더 좋다. 맑은 공기와 아름다운 풍경 그리고....바람..이 모든 것이 행복으로 다가 온 하루이다. 집이 관광지와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어 조용하니 더 없이 좋다는 생각이 든 하루다.

 

2015. 5. 5

 

이 동네 아저씨들은 달달한 커피를 좋아하는 분들이 많다. 오늘 아침 이른 시간에도 달달한 커피를 찾는 분들이 계셨다. 그 중 한 분이었던 중년 신사분이 오후에 오시더니 화사한 미소로 가게를 다시 찾았다. 그리고 같이 오신 몇 분..알고 보니 학교 선생님들이었다. 가게가 생기기 전부터 눈여겨 봤다는 말에 기분이 좋았다. 그만큼 관심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2평 남짓 작은 테이크아웃 쉼터라 조금은 불편한 장소이긴 하지만 여러 선생님들과의 짧은 대화 속에서 잠시나마 추억 속으로 젖어 보았다. 여긴 하루하루에 특별한 일이 많이 일어나는 재미난 곳이다. 비행기 소리 요란하게 들리지만 낭만으로 느낄 정도니 말이다. 아마도 제주도는 이름만으로도 모든 것이 낭만으로 수용될 수 있으니 더 그럴지도 모른다. 브레이크타임 시간에 남편이 방정리를 깔끔하게 해 놓았다. 조만간 편한 식사자리가 될 것 같아 내 마음도 편안하다. 부산에서도 그랬고 우린 창밖을 바라 보면서 식사하는 것이 운치 있을거란 생각을 했는데 부산과 달리 이곳 분들은 조금 불편해 하는 것 같아서 준비한 곳이다. '괸당'이라는 독특한 제주도 문화가 발달한 이곳에 이사 왔으니 이곳에 잘 적응하려면 이웃분들과 먼저 친척처럼 친하고 편하게 지내는게 순서인 것 같아 작은 공간이지만 편하게 마련하고 있는 것이다. 다른 지역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할 그 무언가는 이곳 제주도에 있다.

 

 

 

2015. 5.6

 

한여름을 방불케하는 날씨로 인해 지나가는 사람들의 옷차림이 한결 가벼워 보인다. 관광객들도 렌트카 보다는 걸어 다니는 분들이 많아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 좋다. 외국인들도 심심찮게 보이고 여기가 관광지라는 것을 더욱더 몸으로 느끼고 있다. 자연과 함께 아침을 열어가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제주도라 조금 느리더라도 욕심 부리지 않고 가고 싶다.우리가 욕심이 없는건 결코 아니다. 하지만 그 욕심을 너무 쫓아 가다 보면 마음과 몸이 더 힘들어진다는 것을 알기에 마음을 비워본다.

 

2015. 5. 7

 

출판사에서 전화가 왔다. 디자인 작업이 다 끝나간다고 머리말을 적어 달라고 했다.

참 길게만 느껴졌던 이번 책이다. 아마도 부산에서 다 마무리를 하지 못하고 제주도까지 와서 글을 마무리하려니 더 길게 느껴졌는지도 모른다. 생각보다 표지도 산뜻하니 이쁘게 나와 흡족한 이번 책이다. 신경을 많이 쓴 만큼 유익한 책이라 더 뜻깊다.6월 초가 빨리 왔음 좋겠다는 생각 뿐이다. 서점에서 내 책이 어느 공간에 진열될지 궁금해진다.

2015. 5.8

 

참 희한하지....관광객들 보다 주변에 가게를 하는 사람들이 더 관심을 가지니 말이다.
좋은 현상이라고 해야 하겠지만 조금은 의아했다. 애월에서 오는 사람..서귀포에서 오는 사람등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온다. 이유인 즉슨..관광지 바로 앞이나 바닷가 바로 앞에서 하는 것이 아닌 주택가 주변에서 하는데 특별해 보였다는 것이다. 가게 주위에 사는 분들은 가게세를 얼마 주고 들어 왔는지도 궁금해 한다. 왜 그런 것이 궁금할까..조용한 주택가에 화려한 인테리어도 아닌데 특별해 보인다는 말에 좋게는 들리지만 왠지 금전적인 부분을 많이 물어 보는 것이 부담스럽다. 그만큼 이 동네 사람들에겐 특별하게 보였다는 이야기도 되니 좋게 생각하련다.

2015. 5. 9

↘부산아지매의 제주도 정착일기 1부

↘부산아지매의 제주도 정착일기 2부

↘부산아지매의 제주도 정착일기 3부

 ↘부산아지매의 제주도 정착일기4부

 ↘부산아지매의 제주도 정착일기 5부

 ↘부산아지매의 제주도 정착일기 6부

 

부산아지매의 제주도 정착일기 6탄

이틀째 촉촉한 봄비가 온 대지를 적셔준다. 가게 뒷마당 텃밭도 싱그러움이 가득하다. 비가 그치면 이제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된다고 하는데..오랜만에 느끼는 자연의 풍요롭고 넉넉한 아름다움에 흠뻑 취하는 하루다.

 

2015. 4. 29

 

너무 자주 오는 비가 조금은 지겨워지려고 하는 것을 보니 오늘 컨디션이 영 아닌 듯 하다. 제주도에 이리 비가 자주 오다니 아마도 고사리장마와 겹쳐서 더 그렇게 느끼는지도 모르겠다. 오늘은 하이킹하는 사람들과 걸으면서 제주도의 아름다운 풍경울 만끽하러 온 사람들이 유독 눈에 많이 띈다. 하얀 비옷을 칭칭 감은 모습이 그래도 낭만은 살아 있다라는 단어가 떠 오를 정도로 그들의 입가엔 미소가 가득하다. 제주도에서의 아름다운 여행을 꿈꾸며 온 사람들이기에 날씨도 게의치 않는 듯 하다. 우리도 5년 전 제주도에 여행 왔을때 눈이 펑펑 내리던 날 그런 마음이었지...날씨때문에 멋진 여행을 못한다는 생각보다는 눈까지 낭만적이었던 그런 느낌이랄까......오늘 그들을 보면서 새삼 옛추억에 젖어 본다.

 

2015. 4.30

 

어제 피곤한 탓에 일찍 잠자리에 들어서 문자를 확인 안 했더니 아침에 일어나 휴대폰을 보고 정말 놀랬다. 다름아닌 어제 관광객들과 찍었던 사진이 들어 와 있던 것이다. 어찌나 반갑고 좋던지...어제 첫 손님이라 기억을 하고 있었는데 여행의 시작을  즐겁게 할 수 있어 좋았다며 오히려 더 고맙다고 하면서 다음에 또 제주도에 오면 꼭 들리겠다는 말에 감동을 받았다. 요즘같이 즐겁고 재미나게 사는 이 시간이 흘러 가지 않았음한다. 제주도에서의 하루하루는 이렇게 또 시작되었다. 오늘은 어떤 재미나 일이 우리 눈앞에 펼쳐질지 사뭇 궁금해진다. 받는 것은 많은데 '내가 해 줄 것은 무엇인지!' 그것에 대한 것들을 생각하게 만드는 곳이 바로 제주도다.

 

2015. 5.1

 

" 이거 한라봉이야..피곤할때 먹어 "
인테리어를 할때부터 관심을 가지던 나이 지긋한 아주머니가 한 분 계시다. 100% 셀프인테리어를 남편과 함께 하다 보니 가게 영업을 한 지 한 달도 안되었는데, 마치 몇 년은 가게를 운영한 듯 주변에 사는 분들이 오래 알고 지내던 이웃처럼 친근하게 느껴진다. 정말 관심이 많고 따듯한 사랑이 많은 동네에서 장사를 하는 것이 어찌나 복인지 모르겠다. 가게 인테리어를 직접 하다보니 많이 허접하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은 그것이 더 정감이 있어 보이고 좋다며 오히려 다독여 주신다. 오늘 한라봉을 가져다 준 분도 그랬다. 도자기 공예를 배우러 다니신다고 하시면서 선뜻 처음 만들었다는 추억이 가득한 도자기를 가져와 인테리어에 조금이라도 보태라고 하셨다. 너무 고마운 나머지 마음 속으론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아무 연고없이 정착지로 택한 제주도는 따듯한 분들 덕분에 하루하루가 즐겁다. 아니 행복하다. 이것이 바로 사람 사는 냄새가 솔솔 나는 그런 곳이 아닐까싶다. 관광객들이 많이 지나다니긴 해도 난 이곳 용담동 사람들이 더 좋다. 돈 벌려고 왔는데 참 희한하지.....사람 냄새가 솔솔나는 그런 정겨움이 더 좋으니 말이다. 엄마가 살아 계셨다면 얼마나 좋아 했을까....잠시 눈시울이 붉어진다.
" 엄마..나...제주도에서 잘 살고 있어요. 하늘나라에서 보고 계시죠..보고 싶습니다. "

 

 2015.5. 2

 부산아지매의 제주도 정착일기 5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