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경기에 자영업이 많이 늘어 난다고 하는 말이 정말 실감 났던 지난 1년의 시간이었습니다.
작은 가게이지만 나름대로 잘 해 볼거라고 시작했지만 정말 쉬운 일이 하나도 없다는 것을 뼈져리게 느끼며 횟집을 운영하였습니다. 대출을 받지 않고 조금 모아 둔 돈으로 시작해 처음엔 솔직히 좀 힘들었었지요. 하지만 대출을 받아 큰 가게를 시작해 돈을 많이 벌어야지 하는 마음 보다는 조금은 새가슴이었지만 남들이 보기엔 볼품없는 콧구멍만한 가게로 보일지 몰라도 욕심을 가지지 않고 적게 벌더라도 돈(대출)때문에 걱정하지 않는 생활을 원했습니다. 사실 이런 말 남편에겐 하진 않았지만 처음엔 작은 가게를 보고 부끄럽기도 했지요. 어짜피 가게를 시작하게되면 가족 뿐만 아니라 많은 지인들이 물어 찾아 올텐데 콧구멍만한 가게를 보면 실망할 것 같은 생각을 많이 했었답니다.

" 뭔데..이런 콧구멍만한 가게에 누가 오겠노? "
" 횟집인데 테이블이 너무 적은거 아니가? "
" 주차장도 멀고 불편해서 누가 오겠노.."
" 주위 상가들은 다 죽었구만..뭘 보고 가게 계약했노.. "
" 집하고 너무 멀다.."

처음 가게를 보고 제가 남편에게 한 말입니다.
하지만 남편은 제가 짜증 섞힌 말로 궁시렁 거려도 오히려 잘 되거라고
걱정하지 말라며 다독이더군요.

" 요즘 같이 불경기에 괜히 돈 많이 주고 큰가게 했다가 장사 안되면
더 머리 아프다.
처음 시작하는거니까 시험삼아 작은 것 부터 차츰 차츰 키워 나가자.."

남편의 말이 옳았습니다.
사실 그 말을 긍정적으로 해석하기엔 나름대로 시간이 필요했지요.
도로변이긴해도 주변 상가가 거의 다 죽어가는 상황인데다가 아는 사람 하나 
없는
남의 동네에 와서 장사를 하기가 솔직히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남편은 정말 열심히 일을 했습니다.
잠도 하루에 2~3시간 정도 밖에 안자고 늘 연구하고 노력하였지요.
그런 남편의 노력을 하늘도 안 것일까요..
불경기에 죽어 가는 상가에서 가게를 연 지 몇 개월만에 가게안은
늘 사람들로 만원이었답니다.

뭐..만원이라고 해 봐야 테이블 5개 뿐이었지만 하루에 2~3회 회전을
하며 쉴 시간..
아니 밥 먹을 시간이 없을 정도로 바쁜 시간을 보냈습니다.

" 피곤하제..."
" 응...그럼 집근처에  가게 얻을까? "
" 집근처?!.."
" 그래.. 집 근처에 얻으면 가게 왔다갔다하는 시간도 줄일 수 있고
피곤한 것도 좀 덜할거 아니가.. "
" 그렇긴한데.. "

솔직히 말로 표현 못할 정도로 많이 피곤했답니다.
둘 다 어느 순간 일에 지쳐가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지요.
돈도 돈이지만 늘 피로가 쌓이는 느낌에 건강에 염려가 되어 우린 집
근처에 조그만
가게를 얻었습니다.

그런데 생각했던 것과 달리 장사가 너무 안되는 것이었습니다.
얼마 되지 않지만 나름 노하우가 있어 잘 될거라 생각했었는데 영 아니었습니다.
전에 장사했던 자리는 횟집을 하던 자리라 나름대로 사람들이 인지했는데..
집 근처에 가게를 얻은 자리는 횟집이 있던 자리가 아니었기때문에 횟집으로
자리
잡는데 정말 힘들었답니다.
거기다 설상가상으로 올 초..
봄에는 일본 지진의 여파로 회를 먹는 분들이 많이 줄어 큰 타격을 받았고..
여름엔 뭔 놈의 비가 그리도 많이 오는지 사람들의 발길이 뚝 끊겼지요.

' 걱정이네.. 우짜노.. 이러다 가게 문 닫는거 아니가?!...ㅠㅠ '

이런 생각에 하루 하루가 힘든 나날이었습니다.
하지만 남편은 저처럼 그저 안된다고 푸념만 하지는 않았답니다.
늘 연구하는 모습 그 자체였지요.

" 회 가격을 거품을 빼면 어떻겠노.."
" 배달하는 회도 쿠폰제로 하면 괜찮겠제..
통닭집처럼..그럼 단골이 생기지 않겠나.."

" 배달시간 보상제하면 어떻노.. 배달이 늦으면 소주 서비스 주고..
그럼 빨리 배달해 달라고 재촉하지 않을거 아니가..
피크시간대엔 괜찮을 것 같은데..."
" 회도 세트메뉴하면 골라 먹을 수 있어 괜찮을 것 같은데.."
" 포장해 가는 손님에겐 양을 더 많이 주면 나을 것 같은데..
그럼 배달비도 아낄 수 있고.. "
" 소주값을 싸게 하면 회를 일부러 시켜 먹을 것 같은데..
술 값은 조금 손해 보더라도 그것때문에 회를 시킬거 아니가.."
" 재밌게 멘트를 넣어 서비스 주는건 어떻노.."
손님들이 감동하는 초보사장의 못 말리는 장사 노하우..


 

정말 남편의 머리 속엔 다양한 아이디어가 하루에도 몇개는 튀어 나 올 정도였지요.
그만큼 경기가 안 좋은데다가 시기적으로 장사가 안되는 시점이라 힘들어서
살려고 발버둥치는 모습이 그대로 엿 보였습니다. 
열심히 살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이번에도 하늘이 알았던 걸까요.
남편의 아이디어가 가득한 나름대로 신경써서 낸 횟집광고가 조금씩
사람들의 관심으로 매출을 늘려 주었습니다.
심지어는 광고주도 횟집 광고가 다른 곳과는 달리 특이해 괜찮다는 반응이었지요.
사실 보통 횟집광고는 싯가 얼마, 어종을 적는게 다 였거든요.
여하튼 나름대로 남편의 열정이 깃든 광고는 빛을 발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
그 열정에도 빛을 발하지 못하는 날이 있었으니 바로 비 오는 날이었답니다.
대부분 사람들이 다 그렇게 생각하실 비 오는 날엔 회를 안 먹는다란
속설때문에 울 가게도 다른
횟집처럼 완전 비 오는 날 죽 쑤는 날이었죠.

" 비 오는 날 ..마냥 그냥 앉아서 놀 순 없다..뭐.. 좋은 생각 없을까?! "
" 사람들 인식이 그런데 우짜겠노.. "
" 음...........맞다.. 그라믄 되겠네.."


또 남편의 뇌리는 빠르게 움직였습니다.
그리고 찾은 번뜩이는 아이디어..
그것은 비 오는 날 특별한 서비스를 제공하자는거였지요.

" 비 오는 날엔 뜨신(뜨거운) 국물이 당기니까 매운탕을 서비스로 주자.."

" 뭐?!.. "
" 매운탕을 일부러 시키면 그것도 돈인데 공짜로 주면 그 맛에 회
시킬 것 아니가..
어떻노.. 괜찮제.. "
" 마...다 퍼주라..."

아무리 번뜩이는 아이디어긴해도 솔직히 이건 아니다 싶었습니다.
왜냐구요..
회 값도 다른 집에 비하면 완전 싼 가격인데다가..
거기다 회 양도 많이 주는데 이젠 또 매운탕까지 공짜로 주자고 하니
어이가 없었답니다.

사실 다른 집에는 회 가격안에(생선값+가게세+인건비+재료비+부가세+기타잡비)등이
포함된 가격을 측정하는데 우리 가게는 생선값+가게세만 포함시켰거든요.
거품을 완전 빼도 다 뺀 셈인데 ....
여하튼 처음엔 안 된다며 언성을 높이기도 했답니다.

 

그런데..
이게 왠 일...
남편이 생각해 낸 아이디어가 의외로 괜찮은 결과로 나왔습니다.
'비 오는 날 매운탕 서비스 ' 란 말에 비 오는 날이면 전화통에 불이 날 정도였지요.
한마디로 다른 횟집들은 비 오는 날 완전 손님이 뚝 끊기는 날인데..
우리 가게는 평상시보다 비 오는 날이 더 회 주문 고객이 많을 정도였습니다.
남편의 아이디어가 이번에도 적중한 셈이었죠..

금요일부터 비가 부슬부슬 내리더니 주말에 꽤 많은 비가 내렸습니다.
오늘도 날이 흐리더니 저녁부터 비가 한 두방울씩 내리더군요.

따르릉~~~~~~

" 또 시작이다.."

비가 내리자 마자 울려 대는 전화소리..
오늘도 기분 좋게 회 주문을 받았습니다.
회 포장을 하며 마음 속으로 남편을 보며 크게 이렇게 외치고 있었습니다.

' 자기야.. 나... 비 오는 날이 너무 좋다...' 고 말입니다.

p.s - 경기가 어려울 수록 자영업자들이 많이 늘어 나고 있다는 뉴스를 봤습니다.
그래서 차도 1톤 트럭이 가격도 많이 올랐고 많이 팔린다고 하더군요.
그래서일까요..예전보다 길거리를 지나다 보면 트럭에 과일, 생선, 잡화등을
싣고 다니면서 파는 분들이 많이 보였습니다.
그 모습을 볼때마다 콧구멍 만한 작은 가게를 운영하는 자영업자의 한사람으로
많은 것을 느낍니다.
모두가 다 잘 살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 하더라도 열심히 살려고 하는 사람들에겐
그 만큼의 노력의 댓가를 얻었음하는 마음입니다.
자영업자를 하는 많은 분들 조금 어렵더라도 꿈을 잃지 마시고 열심히 살았음합니다.
홧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