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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8.18 결혼 11년 차, 멋 부릴려고 머릴 자르려다 삭발된 황당한 사연.. (5)
 

결혼하고 지금껏 남편은 미용실에 간 적이 없습니다.

그렇다보니 한달에 한번 꼭 머리 손질을 해야하는 저와는 달리
미용실에 가지 않는 남편 덕분에 꽤 많은 돈이 절약되었습니다.
왜 남편이 한번도 미용실에 가지 않았냐구요.
그건 바로 남편은 스스로 머리를 잘 자르기때문입니다.
일명 바리깡(이발기)이라고 불리는 이발기계로 머리를 정리하지요.
저 뿐만 아니라 남편도 깔끔한 외모를 지양하는 타입이라 머리가
긴 것을 정말
못 견딘답니다.

평소에는 한 달에 한 번 자르는 머리인데..
여름이라 덥다며 2주밖에 안됐는데 머리를 자른다고 하더군요.
사실 올 여름 중부지방에는 비가 많이 와서 햇볕 보기 힘들었지만..
남부지방 즉 부산은 완전 폭염으로 펄펄 끓는 가마솥안에서 사는 것
같답니다.

다른 날 같으면 ..
" 2주 밖에 안 됐는데 무슨 머리를 자른다고..좀 더 길러도 되겠구만.."
이렇게 말을 했을텐데..
저 또한 더워서 한달을 못 기다리고 2주만에 미용실에 가서 머리를 잘랐던지라
남편에게 속시원하게 이렇게 말 했지요.

" 그래.. 마..잘자라.." 고 말입니다.

샤워하기 전 머리부터 자른다고 욕실안에 이발기를 들고 들어간 남편은
평소와 마찬가지로 신문지를 세면대에 펼쳐 놓고 머리를 잘랐습니다.



윙~윙~~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남편이 절 다급히 불렀습니다.

" 왜? 무슨 일인데.."
" 여기 봐봐.. 이상하제.."


" 뭔데?!...그 머리.. ~~"
" 웃지말고 ..진짜로 이상하제.."
" ....."
" 우짜노... "
" 왜 그렇게 됐는데.."
" 사실은..
 지그재그로 모양내서 멋 좀 낼려고 손 좀 살짝 됐는데 이렇게 됐네.."


헐....
그 말에 전 어이가 없었습니다.
'나이가 몇 살인데.....' 라는 생각으로 말이죠.

남편은 거울을 뚫어지게 보더니 허탈한 모습을 하며 괴로워하더군요.
그러더니 결심을 한 듯 갑자기 머리를 밀기 시작했습니다.

" 자기 ..지금 뭐하는데.."
" 쥐 파묻거같다 아니가.. 마.. 밀어 뿔라고.."

윙~~~.

ㅎㅎ...
말은 안 했지만 솔직히 남편의 행동은 탁월한 선택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괴로워하며 머리를 자르는 모습이 좀 안타깝게 보이기도 하더군요.
왠지 어릴적 저 또한 멋지게 보일려고 앞 머리를 혼자서 손질하다 완전
앞 머리가 눈썹 위 아니 훨씬 위로 올라가 완전 바가지 머리가 되어
괴로워했던
순지무구한 소녀의 모습과 비슷하게 느껴지더군요.


지금껏 많이 짧은 머리는 봤어도 이렇게 삭발된 남편의 모습을 보니
좀 우습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고 뭔지 모르게 여러 생각이
뇌리를 스쳐지나갔습니다.

그 와중에 장난기가 발동한 저 남편에게 한마디 건냈지요.

" 스님.. 너무 멋지십니다.." 라공..
ㅋㅋㅋ....

솔직히 처음 봤을땐 너무 어색했는데..
나름대로 깔끔하고 귀엽더군요.
뭐.. 사랑하면 뭐든 이뻐 보인다고 하더니 결혼 11년 차이지만
아직도 신혼같은 느낌으로 설레며 살고 있는 것 같네요.

무더운 날씨에 요즘 부쩍 힘들어하는 남편..
그래서일까요..
시원하게 머리를 자르고 샤워를 한 뒤 침대에 눕자마자 바로 꿈나라로 갔네요.
근데 왜 이렇게 오늘따라 남편 머리만 보이는지..
여하튼 처음이라 적응이 안되긴해도 시원하게 보여서 좋습니다.



앗...
울 남편 귀염둥이 캐릭터 그림인데 이제 삭발로 바꿔서 그려야 할까 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