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제주도에서 살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하는 이웃들
전날 아무리 피곤해도 알람이 울리지 않았음에도 눈이 자연스럽게 떠 지는 것을 보면 이젠 제주도 생활이 몸에 잘 적응이 되고 있다는 증거일지도 모른다. 제주도로 이사하고, 가게 구하고 정말 바쁜 시간을 몇 달동안 다 이뤘으니 피곤한건 당연한 일이다. 그래도 출근하는 길이 가벼운 이유는 아마도 오늘은 '어떤 손님들과 또 눈을 마주칠까?' 하는 생각때문인지도 모른다. 거기다 제주도에서 느끼는 아름다운 자연을 늘 가까이 느낄 수 있어서 더 기분이 좋을지도..
가게 뒷마당에는 작은 텃밭이 있다. 적은 양지만 채소를 심어 보았다. 물론 텃밭 주인장의 친절한 설명을 들으며 심은거라 실패할 것 같진 않다.
처음으로 심은 채소 그러나.... ㅠㅠ
그런데 왠지 심어 놓으니 텃밭에 채소밭과 다른 느낌이라 걱정은 된다. 그래도 어설프긴하지만 며칠 지나면 싱싱한 채소가 고개를 내밀겠지..낮에 햇살이 가득한 장소로 내가 심어 놓은 채소를 일일이 옮겨가며 시간 가는 것만 기다려 본다. 퇴근시간이 다 되니 내가 좋아하는 라디어 음악방송에서 낭만적인 음악이 흐른다. 노을지는 아름다운 제주풍경과 너무도 잘 어울리는 음악이라 그런지 음악을 듣는 이 시간이 안 지나갔음하는 바람이다. 이놈의 감성은 나이가 들어도 여전하니 나이가 들어 간다는게 싫어진다. 아니 마음은 안 그런데 외모적으로 점점 세월의 흐름에 맞게 변해가는 모습에 씁쓸해진다.
2015. 5.21 일기 중..
아침에 일찍 가게에 도착해 여느때처럼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그리고 어제 내가 심어 놓은 채소의 상태를 점검하려는 순간...텃밭에서 작업을 하던 주인장의 하는 말....
" 내가 직접 해주는건데.. 그렇게 심으면 안돼.."
" 네?!.. "
" 심을땐 뿌리부분을 하나씩 떼어내 윗부분을 잘라서 흙에 잘 넣어 둬야지..농사 처음 지으니...ㅋㅋㅋ"
" 아...네....전 그냥 심으면 되는 줄 알고...헤헤~"
텃밭주인이 보고 황당해 한 모습
친절하게 설명을 해줬지만 중요 키포인트를 듣질 못했다. 그게 큰 실수였다. 새벽에 텃밭을 관리하러 나왔다가 잔파를 심어 놓은걸 보고 한바탕 웃었다고 한다. 상추가 많이 자랐다고 따 먹으라고 해 지렁이가 무서워서 못 따 먹겠다고 했더니 친절한 텃밭 주인장은 먹을만큼 상추도 따 주셨다. 지렁이가 있다는 것은 땅이 그만큼 건강하다는 뜻이긴 하지만 무서운건 무서운거다. 어릴때부터 유난히 벌레를 무서워하다 보니 지금도 무서운 것보다 싫어한다.
가게 뒷마당 텃밭
난 참 복이 많다. 가족같이 생각하는 이웃분들이 많아서 말이다. 아침 일찍 가게 출근하는 것을 알기에 어느날은 숟가락만 놓으면 된다고 집에서 아침을 같이 먹자고 했다. 누가 선뜻 그런 말을 해 주겠는가.. 도심에서는 그랬다. 누가 옆집에 사는지도 모르고 살았고, 인사를 해도 관심있게 보는 것 보다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그런 곳이었다. 그래서인지 언제부터인지는 몰라도 나도 이기적인 사람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난 그게 너무 싫었다.
어린시절, 이웃사촌이란 것이 어떤건지 잘 보고 자란 탓에 어느 순간 이기적으로 변한 도심생활이 지긋지긋해졌다. 사람이 살면 몇 백년을 사는 것도 아닌데 지금 살아 온 것을 뒤돌아보면 아쉬운 점이 많다. 따듯한 사람들이 많은 제주도에서 외롭지 않게 사는걸 보면 참 좋은 동네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느낌 ....계속 가겠지!...... 그랬음좋겠다. 그렇게 되겠지!
2015. 5.22 일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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