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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당한 사연'에 해당되는 글 18건

  1. 2014.09.26 택배아저씨의 한마디에 멘붕이 온 사연... (19)

택배아저씨의 한마디에 멘탈붕괴

때론 살면서 생각지도 못한 일에 당황하곤 한다. 물론 그로 인해 때론 웃기도 하고 때론 울기도 하는 엇갈린 일을 경험한다. 난 오늘 말로 표현 못할 황당함에 멘탈붕괴가 오는 어이없는 일이 있었다. 바로 택배아저씨의 한마디때문이다. 며칠전 남편이 물을 시켰다는 말을 들었었는데 아침일찍 택배아저씨가 전화를 했다. 평소 같으면 택배가 저녁쯤 오는데 오늘은 제법 빠른 시간에 택배가 와서 조금 놀라기도 했다. 아마 어제 택배 일이 많아서 뒷날 제일 먼저 받게 된 케이스인 것 같았다.

 

" 여보세요..택밴데요..지금 집에 있으요? "

" 네...있습니다. "

" 알았으요.. 그럼 5분 안에 갈테니까 대문 열어 놓으쇼.."

 

평소에 듣는 경상도 말 보다 더 무뚝뚝해 보이는 말투였다. 아마 다른 지역 사람이 그 말투를 들었다면 아마 싸움을 하는 듯한 착각까지 들 정도라는 생각이 들었다. 5분이면 도착한다며 큰소리 뻥뻥 치던 택배아저씨는 시간이 지났는데도 오지 않았다. 한 10분이 더 지났을때 밖에서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난 잽싸게 대문을 열었다.

 

" 000씨 배우자 맞죠? "

" 네?!..."

 

순간 멘붕이 왔다. 000씨는 바로 내 이름이다. 고로 아저씨는 날 남자로 착각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난 당황하지 않았다. 평소에 머리를 짧게 잘라 남자처럼 보였을 수도 있겠다라는 자기 체면을 걸고 있었다. 그런데....이게 무슨 일.... 날 한 번도 아닌 두 번을 당황하게 하는 택배아저씨의 말....

 

" 이것 좀 받아 주소..무거워서 내리기 힘드네.."

" 네에?!.. 네...."

 

날 남자로 본 것이 틀림없다는 확신이 들었다. 사실 택배를 받는 사람이 여자였다면 아저씨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받아 달라는 소리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 아무리 겉모습을 남자로 봤어도 목소리는 분명 여자 목소리로 들었음에도 아저씬 끝까지 날 남자로 본 것이 틀림이 없었다. 택배아저씨가 가자마자 이런 멘붕은 처음겪은지라 한동안 멍하니 앉아 있다 남편에게 이 황당한 일에 대해 문자를 넣었다.

 

 

"나.. 금방 황당한 일 겪었다.

택배아저씨 전화왔데 그래서 문 열고 기다렸거든...

근데 오더니 대뜸 하는 말...000씨 배우자 되시죠..이러더라..

아저씨 내가 남자인 줄 알았나 봐.."

 

 

 

 

 

그런데 위로 받으려고 했던 남편의 답장은 그저 웃기다는 표정이었다.

 

" ㅋ .."

 

난 사진을 찍어 보내면서 이렇게 카톡을 또 보냈다.

 

 

"그러면서 덧 붙이는 말... 좀 받아 주이소..."

 

 

 

그런데 더이상 답이 없는 남편... 역시 무뚝뚝한 경상도 남편이다. 난 포기하고 남편에게 오늘 아침에 만들어 준 커피향에 대해 물었다 그랬더니 역시나 짧은 대답....

 

" ㅇ"

 

뭐.. 평소 카톡 문자는 늘 무뚝뚝한 버전이라는 것을 알기에 그저 하소연을 했다는 것만으로 내자신을 위로했다. 그런데 문제는 저녁에 와서 보더니 물이 한박스 더 와야 한다는 것이다.

 

" 아저씨한테 이게 다냐고 물으니 이것 뿐이라고 하던데.."

" 아이다.. 원래 2박스 시키잖아.. 나중에 확인해 봐야겠다. "

 

그렇게 남편은 인터넷으로 주문현황을 확인했고 역시나 아저씨는 물을 한박스만 갖다 주고 간 것이다. 그 사실을 택배아저씨에게 알려야겠다고 남편이 전화하니 아저씨 왈....

 

" 남자분한테 다 갖다 줬으요.. "

" 네에?!.. 한박스 밖에 안 왔는데요.."

" 몰라요..난.. 다 배달했으니까.."

 

그렇게 막무가네로 아저씨는 전화를 끊어 버렸다. 남편은 정말 어이가 없다면서 황당해 했고 나 또한 '남자분한테 갖다 줬다' 는 말에 멘붕이 제대로 왔다. 아무리 바쁘고 힘든 택배 일이지만 개수를 정확히 확인도 하지 않고 일을 하는 것에 좀 화가 났다. 하여간 난 엉겹결에 완전 남자가 되었고 오지 않은 또 다른 한 박스는 반품한 상태로 종결되었다. 물론 서류상으로 ..... 끝까지 두 박스 다 갖다 줬다고 우기면 조금 치사하지만 집 앞에 설치된 CCTV를 보여 줘야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