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횟집을 하다 보니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을 접하게 됩니다.
그렇다 보니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늘
자연스럽게 듣게 된답니다.
처음엔 내 생각과 많이 상반된다고 싶으면 조금 껄끄럽게 들리기도 했는데
이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주관적인 아닌 객관적인 관점에서 듣다 보니
나름 재밌기도 하고 손님들을 만나면서 살아가는 우리네 삶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할 수 있게 되더군요.

오늘은 지금껏 횟집을 하면서 좀 색다른 손님을 만났습니다.
가게에 들어 설때부터 다른 손님과 달리 복장부터 남달랐던 손님.
한 눈에 봐도 낚시꾼처럼 보였는데 가게에 들어서자마자 남편과 절
조금 황당하게 만든 손님이었지요.

" 사장님 우럭 살은거 두 마리 얼맙니꺼?  사 갈라꼬요.."
   ('활우럭 얼마입니까? 사갈라구요?' 의 부산사투리.)

" 네에?!..회로 안 가지고 가고 산 채로요? "

" 네..2마리면 되는데.."

남편과 전 손님의 말에 좀 적잖게 당황했답니다.
횟집에 와서 활우럭을 사 가지고 간다는 말은 처음 듣는지라 더
그랬는지도 모릅니다.

물론 남편은 왜 활우럭을 사 가려는지 궁금해 먼저 손님에게 묻더군요.

" 사실은 .. 오늘 낚시를 갔는데 고기 한 마리도 못 잡았거든요.
그래서요.."

" 아...네...그럼 골라 보세요.. "



남편은 수족관으로 데려가 손님에게 고기를 골라 보라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남편에게 크기는 상관없고 집까지 가는데 살아만 있으면 된다고
팔팔한 것으로 골라 달라고 하더군요.

" 근데..꼭 이렇게 사 갈 필요 있습니까?
고기 못 잡았다고 하면 되잖아요... "


남편은 수족관에서 고기를 고르며 손님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랬더니 손님은 조금 쑥스러운지 얼굴을 붉히며 왜 고기를
집에 사 가지고 가야 하는지 자세히 털어 놓더군요.
손님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조금은 이해가 가기도 했습니다.
솔직히 회가 아닌 활우럭을 꼭 사가야 된다는 손님의 이유에
더 황당했는지 모릅니다.

손님의 사연은 이렇습니다.↓
손님은 얼마전부터 처가에서 부모님과 같이 생활한다고 합니다. 
한마디로 처가살이..

그런데 처음엔 그런 걸 못 느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늘 자신이 
혼자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하더군요.
아내도 처가에서 생활하고 나서부터는 무슨 말만하면 친정위주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면서..

그런 소외되어 가는 자신을 위해 쉬는 날이면 한번씩 혼자서 조용히
낚시를 다니며 낙을 찾는다고 했습니다.

물론 낚시 하러 가는 것을 싫어하는 아내와 장모님의 비위를 조금이라도
맞추기 위해 낚시를 가면
꼭 고기를 잡아 가지고 간다고..
그런데 오늘은 고기 한마리도 잡지 못하고 허탕만 친 하루인데다가
너무 늦은 시간이라
집에 가면 눈치 보일까 싶어 일부러 우리가게에
들렀다고 하더군요.


무슨 일로 처가살이를 하는지는 몰라도 처가살이를 하면서 힘들게 사는 한

남자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조금은 안쓰럽게 느껴지기까지 했습니다.

" 이거..이거 어때요? 제일 팔팔한데.."
" 네..좋네요.. 그거로 주세요.. 잠시만요.."


손님은 가지고 온 낚시가방을 열고는 이곳에 넣어 달라고 하더군요.
남편은 능숙한 솜씨로 우럭을 낚시가방에 넣었습니다.

" 얼만데예? "
" 2만원만 주세요.."
" 네에?!..이렇게 큰 걸 주셨는데..2만원이면 너무 싼 거 아닙니꺼.."
" 원래는 더 받아야하는데 2만원만 받겠습니다."


손님은 싼 가격에 친절하게 대해준 남편에게 고맙다는 말을
여러차례하고는 집으로 돌아 갔습니다.

손님이 간 후 곰곰히 생각해 보니..
' 세상 참.. 아무리 사랑하는 배우자의 부모님이라도
같이 산다는건 서로에게 그리 편하지 않는 것 같다'
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시어른들을 모시고 사는 며느리나..
친정부모님을 모시고 사는 사위의 입장은 다 똑같다는 결론과 함께 말입니다.

 

                   


5월은 각종 행사가 많아서 그런지 초부터 날짜가 참 빨리 지나가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어린이날을 시작으로 어버이날, 스승의 날, 석가탄신일, 부부의 날...
일주일에 한번씩은 큰 행사가 있으니 더 그런가 봅니다.
다른 집들은 어린이날이 나름대로 제일 신경이 쓰인다고 하는데..
우린 아이가 없다 보니 어버이날이 제일 큰 행사입니다.

" 자기야.. 이번 어버이날 뭐 해 드리까? "
" 어버이날.. 니가 알아서 해라.. "
" 뭐라하노.. 그런 말이 어딨노..으이구.."

마음은 누구보다도 여리면서 말은 참 무뚝뚝 그 자체인 남편의 모습에
괜히 물어 봤다는 생각이 올해도 쏴~
해마다 어버이날만 되면 늘 이렇 듯..
제 물음에 늘 비슷한 대답을 한답니다.

한마디로 제가 다 알아서 잘 할거란 생각을 하면서 말이죠.

그런데 올해는 왠지 남편의 의중을 더 묻고 싶어지더군요.
왜냐하면 시누가 어버이날이라고 시댁에 와 있기때문에 조금 신경이
더 쓰여서 그랬는지 모르겠네요.


" 올해는 동생도 와 있는데 솔직히 좀 신경 쓰이네.."
" 뭐가.. 그냥 하는대로 하면 되지.. 마..됐다..
니 신경 쓸 필요없이 회 좋아하시니까 많이 가져가면 되겠네.."

" .....으이구.... 마..내가 알아서 하께.."
" 내가 니한테 미안해서 그렇지.."

괜히 물어 봤다는 듯 남편에게 '내가 알아서 한다' 고 말을 하니
갑자기 저자세로 나오면서 저보고 '미안해서 그렇지'라고 하며
말꼬리를 흐렸습니다.


" 갑자기 뭐가 미안한데?."
" 난 장인,장모님한테 제대로 해 드린것도 없는데 어버이날이라고
우리 부모님을 늘 잘 챙기는거 보면 고맙고 미안해서 그렇지.. "
" 뭐라하노..그래도 살아 계실때 자기도 신경쓰고 잘 했잖아.. 새삼스럽게.. "

그랬습니다.
어버이날만 되면 무뚝뚝하게 말은 그렇게 했어도..
남편은 절 많이 아끼고 사랑했던 것입니다.
거기다..
어버이날만 되면 천진무구하게 시어른들을 챙기는 아내의 모습에
미안했던 것이구요.

솔직히 저도 남편에게 말은 안해도 부모님의 제삿날이나 어버이날엔
절 낳아주신 부모님 생각을 많이 했었는데..
말로는 표현하지 않았지만 ..
남편도 제 마음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던 것입니다.


' 문디... 그런 것도 모르공...
어버이날만 되면 말로는 표현 못하고 부럽기도 하공..
좀 서운한 마음도 가졌었는데..'



갑자기 남편의 따뜻한 말 한마디에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왠지 남편의 속 깊은 말 한마디에 '아직 난 멀었구나'하는 생각까지 들더군요.
부부란 서로 눈빛만 봐도 안다는데 전 말을 해야 여전히 그 진실을 이해하니
남편보다 아직 멀었나 봅니다.

우리 부모님도 남편의 말에 하늘나라에서 흐뭇하게 미소지을 것 같네요.
사랑하는 딸을 옆에서 늘 따뜻하게 생각하고 챙겨줘서 말입니다.

"고마워요... 여.....봉..."

ㅎ...
눈에는 눈물이 고이는데 갑자기 '여~봉' 이라고 하니까
닭살스러워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오네요..
여하튼 ..
남편 못지 않게 저또한 무뚝뚝함 그자체입니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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