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터데스크 관리자

도움말
닫기
적용하기   첫페이지 만들기

태터데스크 메시지

저장하였습니다.

'첫사랑'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1.05.17 결혼 11년차 부부, '나 이럴때 첫사랑이 생각나..' (3)

며칠전 동창회 모임이 있어 경주에 갔다 왔습니다.
오랜만에 탄 기차여행인데다가 날씨까지 좋아서 더 멋진 여행길이었습니다. 
그런데 간만에 한 여행이라 그런지 몸이 좀 찌푸둥하더군요.
그래서 몸도 좀 풀겸..
아침에 잠깐 운동을 갔다 온 후 집에서 하루종일 쉬면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솔직히 한 것도 없는데 조금 피곤하더라구요.
나이는 못 속인다고 하더니 몸이 대신 말을 해 주는 것 같더군요.
참 희안하게 나이가 들어가면서 마음은 안그런데...

" 자기야..우리 오늘 저녁에 맛있는거 시켜 먹자.."
" 니 알아서 해라.."

사실 저녁이 하기 싫은 날은 이렇게 남편에게 시켜 먹자고 말하곤 합니다.

" 간만에 경주 갔다오니 좋더나?.."
" 응...기차도 오랜만에 타서 기분도 색다르고..
  여하튼 말로는 표현안되는데 좋았다...고맙데이.."
" 내가 뭘...."
" 있잖아..참 사람 기분이 묘한게.. 
 오랜만에 기차를 타서 그런지..학창시절 소녀같은 기분이더라.."
" 으이구..갑자기 소녀가 되서 돌아오셨셰요.왜.. 첫사랑 보러 가는 것 같더나.."
" ㅎㅎ.. 왜 이러실까용.... 유도질문을.."
" ㅎㅎ..."

우린 저녁을 먹으며 싱거운 대화로 여행길의 피로를 날려 버리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평소 대화를 많이 나누는 편이지만,
기분좋게 대화를 나누니 기분이 업되고 좋더군요.

" 자기 첫사랑은 지금 잘 살고 있나?.."
"모르지.. 지금...난 얼굴도 기억 안난다.."
" 치....거짓말..ㅋㅋ.. 그 말을 누가 믿노..."

울 남편 제 질문에 눈에 보이는 거짓말을 하더군요.
누구나 잊지 못할 첫사랑은 있는 법이잖아요.
그리고..
첫사랑이 결혼까지 이어지지 않았더라도
그때 그 감정은 늘 마음속에 있는게 사람의 심리인데..
얼굴도 기억 안난다는 말은 ..
현재 결혼해서 사는 사람에 대한 예의상 잘 대응하는 말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더구요.

그게 바로 남편이 제게 현명하게 대처하는 모습이기도 했습니다.

" 갑자기 왜 그런거 묻노?."
" 아니..그냥.. 사실은.. 
 경주 여행 갔다 오는데 정말 오랜만에 한 여행이라서도 그렇고
 학창시절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 간다고 생각하니 조금 설레이더라..
 꼭 예전에 좋아했던 친구를 만나러 가는 것 같고.."
" 첫사랑?!.."
" 아니..난 사실 첫사랑이라고 하기는 좀 그렇고..
  그냥 날 무조건 좋아했던 친구가 있었지..

  근데..그당시에는 좋아한다는 표현을 안해서 참 갑갑했던 했었다아니가..
  ㅋ..졸업하고 얼마 안되서 동창회에 갔었는데.. ㅎㅎ
  그때 그 순진한 친구가 날 엄청 좋아했다네..
  한번씩 그 시절 참 순진했던 때를 생각하면 우습고 그렇다.."
" 그래...그럼 그때 너 좋아했던 친구는 잘 사나?.."
" 모르지...."

우리 남편 절 보더니 미소를 지어 보였습니다.
' 너 거짓말이지! ' 하는 식으로 말입니다
그런거 보면 저 뿐만 아니라 우리 남편 둘 다 서로 상처되는 말을 하지 않으며
나름대로 결혼생활을 잘하는 것 같습니다.
지금껏 큰 싸움없이 잘 지내니까요..
그게 바로 서로를 위한 배려이고 사랑으로 맺어진 결과이기도 하네요.

여행..
추억..
설레임..
사람..
그리고..
첫사랑이란 단어가 연관이 되면서 우린 오랜만에 참 많은 대화를 나눴습니다.

" 자기야..자기는 언제 첫사랑이 생각나데?.."

 갑자기 제 질문에 커다란 눈으로 절 바라보며 미소를 씨익 짓는 남편..

" 왜 그라노..쑥스럽나..그런거 물어보니까.."
" 그냥.. 갑자기 그런거 물어 보는게 우스워서..
 근데 왜 갑자기 그게 궁금하실까~"

" 그냥... 왜.. 대답하기 곤란하면 하지 말공"

제 질문에 대답을 해 주지 않고 그냥 웃으며 질문을 피할 줄 알았는데..
남편은 미소를 지어 보이면서 대답을 시원하게 해주더군요.
ㅎㅎ..

" 남자들은 다 비슷할것 같다..
  첫사랑과 자주 데이트 하던 곳을 지날때 일 걸..
  그리고..
  첫사랑과 데이트할때 자주 듣던 음악이나 노래를 들을때,

  첫사랑과 닮은 사람을 봤을때.. "

" 응... "

" 맞다.. 또 있네..계절도 많이 차지하지..
  가을이나 겨울에 만났다면 찬바람이 몸에 느껴지면
  왠지 기분이 묘하지..내가 꼭 그런 건 아니공..ㅎㅎ"

" 예전이나 지금이나 감수성 예민한건 똑 같았나 보네..ㅎㅎㅎㅎㅎ"

" 내가 그런나?!..ㅎㅎ..."

" 그런데 중요한 건 첫사랑을 잊지 못하는 건..
 순수한 마음으로 사랑을 꽃 피웠기 때문일꺼다.."

" 나도 그렇게 생각해...."

남편과 얼떨결에 첫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남자와 여자간의 첫사랑이 생각나는 이유가 조금은 비슷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대부분 여자들은 아마도..
첫사랑을 고백받은 장소를 가게 되었을때나..
첫사랑에게 받는 선물을 우연히 백화점에서 보았을때..
남편이랑 사이가 안 좋을때.. (남의 떡이 크게 보이는 이치..ㅎ)
첫사랑과 자주 먹었던 음식을 먹게 되었을때.. ( 음식으로 인한 생각 )
첫사랑과 데이트를 할때 자주 듣던 음악을 우연히 들었을때가 아닐런지..
^^;

조금 차이가 있지만 남녀간에 첫사랑이 생각나는 이유는 비슷한 점이
많은 것 같습니다.

결혼하고나서 누구나 아름다웠던 첫사랑을 가슴에 소중히 간직하고
살고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첫사랑과 결혼까지 골인했다면..
세월이 흘러~흘러
현재..
예전에 아름다웠던 추억이 간절하게 생각되지 않을 것입니다.

첫사랑이 ..
결혼 후에도 뇌리속에서 한 번씩 생각나는 것은
무엇보다도 순수한 시절에 겪은 아름다운 사랑이어서
더 절실하게 생각되지 않을까하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첫사랑을 결혼 후에 한번씩 생각한다는것
자체가 잘못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생각은 생각일뿐이고..
그저..
순수했던 시절 아름다운 한 편의 동화 같은 추억을 펼쳐서 본다는 것 뿐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