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터데스크 관리자

도움말
닫기
적용하기   첫페이지 만들기

태터데스크 메시지

저장하였습니다.

며칠전 동창회 모임이 있어 경주에 갔다 왔습니다.
오랜만에 탄 기차여행인데다가 날씨까지 좋아서 더 멋진 여행길이었습니다. 
그런데 간만에 한 여행이라 그런지 몸이 좀 찌푸둥하더군요.
그래서 몸도 좀 풀겸..
아침에 잠깐 운동을 갔다 온 후 집에서 하루종일 쉬면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솔직히 한 것도 없는데 조금 피곤하더라구요.
나이는 못 속인다고 하더니 몸이 대신 말을 해 주는 것 같더군요.
참 희안하게 나이가 들어가면서 마음은 안그런데...

" 자기야..우리 오늘 저녁에 맛있는거 시켜 먹자.."
" 니 알아서 해라.."

사실 저녁이 하기 싫은 날은 이렇게 남편에게 시켜 먹자고 말하곤 합니다.

" 간만에 경주 갔다오니 좋더나?.."
" 응...기차도 오랜만에 타서 기분도 색다르고..
  여하튼 말로는 표현안되는데 좋았다...고맙데이.."
" 내가 뭘...."
" 있잖아..참 사람 기분이 묘한게.. 
 오랜만에 기차를 타서 그런지..학창시절 소녀같은 기분이더라.."
" 으이구..갑자기 소녀가 되서 돌아오셨셰요.왜.. 첫사랑 보러 가는 것 같더나.."
" ㅎㅎ.. 왜 이러실까용.... 유도질문을.."
" ㅎㅎ..."

우린 저녁을 먹으며 싱거운 대화로 여행길의 피로를 날려 버리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평소 대화를 많이 나누는 편이지만,
기분좋게 대화를 나누니 기분이 업되고 좋더군요.

" 자기 첫사랑은 지금 잘 살고 있나?.."
"모르지.. 지금...난 얼굴도 기억 안난다.."
" 치....거짓말..ㅋㅋ.. 그 말을 누가 믿노..."

울 남편 제 질문에 눈에 보이는 거짓말을 하더군요.
누구나 잊지 못할 첫사랑은 있는 법이잖아요.
그리고..
첫사랑이 결혼까지 이어지지 않았더라도
그때 그 감정은 늘 마음속에 있는게 사람의 심리인데..
얼굴도 기억 안난다는 말은 ..
현재 결혼해서 사는 사람에 대한 예의상 잘 대응하는 말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더구요.

그게 바로 남편이 제게 현명하게 대처하는 모습이기도 했습니다.

" 갑자기 왜 그런거 묻노?."
" 아니..그냥.. 사실은.. 
 경주 여행 갔다 오는데 정말 오랜만에 한 여행이라서도 그렇고
 학창시절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 간다고 생각하니 조금 설레이더라..
 꼭 예전에 좋아했던 친구를 만나러 가는 것 같고.."
" 첫사랑?!.."
" 아니..난 사실 첫사랑이라고 하기는 좀 그렇고..
  그냥 날 무조건 좋아했던 친구가 있었지..

  근데..그당시에는 좋아한다는 표현을 안해서 참 갑갑했던 했었다아니가..
  ㅋ..졸업하고 얼마 안되서 동창회에 갔었는데.. ㅎㅎ
  그때 그 순진한 친구가 날 엄청 좋아했다네..
  한번씩 그 시절 참 순진했던 때를 생각하면 우습고 그렇다.."
" 그래...그럼 그때 너 좋아했던 친구는 잘 사나?.."
" 모르지...."

우리 남편 절 보더니 미소를 지어 보였습니다.
' 너 거짓말이지! ' 하는 식으로 말입니다
그런거 보면 저 뿐만 아니라 우리 남편 둘 다 서로 상처되는 말을 하지 않으며
나름대로 결혼생활을 잘하는 것 같습니다.
지금껏 큰 싸움없이 잘 지내니까요..
그게 바로 서로를 위한 배려이고 사랑으로 맺어진 결과이기도 하네요.

여행..
추억..
설레임..
사람..
그리고..
첫사랑이란 단어가 연관이 되면서 우린 오랜만에 참 많은 대화를 나눴습니다.

" 자기야..자기는 언제 첫사랑이 생각나데?.."

 갑자기 제 질문에 커다란 눈으로 절 바라보며 미소를 씨익 짓는 남편..

" 왜 그라노..쑥스럽나..그런거 물어보니까.."
" 그냥.. 갑자기 그런거 물어 보는게 우스워서..
 근데 왜 갑자기 그게 궁금하실까~"

" 그냥... 왜.. 대답하기 곤란하면 하지 말공"

제 질문에 대답을 해 주지 않고 그냥 웃으며 질문을 피할 줄 알았는데..
남편은 미소를 지어 보이면서 대답을 시원하게 해주더군요.
ㅎㅎ..

" 남자들은 다 비슷할것 같다..
  첫사랑과 자주 데이트 하던 곳을 지날때 일 걸..
  그리고..
  첫사랑과 데이트할때 자주 듣던 음악이나 노래를 들을때,

  첫사랑과 닮은 사람을 봤을때.. "

" 응... "

" 맞다.. 또 있네..계절도 많이 차지하지..
  가을이나 겨울에 만났다면 찬바람이 몸에 느껴지면
  왠지 기분이 묘하지..내가 꼭 그런 건 아니공..ㅎㅎ"

" 예전이나 지금이나 감수성 예민한건 똑 같았나 보네..ㅎㅎㅎㅎㅎ"

" 내가 그런나?!..ㅎㅎ..."

" 그런데 중요한 건 첫사랑을 잊지 못하는 건..
 순수한 마음으로 사랑을 꽃 피웠기 때문일꺼다.."

" 나도 그렇게 생각해...."

남편과 얼떨결에 첫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남자와 여자간의 첫사랑이 생각나는 이유가 조금은 비슷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대부분 여자들은 아마도..
첫사랑을 고백받은 장소를 가게 되었을때나..
첫사랑에게 받는 선물을 우연히 백화점에서 보았을때..
남편이랑 사이가 안 좋을때.. (남의 떡이 크게 보이는 이치..ㅎ)
첫사랑과 자주 먹었던 음식을 먹게 되었을때.. ( 음식으로 인한 생각 )
첫사랑과 데이트를 할때 자주 듣던 음악을 우연히 들었을때가 아닐런지..
^^;

조금 차이가 있지만 남녀간에 첫사랑이 생각나는 이유는 비슷한 점이
많은 것 같습니다.

결혼하고나서 누구나 아름다웠던 첫사랑을 가슴에 소중히 간직하고
살고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첫사랑과 결혼까지 골인했다면..
세월이 흘러~흘러
현재..
예전에 아름다웠던 추억이 간절하게 생각되지 않을 것입니다.

첫사랑이 ..
결혼 후에도 뇌리속에서 한 번씩 생각나는 것은
무엇보다도 순수한 시절에 겪은 아름다운 사랑이어서
더 절실하게 생각되지 않을까하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첫사랑을 결혼 후에 한번씩 생각한다는것
자체가 잘못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생각은 생각일뿐이고..
그저..
순수했던 시절 아름다운 한 편의 동화 같은 추억을 펼쳐서 본다는 것 뿐이니까요.

 

" 오늘 시간되면 점심이나 같이 먹을래?.." 

오랜만에 연락한 친구..
하지만 목소리는 그리 밝지 않았습니다.
아침에 대충 집안일을 하고 간만에 연락 온 친구를 만나기 위해
우리가 자주 가던 아지트 커피숍에 갔습니다.
평소에 약속을 하면 시간 하나는 칼인 저보다도 평소와는
달리 저보다 일찍 나왔더군요.
한참을 온 듯한 느낌이 물컵을 보니 감지할 수 있었습니다.

" 야.. 니가 먼저 연락을 다하고 왠일이고.. "

친구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잘 지냈냐는 말을 할 뿐 한동안 말이 없었습니다.

" 정미야.. 근데 너 살 좀 빠진 것 같다..요즘 다이어트 하나.."
" 그래?..나 살 빠져 보이나.." 
어색한 미소를 지어 보입니다. 

평소에 저처럼 밝은 성격의 친구..
과묵한 느낌에 순간 많은 생각이 교차하였습니다.
하지만 먼저  말을 꺼내기가 좀 그래서
난 친구가 먼저 말을 할때까지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정미와 난 학창시절때부터 지금껏 만나 온 친구 중에서
마음을 터 놓고 이야기 할 정도로 서로에 대해 비밀이 없을 정도로 친한 사이입니다.
그런 친구가 간만에 보는 얼굴이 왠지 어두운 느낌이 들었지만
선뜻 먼저 물어 보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먼저 전화를 해서 불러 내었다는 자체가 뭔가 할 이야기가 있다고
감지된 나만의 느낌이었기 때문입니다.

커피를 한 두모금 마셨을까!..
드디어 친구의 무거운 입이 열리기 시작했습니다.

" 있잖아..한 10일 되었는갑다 ..민석이한테서 전화가 왔다.."
" 어.. 그래.. 민석이 어쩐일이래.."

친구는 한동안 말이 없더니 커피를 한모금 더 마시더니 말을 이었습니다.

" 그 애.. 나 아직 좋아하는가 보더라.."
" 어..그래..근데 그 애 아직 결혼 안했나?.."
" ......" 

친구는 말을 시원하게 하지 않았습니다.

" 정미야.. 너 혹시 고민 있나?.. 살도 다 빠지고..이상하네.." 

친구는 20년 전 첫사랑이었던 친구에게서 전화가 온 이후로
밥을 제대로 먹지 못했다고 하였습니다.
자신도 왜 그런지 모르겠다고..
그러나 전 친구의 마음을 대충 이해는 할 수 있었습니다.

20년 전 첫사랑이었던 남친과 열렬한 사랑을 하였지만
결혼까지는 생각하지 않아 끝내는 아름다운 사랑을 접어 둔 채
서로의 갈 길을 가야했었던 아름다운 추억을 서로 간직하고 산 케이스였습니다.
 
제 학창시절만해도 첫사랑과의 결혼 골인은 거의 이루어 지지 않은 친구들이 많았답니다.
학창시절 불꽃같이 활활 타오르던 사랑..
그렇지만 결혼이란 굴레에 부딪치면 선뜻 선택하기란 쉽지 않았던 시절..
그렇게 서로를 무척이나 사랑했던 아니..
그 시절 내가 보기엔 민석이가 죽자 살자 따라 다녔지만 결국엔
아름다운 사랑의 추억으로 남겨 둔 채 서로의 길을 가야만 했었는데..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해 살이 빠진 친구의 모습을 보니..
순간 친구도 첫사랑과 결혼은 골인하지 못했었지만
무척이나 사랑했던 사이였음에는 틀림이 없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정미가 결혼생활을 마음 편히 좋게 하였음
첫사랑이 전화가 왔어도 별 대수롭지 않게 대했을텐데..
정미는 결혼한 이후 지금껏 남편이야기와 결혼생활에 관한 이야기는
안 좋은 이야기가 대부분이라 ..
친한 친구의 입장에서 첫사랑의 전화를 받은 후 친구의 심적상태가
몹시 흔들리고 불안 하다는 것을 감지 하기엔 충분했습니다.

" 뭐라고 전화 왔던데.. 결혼은 했다더나?.."
" 응.. 그게 결혼은 아직 안 했다고 하더라..보고 싶다고 전화 했데.."
" 응..."

친구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 나.. 사실 며칠전에 민석이 만났다.."
" 뭐~!..어떻데.. 좀 변했더나..뭐하더노.."
순간 친구가 옛 첫사랑을 만났다는 말에 몹시 궁금해졌습니다.

" 응.. 잘 사는 갑더라..돈을 아주 많이 벌었데.."
" 응.. "
" 그런데.. 나 그날 하루 보고 이젠 절대 안 본다.."
" 왜?..무슨 일 있었나?"
" 어제 민석이 친구라면서 전화가 왔더라..
  근데 그 친구가 하는말이 민석이가 결혼하고 애가 셋이란다.
  그리고 결혼도 한지 좀 되었고..
"
" 니한테는 결혼 안했다고 했다면서.. 뭔데?.."
".........." 

정미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첫사랑인 민석이는 정미가 결혼한 후
얼마 안되서 충격으로 결혼을 했다고 합니다. 
한마디로 사랑을 해서 결혼한 케이스는 아니라고 하더군요.
그렇게 결혼 한 이후 한시도 첫사랑 정미를 잊어 본 적이 없었다는 이야기..
사실 좀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결혼하고 자식이 셋이나 있으면서 정미를 만나기 위해 총각이라는
이야기를 한 민석이도 솔직히 개인적으로 이해가되지 않았지요..
정미도 20년만에 연락 온 첫사랑의 목소리에 순간 이성을 조금 잃었다고 했습니다.
뭐 그정도는 이해는 조금 하지만..
그렇다고 정미도 결혼 안하고 혼자 사는 처지도 아닌데
이성을 잃고 첫사랑을 만나러 간 자체를 전 질타를 했습니다.
정미는 결혼생활이 힘들다 보니 자신도 모르게 그런 행동( 첫사랑을 만난 것 )을
한 것에 후회를 하는 눈치였습니다.

" 나.. 사실 결혼생활만 행복했다면 민석이 전화에 흥분하지 않았을거야..
  민석이 전화 받은 이후 사실...
  나 이 현실이 더 싫어지더라..남편 얼굴보니 매일 짜증나고.."
사실 그 말에 이해는 하였습니다.

결혼하기전 자신을 너무도 잘 챙겨주던 그런 사람이 결혼후 자신에게
너무 소홀한 남편을 늘 불만이었다고 지금껏 말하던 친구였기 때문에
친구로써 이해는 충분히 하였습니다.
하지만 결혼은 누구나 현실이라는 것을 잘 직시하면서 모든 걸 수긍하며
사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지요.
제 친구의 모습처럼 불만스러운 결혼생활에서 지금은
서로 따로 국밥처럼 사는 사이라면 예전의 첫사랑의 전화에 귀가 솔깃하고
흥분하기엔 충분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 정미야.. 이제 어떡할건데?."
" 이제 안 만난다.. 내가 제일 싫어 하는게 거짓말하는거다.. "

민석이가 정미를 만나기위해 결혼했으면서도 안했다고 한 것이
정미는 몹시 불쾌했던 모양이었습니다.

" 응.. 그래 ..만나지마라.. 그 자식 웃긴다..
  그냥 보고 싶었다고 솔직히 말하던가..
  아님 니 행복을 위해서 연락을 안해야지..
  뒤늦게 뭔 일이고..다음부터 만나지 마라..
  20년만에 첫 전화가 거짓말인데..또 무슨 거짓말을 어떻게 할지 알게 뭐고.."

전 정미에게 그렇게 모질게 말했습니다. 
정미는 제 말에 조금은 충격속에서 공감을 했는지..

" 그렇제..그렇제..." 란 말을 하며
나에게 속시원히 털어 놔서 이제 살것 같다는 말을 하고
우린 오랜시간 대화를 나누다 헤어졌습니다.
집에 오는길에 정말 많은 생각이 뇌리를 스쳐 지나갔습니다.

' 왜.. 20년동안 연락이 없다가 연락을 한 거지?..'
' 왜 ..결혼한 사실을 숨긴 걸까?..'
등...

언제가 책에서 본 내용이 생각이 났습니다.
남자는 첫사랑을 죽을때까지 잊지 못한다는 것...
그 말이 맞는 말인것 같기도 하더라구요.
그리고 한가지 덧 붙이면..
남자는 자신이 잘 되면 사랑했던 여자를 찾는다고 하더니..
그말도 맞기도 하구요..
그와 반대로 여자들은 자신의 처지가 힘들때 첫사랑이
제일 많이 생각나고 보고 싶다고 하던데...
정미와 민석이의 경우..
왠지 책에 쓰여진 내용과 흡사하다는 것을 순간 느끼게 되었습니다.

'사는건 다 마찬가지인가 보다..'

이런 생각이 뇌리속을 파고 들었습니다.

'사랑이 뭔지~. '

그저 이 말만 입가에 맴도는 하루였습니다.
그런데..
민석이는 왜 거짓말을 한 것일까요?!..
사실 개인적으로 남자의 심리가 정말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참 나쁘다는 생각이 여자입장에서 자꾸 드는 것이었습니다.

 
' 담양에 눈이 엄청 왔네..메타쉐콰이어 숲길 사진 멋지게 찍어 갈께..' 라고
카페에 남긴 지인의 글귀를 보니 부러운 마음이 드네요.

눈..
왠지 이 단어만 들어도 설레이고 추억이 묻어 나는 듯 합니다.
부산에서는 눈을 본다는게 정말 어렵지요.
다른지역보다 따뜻한 곳이라 그럴 겁니다.

그래서 일까요..
조금만 눈발이 날리는 것만 봐도 창문을 열고 환호성을 지르지요.

" 와~! 이기 뭐꼬.. 눈이네..."

이렇게 눈이 조금이라도 날리는 날이면 전화기에는 불이 나지요.

" 자기야..지금 창밖에 봐봐..눈 온다.."

" 혜진아 뭐하노..밖에 눈오는거 아나?.."

" 언니야.. 밖에 눈온다.."

내 핸드폰에 있는 전화번호를 보고 무작위로 눌려 봅니다.
물론 내 흥분된 목소리만큼 눈온다는 멘트를 들으면 듣는 사람도..

" 진짜가..정말.. 맞네..와!!!!!!!"

저 만큼 환호성을 지르지요.
그 만큼 부산엔 눈을 보기 힘들답니다.
다른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이해를 못하겠지만..ㅎ

오늘 텔레비젼과 인터넷을 보니 눈 이야기가 많이 나오니..
나도 모르게 첫눈이 내릴때의 아련한 추억으로 빠져들게 되었습니다.

20년전의 추억회상...

지금으로부터 20년전..
첫사랑이라고는 좀 그렇고 풋사랑이라고 해야하나?!..(ㅎㅎ)

오~우!...

지금 생각해보면 그 시절엔 내가 첫사랑이라기보단 날 좋아하는
친구가 첫사랑이라고 해야 맞을지 모릅니다.
그당시 난 날 좋아하는 남학생보다는 내보다 나이가 3~4살 많은
오빠들에게 더 관심이 있었지요.

유독 내 눈에 들어 오는 사람이 있어서 좋아했던 기억이..
물론 내가 좋아했던 오빠는 여자친구가 있었구요.
같은 학원에서 자주 마주치면서 우연히 그 오빠랑 자판기커피를 마시다가
나도 모르게 필을 받았지요. ㅋ..
오빠가 여자친구가 있기때문에 난 그저 오빠를 바라보며 가슴 설레는
마음만 가질 뿐이었답니다. (짝사랑)

그런데 참 우스운건..
나와 동갑인 친구는 나와 반대로 나는 전혀 관심이 없는데
그 친구가 날 엄청 좋아했다는 사실..

학원에서 알게 되었지만 난 그저 같은 친구로만 생각했는데..
그 친구는 날 학원에서 보는 순간 첫눈에 반해 지독하게 따라 다녔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당시 내 성격은 밝은데다가 터프하기까지 했고..
그래서 일까..
박력있는 사람이 더 멋지고 좋아 보였고,
바람둥이처럼 여자들에게 인기가 많은 오빠들이 더 좋아 보였던 때라..
그 친구를 보면 한마디로 여자 같아서 나에게 조금이라도 관심을 보이는
행동을 하면 짜증이 날 정도였답니다.
지금 생각하면 참 성격 못됐지요..ㅎ
그렇게 서로 엇갈린 사랑을 가지면서 그 친구는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군대를 가게 되었습니다.

사실 군대 간 것도 한참 지나서 알았을 정도로 별 관심이 없었지요.
그리고 친구이상으론 생각을 하지 않았던 때라 군대를 가든,
대학엘 가든 그당시에는 관심 밖이었다고해야 옳을겁니다.

그러던 어느날..
집으로 전화가 한통 왔습니다.

" 내다.. 잘 지내나?.."

" 누구?.,.세요..."

목소리는 어디서 많이 듣던 목소리인데 싶어 잠시 생각하다..

아!!!!!!!!.....

" 야.. 오랜만이다..잘 지내나?..."

" 응.. 니는?.."

한동안 연락이 없더니 친구는 집안 사정으로 대학엘 가지 못하고 바로 군대를 갔더라구요.

" 야.. 안보여서 어디 멀리 이사갔나 했더니..군대갔더나..반갑다야.."

자주 학원에서 만날때는 그리도 꼴 보기 싫더만..
막상 눈에서 멀어지니 은근히 생각이 났었거든요..
참 여자 마음이란게 간사하더군요.
친구는 군대휴가 나왔다면서 얼굴 볼 수 있냐는 말을 했답니다.
난 흔쾌히 승낙하고 얼굴을 보러 나갔답니다.
그런데 얼굴을 보는 순간  정말 많이 변했더라구요.

" 야.. 니 인자 머슴아 다 됐네..까메가꼬.."

친구는 군대생활을 하며 햇빛을 많이 봤는지 예전에
뽀얀 피부는 볼 수 없고 새까만 모습이었습니다.

" 야..니 있잖아..이런말해도 될란가는 모르겠는데..ㅎ 니 인자 남자같다.."

난 그 말을 하고 한참을 웃었습니다.
물론 그 친구는 내가 웃는 것을 보고 따라서 미소를 지었지만..
친구는 내일 부대로 복귀한다는 말을 하고 편지 좀 하라고 주소를 적어 줬습니다.
우린 그날 간단히 저녁을 먹고 헤어졌지요.
그런데 참 우스운건..
그날 데이트(!)를 하고 나서부터는 친구가 남자로 보였다는 사실...ㅋㅋ
역시 남자는 군대를 가야한다는 말을 그때 비로소 느꼈답니다.

" 쨔식.. 군대 가더만 예전에 가시나처럼 말도 못하고 그러더니 좀 많이 바꼈네.."

집에 돌아와서 자꾸 새까만 얼굴이 생각났습니다.
그리고 군대있는 동안 몇 통의 편지도 주고 받으며 친구로써 우정을 쌓아갔지요.
물론 전 친구로써..
그러나 친구는 절 친구이상으로 생각하고 있었지요.
그것 때문인지 우린 오래 사귀질 못했답니다.
부모님은 귀하게 키운 딸 좋은 곳에 시집 보내기위해 신경 쓰시는데..
그 친구는 그 당시 정말 가진게 아무것도 없는 아이였거든요.
그래서 친구랑 사귄다는건 꿈도 못 꿀 일이었지요.
만약 그 친구와 사귄다고 하면 안 될 제일 큰 이유가 부모님이 안계시다는 것..
우리 부모님은 그걸 제일 많이 따지셨거든요.( 옛날 분들 다 그렇잖아요..)
그것 때문이라도 그 친구와는 친구이상이 될 순 없었죠.
그리고 돈도 없었고..
친구랑 데이트를 하면 내가 거의 다 썼으니까..
사실 그것은 내가 부담 스러웠지요.
그래도 군대 있으면서 안 좋은 소릴하면 소심한 성격에 탈영이라도 할까 싶어
늘 조심스럽게 말했었는데..
친구는 그것이 자신을 너무 사랑하기때문에 말도 이쁘게 해주고 용기를
준다고 착각을 하였답니다.

그래서 서로 다른 생각때문에 휴가만 나오면 별것도 아닌데 의견충돌로
사이가 점점 멀어져 갔지요.

결국엔 내 스스로도 힘이 들어 친구에게 거짓말을 하고 헤어지기로 결심했답니다.
서로 생각이 틀리고 가치관이 틀린데 너무 길게 만난다는 것은 서로에게
피곤함을 줄 뿐이라고 생각했지요.
그래서 군대 마지막 휴가때 친구에게 그만 만나자는 말을 하기로 결심하였답니다.
물론 언니들의 조언을 얻어 아는 오빠를 데려가서 결혼할 사람이라고 말하고 헤어지기로..
지금 생각하면 참 잔인한 행동이었지요.
드디어 마지막 휴가 나오는날..
난 아는 오빠를 데리고 나갔습니다.
그쯤 되니 친구도 더이상 날 친구이상으로 생각하지 않겠다고 하더라구요.
아는 오빠가 담배를 사러간 사이..
나를 무지 좋아했던 그 친구는 마음에도 없는 말을 했지요..

"  니 옆에 있는 사람,, 잘 해 줄 것 같네..돈도 있어 보이고.. 잘 살아라.."

그 말을 하고는 버스에 올랐습니다.
그날 영화의 한 장면처럼 눈이 바람이 날리더니 이내 함박눈이 되어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버스에 올라 자리에 앉은 친구는 버스가 출발할때까지 나를 쳐다 보지 않았습니다.
버스가 출발하려는 순간..
친구는 얼굴을 내 쪽으로 돌려 보더군요.
서로 눈이 마주치는 순간..
그의 눈에는 눈물이 고여 있었습니다.

그 당시 버스가 출발하고 나서 그 자리에서 얼마나

소리없이 얼마나 많이 울었는지..
지금 생각하면 다 지나간 일이지만..
가끔은 그 친구 잘 살고 있을까?..
지금은 뭐할까?..하고 생각은 하지요.
특히 첫 눈이 온다거나, 몹시 추운 겨울이면 과거의 옛일이 어렴풋이 떠오르곤합니다.
날이 엄청 추워져서 눈이 소복히 쌓였다는
전라도 담양의 풍경을 생각하니..

갑자기 오래된 일기장을  펼쳐 보듯이
과거의 한켠이
아련히 떠 오르네요..
뭐..
추억은 추억일 뿐이지만 가끔 친구가 생각나기고 합니다.

누구나 잊혀지지 않는 추억이 있듯이 말입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