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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9.17 회가 아닌 활우럭을 꼭 사가야 한다는 손님, 그 이유에 황당! (2)


횟집을 하다 보니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을 접하게 됩니다.
그렇다 보니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늘
자연스럽게 듣게 된답니다.
처음엔 내 생각과 많이 상반된다고 싶으면 조금 껄끄럽게 들리기도 했는데
이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주관적인 아닌 객관적인 관점에서 듣다 보니
나름 재밌기도 하고 손님들을 만나면서 살아가는 우리네 삶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할 수 있게 되더군요.

오늘은 지금껏 횟집을 하면서 좀 색다른 손님을 만났습니다.
가게에 들어 설때부터 다른 손님과 달리 복장부터 남달랐던 손님.
한 눈에 봐도 낚시꾼처럼 보였는데 가게에 들어서자마자 남편과 절
조금 황당하게 만든 손님이었지요.

" 사장님 우럭 살은거 두 마리 얼맙니꺼?  사 갈라꼬요.."
   ('활우럭 얼마입니까? 사갈라구요?' 의 부산사투리.)

" 네에?!..회로 안 가지고 가고 산 채로요? "

" 네..2마리면 되는데.."

남편과 전 손님의 말에 좀 적잖게 당황했답니다.
횟집에 와서 활우럭을 사 가지고 간다는 말은 처음 듣는지라 더
그랬는지도 모릅니다.

물론 남편은 왜 활우럭을 사 가려는지 궁금해 먼저 손님에게 묻더군요.

" 사실은 .. 오늘 낚시를 갔는데 고기 한 마리도 못 잡았거든요.
그래서요.."

" 아...네...그럼 골라 보세요.. "



남편은 수족관으로 데려가 손님에게 고기를 골라 보라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남편에게 크기는 상관없고 집까지 가는데 살아만 있으면 된다고
팔팔한 것으로 골라 달라고 하더군요.

" 근데..꼭 이렇게 사 갈 필요 있습니까?
고기 못 잡았다고 하면 되잖아요... "


남편은 수족관에서 고기를 고르며 손님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랬더니 손님은 조금 쑥스러운지 얼굴을 붉히며 왜 고기를
집에 사 가지고 가야 하는지 자세히 털어 놓더군요.
손님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조금은 이해가 가기도 했습니다.
솔직히 회가 아닌 활우럭을 꼭 사가야 된다는 손님의 이유에
더 황당했는지 모릅니다.

손님의 사연은 이렇습니다.↓
손님은 얼마전부터 처가에서 부모님과 같이 생활한다고 합니다. 
한마디로 처가살이..

그런데 처음엔 그런 걸 못 느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늘 자신이 
혼자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하더군요.
아내도 처가에서 생활하고 나서부터는 무슨 말만하면 친정위주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면서..

그런 소외되어 가는 자신을 위해 쉬는 날이면 한번씩 혼자서 조용히
낚시를 다니며 낙을 찾는다고 했습니다.

물론 낚시 하러 가는 것을 싫어하는 아내와 장모님의 비위를 조금이라도
맞추기 위해 낚시를 가면
꼭 고기를 잡아 가지고 간다고..
그런데 오늘은 고기 한마리도 잡지 못하고 허탕만 친 하루인데다가
너무 늦은 시간이라
집에 가면 눈치 보일까 싶어 일부러 우리가게에
들렀다고 하더군요.


무슨 일로 처가살이를 하는지는 몰라도 처가살이를 하면서 힘들게 사는 한

남자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조금은 안쓰럽게 느껴지기까지 했습니다.

" 이거..이거 어때요? 제일 팔팔한데.."
" 네..좋네요.. 그거로 주세요.. 잠시만요.."


손님은 가지고 온 낚시가방을 열고는 이곳에 넣어 달라고 하더군요.
남편은 능숙한 솜씨로 우럭을 낚시가방에 넣었습니다.

" 얼만데예? "
" 2만원만 주세요.."
" 네에?!..이렇게 큰 걸 주셨는데..2만원이면 너무 싼 거 아닙니꺼.."
" 원래는 더 받아야하는데 2만원만 받겠습니다."


손님은 싼 가격에 친절하게 대해준 남편에게 고맙다는 말을
여러차례하고는 집으로 돌아 갔습니다.

손님이 간 후 곰곰히 생각해 보니..
' 세상 참.. 아무리 사랑하는 배우자의 부모님이라도
같이 산다는건 서로에게 그리 편하지 않는 것 같다'
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시어른들을 모시고 사는 며느리나..
친정부모님을 모시고 사는 사위의 입장은 다 똑같다는 결론과 함께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