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싸움후, 남편이 미워 열 받아서 전화했더니

부부싸움을 한 날은 하루가 엄청 길다.
야시는 아니지만 하루종일 뭔 말을 하든 입을 움직이곤 하는데 그렇지 못해서 길고..
혼자 있고 싶다는 이유 하나로 이불을 덮어 쓰고 침대 위에서 뒹글다 보니 허리가 아파서 괴롭고..
뭔가를 먹어야 하는데 갑자기 살기 싫다는 이유 하나로 하루종일 굶어서 배고파서 괴롭고..
무음으로 해 놓은 전화기를 들여다 보며 얼마나 많은 전화가 왔는지 확인하지만 한통의 전화가 없다는 것에 허탈하고..창가에서 들려오는 사람 소리가 평소와 달리 너무도 정겹게 들려서 더 서글퍼지며 길게 느껴지는 것이 바로 부부싸움 했을때의 나의 긴 하루이다.

누구나 그렇듯이 부부싸움 정말 뒤돌아서 생각해 보면 정말 별거 아닌 것에 핏대를 올리고 만다. 하지만 그 당시엔 어떤가..아무리 생각하고 생각해도 내가 생각하고 말하려는 것이 다 옳은 것을..... 그렇다보니 상대방의 말 한마디..행동 하나에도 서운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나만을 위해 줄 사랑하는 사람과 만나 결혼하고 살면서 절대 싸울 일이 없을거란 생각을 하게 되는데 그건 다 비현실적인 상상에 불과하다. 물론 부부싸움 한번 하지 않고 사는 사람도 있겠지만 이 세상에서 몇 %나 될까...내 생각엔 단 1%로 되지 않을 정도로 희박하리라 본다.

물론 남들이 잉꼬부부라고 생각하는 우리 부부 또한 소소한 것에 목숨을 걸 만큼 부부싸움을 하곤한다. 뭐..그렇다고 난리부르스가 될 만큼 격렬하진 않다.. 서로 의견 충돌이 벌어지면 말 몇 마디하고 바로 냉전에 들어간다. 사실 예전에는 부부싸움을 하면 누가 잘 했든 잘못 했든 간에 시간이 오래되지 않는 선에서 서로 풀려고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바로 지능적인 시간싸움이다. 물론 남편은 가만히 있고...나만 시간과 싸움을 하는 것 같다..ㅡ,.ㅡ

부부싸움이 시작되었다싶음 결과는 어떻든간에 그 자리를 난 벗어난다. 옛날과 달리 해결이고 뭐고 없다... 뭐...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잠시나마 서로의 얼굴을 보지않고 각자 시간을 가지면서 뭐가 잘못 되었는지에 대해 생각해 볼 시간을 갖자는 것이 내 생각이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건 나만의 짧은 생각이었다. 남편은 전혀 아무렇지도 않고 자연스럽게 일상에 돌아와 있는데 나만 그 긴 시간을 보내고 혼자 외로이 보내고 있는 것이다. 

하루종일 서로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갖자는 마음에 같이 운영하는 가게에 나가지 않고 하루종일 침대에서 뒹글뒹글 생각에 잠긴다.. 물론 생각하다 자고..자고 생각하고..그 자리에서 거의 하루를 반복한다... 하지만 결론은 없다. 그건 바로 난 혼자 외로이 싸우고 있는데 다른 사람이 보기엔 그저 하루 푹 쉬는 겪이다. 남편은 부부싸움에 대한 생각보다는 아내의 빈자리를 메우며 일을 한다. 그러기에 나처럼 여유있게 부부싸움의 생각보다는 일에 대한 생각 뿐이고...뭐가 부부싸움의 시초였느냐 보다는 어떻게 하루일을 잘 마무리 할 것인가에 대한 현실적인 생각 뿐이다. 난 그것도 모르고 침대에서 내려 오지도 않고 허리가 아플 정도로 뒹글거리며 부부싸움의 시초가 뭔가에 대해서만 생각하며 긴 하루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가게 마칠시간에 맞춰 하루종일 아무것도 먹지 않고 누워있는 아내가 걱정도 안되는지 한통의 전화도 하지 않았던 남편의 행동이 너무 미워 자존심이고 뭐고 없이 먼저 전화를 했다.

" 내 한테 할말 없나? " 라고....
그랬더니 몸이 안 좋은지 떨리는 목소리가 전화기를 타고 흘러왔다.

" 몸이 안 좋네..으실으실하고.. 열나네.."
" 어?!..약은 묵었나? 감기 아니가? 어디가 아픈데? 몸살난거 아니고?.."

하루종일 전화도 한통없어 서운한 마음에 한마디 할려고 전화를 했건만... 갑자기 몸 상태가 안좋아 보이는 남편의 목소리에 걱정이 앞서 부부싸움 후 냉전 중이었던 내 자신은 온데간데 없고 그저 남편이 걱정될 뿐이었다. 참...나.... 부부싸움은 칼로 물베기라고 하더니 전화기너머로 들리는 남편의 목소리에 혼자 하루종일 침대에서 오만 생각에 잠겨 냉전 중이었던 내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오히려 ' 아프면 안되는데..' 라는 생각에 걱정만 되었다. '문디..이게 아닌데....' 오늘의 내 작전은 또 사정없이 빗나갔다...

지금 이시각...난 라면을 끓여 먹으며 하루종일 굶어서 힘들었던 내 배를 채우고 있다....
문디............. 이 작전이 아닌가벼......

2012. 9. 13. 비오는 새벽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