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된 남편의 이발기를 보니 ..

남편은 참 알뜰한 사람입니다. 소소한 것 하나 사는 것도 이것저것 다 따져보고 살 정도로 거의 완벽에 가깝게 쇼핑을 하는 분이지요. 솔직히 지금은 그런 남편을 늘 본 받으려고 노력은 하고 있지만 결혼 초에는 그런 남편의 모습이 너무도 짜증이 났습니다. 아니 이해를 못할 지경이었지요. 지금 생각해 보면 너무 안일하게 쇼핑하고 생활했던 내 자신이 부끄럽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발기13년 넘은 이발기로 이발하는 남편

2주일에 한 번씩 머리를 자르는 남편...아침일찍 일어나 이발기를 충전하는 남편의 모습에 벌써 2주가 흘렀구나할 정도로 이젠 자연스런 일상입니다.

 

이발기13년 넘은 이발기

"충전기 불 확인 좀 해 줄래? "

" 어.. 다 된 것 같은데.. "

" 아직 멀었네.. 조금 더 있어야겠다."

 

내가 보기엔 노란색 불이라 다 된 것 같은데 남편은 아직 덜 되었다고 하네요. 하기사 13년 동안 이 이발기로 충전을 해가며 머리를 잘랐으니 저 보다 더 이발기에 대해 알겠죠..

 

처음으로 남편의 충전하던 이발기를 자세히 보니 정말 오래된 듯한 느낌이 곳곳에 묻어 있습니다.

 

뒷면과 옆면은 색깔이 이색이 날 정도로 벗겨진 상태이고..

 

이발을 하는 윗부분도 많이 색이 바래져 있었습니다.

 

 

" 자기야.. 이거 잘 되나? "

" 그라믄... 성능 완전 좋다 "

" 어.."

 

13년이란 세월을 사용한 이발기지만 지금껏 잔고장 한번 없이 사용된 것을 보면 나름대로 남편이 잘 관리한 면이 많은 것 같기도 해요. 뭐..이발기 자체 성능이 좋을 수도 있구요..

 

아직 5년은 더 사용할 수 있을거라고 장담하는 남편.. 그 모습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충전이 다 된 이발기로 이발을 하는 남편.. 소리는 좀 과하게 들리긴 하지만 남편 말대로 머리는 잘 잘리나 봅니다.

 

" 머리 씹히는거 없나? 날이 좀 안 들어 보이던데.."

" 아니.. 잘 든다.."

 

머리를 자르면서 미소를 지어 보이는 남편.. 왠지 오늘따라 더 멋져 보이네요..

 

 

" 자기야..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장면인데.."

" 혹시.. 니 영화 '아저씨' 말하나? "

" 어.. "

" 그럼 사진 한방 박아봐라..멋있게.."

 

풉.....

 

남편의 한마디에 웃음이 나왔지만 왠지 사진으로 남겨 두면 평생 추억이 될 것 같더라구요.. 그래서 남편이 머리를 자르는 모습을 몇 컷 사진기에 담았습니다. 그런데 사진 찍는 솜씨가 없어서 그런지 영 땟깔이 안나네요..

헤헤~

 

 

" 근데.. 영화 '아저씨' 에 나오는 원빈 그거...사실 내가 원조다 "

" 뭔 말이고.."

" 이렇게 이발기로 머리 자른지 15년은 넘었으니까.."

 

맞습니다. 남편은 결혼 전에도 이렇게 이발기로 혼자 머리를 잘랐던 것입니다.

 

이발기" 나..김빈이야! "

영화 '아저씨'에 나오는 원빈 보다 더 오래도록 이발기를 이용해 머리를 잘랐다며 영화 '아저씨'의 원조라는 말에 솔직히 빵 터졌습니다. 평소 무뚝뚝한 경상도사람이지만 간혹 이렇게 조금은 황당한 말로 웃기는 남편이 솔직히 너무 좋습니다.

하하하하하하하하~~

우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