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에 저장된 밉상 친구의 이름


학창시절때부터 지금껏 늘 자기 자랑을 즐겨하는 친구가 있습니다. 늘 쾌할한 성격의 소유자라 나름 부럽기도 하지만..때론 남을 생각하지 않고 말을 함부로 하는 바람에 친구들이 별로 좋아하지 않는 스타일이기도 하지요. 물론 그 친구는 무슨 모임이라도 있는 날이면 절대 빠지지 않고 참석을 합니다. 솔직히 모임을 즐기는 친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겁니다.

얼마전에 친구들 모임에 갔었을때도...얼굴을 보자마자 자랑으로 시작하여 모임이 끝날때까지 자랑으로 마무리를 짓더군요. 뭐.. 그 정도야 이제는..학창시절때부터 늘 해왔던 행동이라 별로 신경을 쓰지 않고 이제는 들어주는 입장이 되었습니다.

하지만..자랑을 입만 열면 하던 친구와 늘 듣는 입장에서 모임에 참석하는 친구와 그날 크게 다툼이 날 뻔 했답니다. 조용하게 듣던 친구는 얼마전에 남편이 실직을 해서 다른 친구들과는 달리 경제적으로 힘든 생활을 하고 있다고 하던데..자랑을 늘 즐기는 친구가 남편이 실직이 되어 힘들어하는 친구에게 마음의 위로는 못해 줄 망정..그의 마음을 후벼파는 말을 해서 옆에서 듣던 친구들과 저 또한 몹시 기분이 언잖았던 일이 있었답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직접적으로 기분 나쁜 말을 들은 친구는 오히려 자기때문에 분위기가 흐트러질까봐 나름대로 기분 나쁜 모습을 자제할려고 노력하더군요. 옆에서 듣고 있던 우리가 다 미안해질 정도였답니다.

" 넌 모임에 올때마다 왜 그렇게 분위기 파악 못하고 말을 함부러 하노?.."

한 성격하는 친구가 도저히 못 참겠다는 듯.. 자랑을 심하게 하던 친구에게 한마디 던졌습니다.

" 내가 뭘...?!.. 난 그저.. 남편 실직되어서 이제 어떻게 살건지.. 걱정이 되서 한마디 한건데 와그라노...."

" 으이구.. 됐다..마... "

전 아무래도 감정싸움이 크게 날 것 같아 중간에서 말을 끊어 말렸습니다. 그리고 나서..

" 근데.. 미영아 니가 좀 심한 것 같다..평소에 사실 니가 다른 사람들에게 말을 함부로 하는건 사실아니가... 그리고 수민이가 지금 남편때문에 힘들어 하는데 거기다 자꾸 신경 거슬리는 말을 하면 어떡하노..안글라.. 왠만하면 이런 말 안할려고 했는데.. 미영아 이제 다른사람들 생각도 좀 하면서 말 좀 했으면 좋겠다..."

" 난...뭐...."

미영이는 분위기가 다운 된 걸 알았는지 더이상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그날 모임은 평소와는 달리 어색한 분위기로 빨리 헤어졌지요. 그렇게 시간이 흘러 며칠전 다시 만나게 되었습니다. 우린 오랜만에 바람도 셀 겸 가까운 근교에 모임장소를 정해서 만났습니다. 단풍이 이쁜 바닷가 주변이라 모두들 흥분된 모습으로 모임에 참석 했더군요.

" 잘 지냈나?.."

" 응...."

우린 서로 얼굴을 보자마자 반갑게 서로의 안부를 물었습니다. 학창시절때부터 지금껏 나름대로 모임이 잘 유지되는 친구들이라 어제 화를 내며 싸워도..오늘은 헤헤~ 거리며 다시 웃는 얼굴로 보는 정말 좋은 친구들이 되었답니다. 그런데..늘 모임에 참석하던 미영이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 무슨 일 있는거 아니가?!..'

하는 생각에 전화를 해 보니 지금 오고 있는 중이라는...

' 그럼 그렇지..'

우린 조금 늦게 도착할 것 같다는 미영이의 말에 서로 얼굴을 쳐다 보며 웃었답니다. 그런데..수민이는 여전히 얼굴빛이 안 좋더군요. 얼마전에 남편의 실직한 이야기때문에 아직도 기분이 안 풀린 것인가!...하는 생각이 들었지만..수민이에게 물어 볼 수도 없고 그저 모른 척 했습니다.

한참을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다 수민이가 화장실에 갔다 온다고 하고는 자리를 비웠습니다. 우린 미영이가 모임에 도착하자마자 또 수민이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을까란 생각으로 은근히 걱정이 되었습니다.

" 띠리~~띠리..."

휴대폰 음악소리가 갑자기 들렸습니다. 모두들 자기폰 소리도 아니면서 휴대폰 보느라 난리더군요..ㅋ 그렇게 계속 휴대폰 소리는 울렸고 그때..

" 수민이 휴대폰 아니가.. 가방 옆에 있네.."

"그러네..."

수민이가 화장실에 가면서 두고 갔던 휴대폰..한 친구는 전화가 끊길까봐 화장실에 휴대폰을 갖다 주려고 의자에 있는 휴대폰을 들었습니다. 그런데..휴대폰을 들었던 친구가 갑자기 웃는 것이 아닙니까!..우린 모두..

' 갑자기 와 저러저노..?..' 하는 이상한 눈빛을 보냈지요..

" 와!...수민이 정말 대단하다.... "

" 뭐가..???"

우린 몹시 궁금했습니다.

" 미영이한테 전화 온 건데...' 친구들 중의 꽃' 이라고 해놨네.. 이거 미영이 번화 맞제.."

" 어디... 정말...하하하하하"

" 매일 자기 자랑하면서 다른 사람 비위를 잘 건드리는 친구보고 친구들 중의 꽃이라고.. 정말 대단한데...ㅎㅎ"

이렇게 이야기를 나누다 전화기를 화장실로 갖다 주려고 하는데 수민이가 화장실에서 나왔습니다.

" 수민아 전화왔다..."

" 응...."

수민이는 미영이와 간단히 몇 마디만 통화를 하고는 끊었습니다.

" 미영이가 뭐라고 하데?.."

" 응...얼마전에 모임에서 자기가 실수한거 미안하다고.. 얼굴보면 말 못할 것 같아서 전화로 한거란다..."

" 응..."

우린 내내 걱정했던 수민이와 미영이가 서로 응어리없이 잘 풀린 것 같아 마음이 놓였습니다. 조금 늦는다는 미영이가 도착...미영이는 다른 모임때와  마찬가지로 오자마자 자랑을 늘어 놓았습니다.

휴!...조용한 성격으로 늘 듣는 입장인 수민이는 그날..미영이가 자랑을 늘어 놓을때마다 미소를 살짝 살짝 지었습니다. 옆에서 이 모습을 지켜 보고 있던 친구들과 전 ..마음이 넓은 수민이가 너무도 고마웠답니다.

며칠전 모임에서 우연히 본 친구의 휴대폰에 찍힌 ' 친구들 중의 꽃 ' 이라고 미영이를 애칭해서 이름을 저장한 수민이..지금 생각해 보니..그 의미를 조금이나마 알 것도 같았습니다. 모임에서 조금은 남을 배려하는 말에는 좀 서툴러도 재미난 입담으로 분위기를 띄우기도 하고 때론 조금은 도가 지나친 자랑으로 눈총을 받기도 하지만..무엇보다도 친구들과의 우정을 늘 중요시해서 모임에 빠짐없이 참석하는 미영이의 순수한 마음을 지칭한다는 것을요..

" 수민아...내가 보기엔.. 니가 ' 친구들 중의 소중한 꽃 ' 같다.."

 나도 모르게 마음속으로 이 말을 하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