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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12.18 눈 내리는 겨울이면 아련히 떠 오르는 사람.. (12)
' 담양에 눈이 엄청 왔네..메타쉐콰이어 숲길 사진 멋지게 찍어 갈께..' 라고
카페에 남긴 지인의 글귀를 보니 부러운 마음이 드네요.

눈..
왠지 이 단어만 들어도 설레이고 추억이 묻어 나는 듯 합니다.
부산에서는 눈을 본다는게 정말 어렵지요.
다른지역보다 따뜻한 곳이라 그럴 겁니다.

그래서 일까요..
조금만 눈발이 날리는 것만 봐도 창문을 열고 환호성을 지르지요.

" 와~! 이기 뭐꼬.. 눈이네..."

이렇게 눈이 조금이라도 날리는 날이면 전화기에는 불이 나지요.

" 자기야..지금 창밖에 봐봐..눈 온다.."

" 혜진아 뭐하노..밖에 눈오는거 아나?.."

" 언니야.. 밖에 눈온다.."

내 핸드폰에 있는 전화번호를 보고 무작위로 눌려 봅니다.
물론 내 흥분된 목소리만큼 눈온다는 멘트를 들으면 듣는 사람도..

" 진짜가..정말.. 맞네..와!!!!!!!"

저 만큼 환호성을 지르지요.
그 만큼 부산엔 눈을 보기 힘들답니다.
다른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이해를 못하겠지만..ㅎ

오늘 텔레비젼과 인터넷을 보니 눈 이야기가 많이 나오니..
나도 모르게 첫눈이 내릴때의 아련한 추억으로 빠져들게 되었습니다.

20년전의 추억회상...

지금으로부터 20년전..
첫사랑이라고는 좀 그렇고 풋사랑이라고 해야하나?!..(ㅎㅎ)

오~우!...

지금 생각해보면 그 시절엔 내가 첫사랑이라기보단 날 좋아하는
친구가 첫사랑이라고 해야 맞을지 모릅니다.
그당시 난 날 좋아하는 남학생보다는 내보다 나이가 3~4살 많은
오빠들에게 더 관심이 있었지요.

유독 내 눈에 들어 오는 사람이 있어서 좋아했던 기억이..
물론 내가 좋아했던 오빠는 여자친구가 있었구요.
같은 학원에서 자주 마주치면서 우연히 그 오빠랑 자판기커피를 마시다가
나도 모르게 필을 받았지요. ㅋ..
오빠가 여자친구가 있기때문에 난 그저 오빠를 바라보며 가슴 설레는
마음만 가질 뿐이었답니다. (짝사랑)

그런데 참 우스운건..
나와 동갑인 친구는 나와 반대로 나는 전혀 관심이 없는데
그 친구가 날 엄청 좋아했다는 사실..

학원에서 알게 되었지만 난 그저 같은 친구로만 생각했는데..
그 친구는 날 학원에서 보는 순간 첫눈에 반해 지독하게 따라 다녔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당시 내 성격은 밝은데다가 터프하기까지 했고..
그래서 일까..
박력있는 사람이 더 멋지고 좋아 보였고,
바람둥이처럼 여자들에게 인기가 많은 오빠들이 더 좋아 보였던 때라..
그 친구를 보면 한마디로 여자 같아서 나에게 조금이라도 관심을 보이는
행동을 하면 짜증이 날 정도였답니다.
지금 생각하면 참 성격 못됐지요..ㅎ
그렇게 서로 엇갈린 사랑을 가지면서 그 친구는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군대를 가게 되었습니다.

사실 군대 간 것도 한참 지나서 알았을 정도로 별 관심이 없었지요.
그리고 친구이상으론 생각을 하지 않았던 때라 군대를 가든,
대학엘 가든 그당시에는 관심 밖이었다고해야 옳을겁니다.

그러던 어느날..
집으로 전화가 한통 왔습니다.

" 내다.. 잘 지내나?.."

" 누구?.,.세요..."

목소리는 어디서 많이 듣던 목소리인데 싶어 잠시 생각하다..

아!!!!!!!!.....

" 야.. 오랜만이다..잘 지내나?..."

" 응.. 니는?.."

한동안 연락이 없더니 친구는 집안 사정으로 대학엘 가지 못하고 바로 군대를 갔더라구요.

" 야.. 안보여서 어디 멀리 이사갔나 했더니..군대갔더나..반갑다야.."

자주 학원에서 만날때는 그리도 꼴 보기 싫더만..
막상 눈에서 멀어지니 은근히 생각이 났었거든요..
참 여자 마음이란게 간사하더군요.
친구는 군대휴가 나왔다면서 얼굴 볼 수 있냐는 말을 했답니다.
난 흔쾌히 승낙하고 얼굴을 보러 나갔답니다.
그런데 얼굴을 보는 순간  정말 많이 변했더라구요.

" 야.. 니 인자 머슴아 다 됐네..까메가꼬.."

친구는 군대생활을 하며 햇빛을 많이 봤는지 예전에
뽀얀 피부는 볼 수 없고 새까만 모습이었습니다.

" 야..니 있잖아..이런말해도 될란가는 모르겠는데..ㅎ 니 인자 남자같다.."

난 그 말을 하고 한참을 웃었습니다.
물론 그 친구는 내가 웃는 것을 보고 따라서 미소를 지었지만..
친구는 내일 부대로 복귀한다는 말을 하고 편지 좀 하라고 주소를 적어 줬습니다.
우린 그날 간단히 저녁을 먹고 헤어졌지요.
그런데 참 우스운건..
그날 데이트(!)를 하고 나서부터는 친구가 남자로 보였다는 사실...ㅋㅋ
역시 남자는 군대를 가야한다는 말을 그때 비로소 느꼈답니다.

" 쨔식.. 군대 가더만 예전에 가시나처럼 말도 못하고 그러더니 좀 많이 바꼈네.."

집에 돌아와서 자꾸 새까만 얼굴이 생각났습니다.
그리고 군대있는 동안 몇 통의 편지도 주고 받으며 친구로써 우정을 쌓아갔지요.
물론 전 친구로써..
그러나 친구는 절 친구이상으로 생각하고 있었지요.
그것 때문인지 우린 오래 사귀질 못했답니다.
부모님은 귀하게 키운 딸 좋은 곳에 시집 보내기위해 신경 쓰시는데..
그 친구는 그 당시 정말 가진게 아무것도 없는 아이였거든요.
그래서 친구랑 사귄다는건 꿈도 못 꿀 일이었지요.
만약 그 친구와 사귄다고 하면 안 될 제일 큰 이유가 부모님이 안계시다는 것..
우리 부모님은 그걸 제일 많이 따지셨거든요.( 옛날 분들 다 그렇잖아요..)
그것 때문이라도 그 친구와는 친구이상이 될 순 없었죠.
그리고 돈도 없었고..
친구랑 데이트를 하면 내가 거의 다 썼으니까..
사실 그것은 내가 부담 스러웠지요.
그래도 군대 있으면서 안 좋은 소릴하면 소심한 성격에 탈영이라도 할까 싶어
늘 조심스럽게 말했었는데..
친구는 그것이 자신을 너무 사랑하기때문에 말도 이쁘게 해주고 용기를
준다고 착각을 하였답니다.

그래서 서로 다른 생각때문에 휴가만 나오면 별것도 아닌데 의견충돌로
사이가 점점 멀어져 갔지요.

결국엔 내 스스로도 힘이 들어 친구에게 거짓말을 하고 헤어지기로 결심했답니다.
서로 생각이 틀리고 가치관이 틀린데 너무 길게 만난다는 것은 서로에게
피곤함을 줄 뿐이라고 생각했지요.
그래서 군대 마지막 휴가때 친구에게 그만 만나자는 말을 하기로 결심하였답니다.
물론 언니들의 조언을 얻어 아는 오빠를 데려가서 결혼할 사람이라고 말하고 헤어지기로..
지금 생각하면 참 잔인한 행동이었지요.
드디어 마지막 휴가 나오는날..
난 아는 오빠를 데리고 나갔습니다.
그쯤 되니 친구도 더이상 날 친구이상으로 생각하지 않겠다고 하더라구요.
아는 오빠가 담배를 사러간 사이..
나를 무지 좋아했던 그 친구는 마음에도 없는 말을 했지요..

"  니 옆에 있는 사람,, 잘 해 줄 것 같네..돈도 있어 보이고.. 잘 살아라.."

그 말을 하고는 버스에 올랐습니다.
그날 영화의 한 장면처럼 눈이 바람이 날리더니 이내 함박눈이 되어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버스에 올라 자리에 앉은 친구는 버스가 출발할때까지 나를 쳐다 보지 않았습니다.
버스가 출발하려는 순간..
친구는 얼굴을 내 쪽으로 돌려 보더군요.
서로 눈이 마주치는 순간..
그의 눈에는 눈물이 고여 있었습니다.

그 당시 버스가 출발하고 나서 그 자리에서 얼마나

소리없이 얼마나 많이 울었는지..
지금 생각하면 다 지나간 일이지만..
가끔은 그 친구 잘 살고 있을까?..
지금은 뭐할까?..하고 생각은 하지요.
특히 첫 눈이 온다거나, 몹시 추운 겨울이면 과거의 옛일이 어렴풋이 떠오르곤합니다.
날이 엄청 추워져서 눈이 소복히 쌓였다는
전라도 담양의 풍경을 생각하니..

갑자기 오래된 일기장을  펼쳐 보듯이
과거의 한켠이
아련히 떠 오르네요..
뭐..
추억은 추억일 뿐이지만 가끔 친구가 생각나기고 합니다.

누구나 잊혀지지 않는 추억이 있듯이 말입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