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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5.10 병원에서 시어머니를 목욕시키던 시아버지의 모습을 보니.. (4)





시어머니께서 지병으로 갑자기 또 쓰러졌습니다.
중환자실에 응급차를 타고 간지가 벌써 10번은 되는거 갔습니다.
그렇다 보니..
시댁에서 병원에 입원했다는 전화가 오면 처음보다는 조금 덜 놀라는 편입니다.
병원에 입원한 모습이 잦아서 그럴겁니다.
하지만 중환자실에 들어 갈때마다 늘 그렇듯이 마음은 조마조마 하지요.
그래도 다행인것은..
중환자실에 하루 계시다가 일반병실로 옮겨서 다행이었습니다.

" 오늘 일반병실로 옮겼다.. 000실이다..시간되면 와라.."
" 네... 어머니..몸은 좀 어떻습니꺼? "
" 응.. 움직일때 좀 어지러워서 그렇지 이제 괜찮다.. "
" 오후에 갈께요.."

전화통화를 하고 난 뒤 ..
오후에 어머니를 보러 병원에 남편이랑 갔습니다.
어머니는 절 보시더니 기다렸다는 듯이 반기시더군요.

" 언제 올 줄 알고 여기에 앉아 계십니꺼."
" 금방 나와서 앉아 있었다..피곤하제.."
" 아니예..."

어머니는 제 손을 꼭 잡으시고는 오히려 절 걱정하셨습니다.
그때 어머니의 손을 보니 주사바늘로 마구 찌른 곳에 멍이 시퍼렇게 들어 있고,
갑작스럽게 병원에 실려 온 상태라 평소 단정한 모습과는 달라 보이더군요. 

" 어머니 ..내일 오전에 병원에서 제가 목욕 시켜 드릴께요.."
" 괜찮다.. 내일되면 혼자 씻을 수 있을꺼다. 주사빼고 하면.. 신경쓰지 마라.."
" 아...네.."

시어머니는..
며느리가 직접 목욕을 시켜 준다고 하는 말에 미안했는지 계속 됐다고 하셨습니다.
사실 어머니랑 목욕탕에 한번씩 목욕탕에 가곤 하지만..
몸이 아파 병원에 입원한 상태에서 목욕을 시켜 드리는 것은 처음이라
사실 저도 심적으론 부담스러웠습니다.
하지만..
목욕을 하고 싶어도 힘이 딸려서 못하시는 모습같아 보였습니다.
평소 지병으로 입원을 자주 했었던 지금은 하늘나라에 계신 친정엄마가
생각이 나서 더 그런 마음이 들었는지도 모릅니다.

다음날..
전 시어머니를 목욕 시켜 드리기위해 오전에 병원을 갔습니다.
그런데..
병실에 있어야 할 시어머니가 안 보이더군요.

" 저 혹시 000씨 어디 가셨는데요? "
" 아... 그 환자 아까 남편분이와서 같이 나가던데.. 씻으러 간다면서.."
" 네에.. "

같은 병실에 누워 있던 아주머니께서 자세히 알려 주었습니다.

' 씻으러 갔으면 세면실에 갔겠네...'

아주머니가 알려 준 대로 전 세면실로 갔습니다.
요즘 세면실에는 병원시설이 좋아 환자들이 목욕할 수 있도록 잘 구비되어 있지요.
세면실 입구 문을 열고 들어서니 샤워실안에서 샤워기를 틀어 놓고
목욕하는 듯한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때 갑자기..

" 여기도 좀 씻어줘요.. 주사 바늘 꽂은데 때가 안지네.. "
" 응.. 안 뜨거워.. 괜찮아?.."

목소리를 들으니 어디서 많이 들어 본 목소리였습니다.
그 목소리는 바로..
시어머니와 시아버지의 목소리였던것입니다.

' 어머니도 참.. 아버지를 부르셨네..'

그 생각을 하며 세면실을 나올려는데 갑자기 시어머니께서..

" 어제 우리공주가 목욕 시켜 준다길래 걱정했다 아잉교..
내가 며느리한테 그런거 시키는것도 부끄럽고..여하튼..고마워요..00아버지.. "

" .......... "

그 말에 시아버지는 아무 말씀도 안하시고 어머니를 목욕시켰습니다.
전 인기척도 하지 않고 조용히 세면실 문을 닫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지금껏 시아버지의 모습은 가부장적인데다가
무뚝뚝함과 근엄함만이 존재하신 분 즉 조선시대 사람같았는데..
당신 아내를 목욕시키는 시아버지의 모습은 지금껏 보여준 것과는
달리 너무도 부드러운 모습 그자체였습니다.

역시 나이가 들 수록 부부간에 서로 정으로 산다고 하더니..
시아버지의 모습을 보니 왠지 가슴이 찡하더군요.
평소에 그렇게 어머니에게 싸늘하게 대하시던 분이었는데..
병원에서 본 시아버지의 모습은 너무도 온화하고 너그럽고 멋진 분이었습니다.
병실에 돌아와서 어머니를 목욕을 시키던 시아버지를 생각하니..
부부란 바로 이런 것이구나! 하는 마음에
저도 모르게 가슴깊이 끓어 오르는 뭉클한 뭔가를 느꼈답니다.

아버지, 어머니..
늘 이런 모습으로 행복하게 오래 오래 사십시요.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