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게안에 들어와 당당히 생리대를 빌려 달라는 학생을 보니..]
우리 가게는 상가가 밀집된 건물안에 위치해 있습니다. 오래된 건물이다 보니 가게 마다 화장실이 있는 것이 아닌 상가 건물 사람들이 다 이용하는 공용화장실이 밖에 하나 있지요. 그 공용화장실이 바로 우리 가게 앞에 위치해 있습니다. 그렇다보니 가게 문을 열어 놓고 앉아 있다 보면 누가 화장실에 들어가는지 자연스럽게 다 보일 정도입니다.

여하튼 공용화장실이 가게 앞에 있다 보니 별별 일이 다 있답니다. 술이 떡이 되어 여자화장실인지 남자화장실인지 구분도 못하고 들락거리는 사람이 있는가하면..밤 11시가 넘은 시간엔 이 동네에 사는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학생들이 지나가다 들리는 전용 흡연실이 되기도 하지요.

그런데 오늘은 조금 특별한 학생을 만났습니다. 가게 안에 얼굴을 삐쭉 내밀고 눈치를 보며 들어와서는 갑자기 난감한 얼굴을 하고 저 혼자만 들을 수 있는 작은 목소리로 뜬금없이 생리대가 있냐고 물었습니다.

" 저....혹시 생리대 있어요? "
" 으응?!.. "

솔직히 그 말에 조금 의아했지요. 무슨 슈퍼도 아니고 횟집에 들어와서는 뜬금없이 생리대를 찾으니 말입니다.

" 친구가 갑자기 생리가 터져서...아줌마 가지고 있는거 없어요?"
" 잠시만..."


이런 일은 처음이라 정말 황당하더군요.여하튼 생리를 하지 않아도 늘 가방 속에는 생리대를 구비하고 다니지라 학생에게 생리대 하나를 주었습니다. 학생은 고맙다는 말을 폭풍처럼 하고는 이내 화장실로 달려 갔습니다. 다행히 남편이 잠깐 자리를 비운 시간이었지요. 남편이 있었음 저뿐만 아니라 학생도 정말 난감했을 것 같았거든요.

한 10분 쯤 지났을까..생리대를 달라고 부탁한 학생과 또 한명의 학생이 가게안에 들어 왔습니다. 그리고는 제게 고맙다고 인사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 아줌마.. 고맙습니다. 다음에 생리대 꼭 갚을께요.."
" 으응?!.. 괜찮다. "
" 정말 고맙습니다.."

조금 맹랑한 아이들이었지만 솔직한 모습에 미소가 지어지더군요. 중학생으로 보이는 아이들이 정신없이 만들어 놓고 가고 나니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요즘 세상 참 많이 바꼈다고 말입니다. 내 학창시절때만 해도 모르는 사람에게 이렇게 과감하게 생리대를 부탁하는 경우는 드물었거든요. 뭐 솔직히 꼭 필요한 상황이었다면 어떡했을까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제 학창시절엔 생리를 하든 안하든 늘 가방안에는 생리대를 구비하고 다녔지만.. 물론 갑자기 생리대가 필요할 상황이어도 친구라도 갖고 다녔었는데..요즘 아이들 꼭 필요할때가 아니면 안 가지고 다니는 것 같더군요. 뭐 우리 언니집 딸래미도 평소 알아서 잘 챙겨 다니는게 아닌 언니가 생리기간이면 알아서 챙겨 주던 모습이 생각 났습니다. 여하튼 친구를 위해 생리대를 구하러 다닌 친구의 모습에 그저 대단하단 생각까지 들더군요.

하기사 오죽 급했으면 그랬을까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 모습에 생리대를 챙겨 다니는 것도 옛날과 다르고..생리하는 날이면 집안 분위기도 많이 다르다는 생각도 들더군요. 언니집을 봐도 그렇더군요. 딸래미가 생리기간일때는 온 집안 식구가 예민할 정도로 신경쓰죠. 특히 남자 즉 아빠의 역활이 제일 중요하다죠. 생리로 인해 스트레스에 예민한 딸래미로 인해 오히려 모르척하는 모습에서 말이죠. ㅋ.. 옛날엔 누가 알세라 생리하는 날엔 생리통이 심해도 끙끙 혼자서 앓다가 약을 먹고 버티고 그랬었는데..요즘엔 생리를 하는 딸 보다 주변 사람들이 더 신경을 쓰고 예민하니 세상이 좀 많이 바꼈긴해요. 하기사 요즘엔 학교에서도 생리통이 심한 날엔 남자선생님이라도 당당하게 말해 조퇴를 하거나 결석을 하는 학생도 있다고 하니 많이 달라진 모습이기도 하네요. 뭐 생리적인 자연스런 현상인데 굳이 힘들어하면서 숨길 필요는 없긴하지만...

그런 자연스런 현상이라고 생각해서일까요..저 또한 신혼 초와는 달리 지금은 생리기간엔 ..' 나 지금 생리 중이거든..' 식으로 남편이 알아서 내 맘을 알아 주길 바라니 요즘 아이들만 사고방식이 많이 바꼈다고는 할 수 없는 것 같네요..

오늘 당당하게 생리대를 빌리러 온 중학생의 모습에서 옛날 학창시절때의 제 모습을 간만에 그리며 추억을 느껴 보았습니다.

" 학생들.. 생리대 안 갚아도 된다..
그대신 이젠 미리 여유분으로 꼭 챙겨서 댕기레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