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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3.06 피곤함을 한방에 날려 준 손님의 넉넉하고 따뜻한 한마디.. (10)

다른 음식점들은 비오는 날이면 완전 죽을 맛이라고
하지만
우리 가게는 비오는 날엔 평소 보다 더 바쁘답니다.
왜냐하면 남편의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비오는 날엔
특별한 서비스가 제공되기 때문이지요.

그건 바로 뜨끈뜨끈 얼큰한 매운탕...

보통 횟집이라고 하면 소,중,대를 나누어 '대'자를 시켜야 매운탕이 같이 가지요.
울 가게도 평소엔 마찬가지랍니다.
사실 다 알다시피 요즘 활어값도 장난이 아닌데다가 채소도 많이 비싸기때문에
생각보다 회를 싸게 팔지는 못하는게 현실이지요.
하지만 울 가게는 완전 다른 가게에 비하면 덤핑수준...
가게가 적다 보니 일단 가게세에서 약간 빼고..
남편이랑 둘이서 운영하다 보니 인건비도 뺄 수 있고..(바쁘면 알바로 운영..)
거기다 싱싱한 활어를 배달 시키지 않고 매일 광안리수산시장에 가서 직접 활어를
공수해 오니 생선값에서 약간 더 뺄 수 있어 저렴하게 팔고 있답니다.
그렇다보니 평소에도 둘이서 일하는 것도 바쁜데 비오는 날엔 완전 난리부르스입니다.
며칠 동안은 비가 연달아 오는 바람에 정신이 하나도 없을 정도였답니다.
더 정신이 없게 만드는 건 비 온다고 배달업무를 대행하는 분들이 쉬는
분들이
많아 남편이 배달까지 맡아서 하다 보니 더 바쁘지요.
저녁 피크시간에 주문 전화가 폭주할땐..
" 어떡하죠..지금 주문이 겹쳐서 시간이 많이 걸리겠는데 괜찮겠습니까?"
" 얼마나요? "
" 한시간은 넘겠는데요... "
" 그래요.....뭐..어쩔 수 없죠.. 배달해 주세요.."
보통 회배달을 시키면 1시간이 넘는다는 말을 하면 안 시켜 먹을텐데도
이거 무슨 일인지 1시간이 넘어도 배달시켜 달라고 하니 오히려 주문을
받는
제가 더 미안하고 난감할 따름이지요.
아무래도 제 생각엔 요즘같이 불경기에 싱싱한 회를 저렴하게 먹을 수 있는 것과
비오는 날 서비스를 주자는 남편의 아이디어가 적중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도 저녁 내내 비가 내려 월요일이었지만 바쁜 시간을 보냈습니다.
일하느라 피곤한 몸이었지만 집에 돌아 오는 내내 손님 덕분에 기분이
참 좋았었던 생각에 발걸음이 가볍더군요.
그건 바로 요즘 보기 드문 손님의 넉넉한 배려때문이었답니다.

저녁 피크시간이 끝나고 좀 쉴려는데 한통의 전화가 왔습니다.
" 여기 00아파트인데 배달 오나요? "
" 네...뭘로 시키시려구요?"
" 모듬회 '소' 자 하나만 갖다 주세요..그리고...매운탕 서비스로 오지요? "
" 네... 비가 와서 서비스로 나갑니다.."
" 아이고..고맙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비가 오면 당연하다는 듯 배달 주문을 하는데..
이 손님은 왠지 특별한 느낌을 받겠더군요.
손님의 '고맙습니다.'란 말 한마디에 왠지 더 잘 해 줘야겠다는 생각도 쏴~.
뭐 다른 손님과 똑같이 챙겨 줬지만 정성이란 마음을 더 덧붙여서 말이죠.
남편은 포장된 회를 들고 배달지로 차를 몰고 출발했습니다.
따르릉~
" 네..금방 출발했습니다."
" 아...그래요... 00아파트 동이 많아서 혹시 못 찾을 수 있으니까요..
제가 아파트입구에 있는 관리실에 있을테니 그곳으로 갖다 달라고 해 주세요.."
갑작스런 전화에 전화를 끊고 나서 잠시 생각에 잠겼습니다.
' 참..나...그냥 아파트에 계시지 신경 쓰이게...'
혹시나 회를 시키신 분이 관리실에서 목을 빼고 기다릴까봐 남편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 조금전에 아저씨 전화 왔는데..관리실로 갖다 달라네..거기서 기다린다고.."
" 뭐?!.. 알았다.. "
남편도 좀 황당했는지 알았다는 대답을 하고 끊었습니다.
사실 일반 주택도 아니고 아파트면 동과 호수를 말하면 다 찾아 가는
건데도
아저씨는 신경이 쓰였나 보더군요.
얼마의 시간이 흐른 뒤 남편이 배달을 마치고 왔습니다.
" 관리실에 갖다 드렸나? "
" 아니 관리실 입구에서 우산쓰고 기다리더라..알아서 찾아 갈낀데.."
" 모를까봐 그랬는갑다.."
" 그게 아니고..비 오는데 배달 시켜서 미안하다고 미리 나와서 기다린거라데..
그리고 갈때 길에 운전 조심히 하고 가라는 말까지 하더라.."
" 와.....정말 고마운 분이네.."
" 그렇제..나도 배달하고 오면서 마음이 따뜻해지더라.."
남편 말대로 저 또한 따뜻한 감정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냥 아무렇지 않게 지나칠 수 있는 것인데도...
그 말한마디가 얼마나 특별했는지 모릅니다.

집과 너무 멀어 힘들었었던 가게를 접고 집 근처에 작은 횟집을
열어 배달위주의 장사를 하고 있는 우리부부.
예전과 비교하면 많이 작지만 그래도 이곳에서 참 많은 것을 배우며 즐겁게 살고 있습니다.
삭막한 현실이지만 오늘도 따뜻한 마음을 가슴 속에 채워 넣었으니 말입니다.
내일은 어떤 즐거운 일이 또 생길지 기대를 해 봅니다.
p.s ..
경기가 어려울 수록 자영업자들이 많이 늘어 나고 있다는 뉴스를 봤습니다.

그래서 차도 1톤 트럭이 가격도 많이 올랐고 많이 팔린다고 하더군요.
그래서일까요..예전보다 길거리를 지나다 보면 트럭에 과일, 생선, 잡화등을
싣고 다니면서 파는 분들이 많이 보였습니다.
그 모습을 볼때마다 콧구멍 만한 작은 가게를 운영하는 자영업자의 한사람으로
많은 것을 느낍니다.
모두가 다 잘 살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 하더라도 열심히 살려고 하는 사람들에겐
그 만큼의 노력의 댓가를 얻었음하는 마음입니다.
자영업자를 하는 많은 분들 조금 어렵더라도 꿈을 잃지 마시고 열심히 살았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