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마리 안 되는데 괜찮으세요?"
" 네..."
큰 길가에서 붕어빵 장사를 하는 아주머니께서 오셨다.
8시가 넘은 시간인데 아직 마치지 않았는지 빨간색 앞치마를 걸치고 오셨다.
" 아주머니 추운데 들어 와서 기다리세요..주문한거 먼저 하고 바로 해 드릴께요."
" 괜찮아요. 지금껏 가스불 앞에 있었는데.."
날씨도 많이 추운데 두꺼운 옷도 걸치지 않은 모습이 많이 추워 보여
기다리는 동안 난로 옆에 앉아 기다리라고 했는데 아주머니는 괜찮다면
계속 문 옆에 서 있었다.
이 모습을 본 남편..
아주머니의 모습이 신경이 쓰였는지 하던 일을 미루고 낙지부터 장만했다.
" 낙지 포장부터 해 드려라..자..'
난 다 장만된 낙지를 포장해 아주머니에게 드렸다.
" 아이고..고맙습니다. 다음에 많이 사 먹을께요."
" 괜찮습니다."
낙지를 받아 든 아주머니는 연신 고맙다는 말을 하며 부리나케 나갔셨다.
늘 그랬다.
아주머니는 회나 낙지를 사러 오면서 미안해 했다.
회 많이 안 먹어서 만원어치만 사가서 미안하다는 말을 덧 붙이며 말이다.
사실 울 동네에는 횟집이 다른 동네에 비해 많은 편이다.
큰 길가에 2개,시장안 상가에 2개,인근 몇 백미터 주위엔 3~4개 정도나
되니 주변에 있는 중국음식점 보다 횟집이 더 많다.
그렇다보니 사람들이 횟집을 골라서 갈 정도이다.
' 어느집엔 스끼다시(부요리)가 잘 나와..'
' 어느집엔 손님 대하는 서비스가 좋아..'
' 어느집엔 회가 맛있어..'
' 어느집엔 회 양이 정말 많아 ..'
' 어느집엔 가게 분위기가 좋아..' 등
이곳 저곳의 장.단점을 알고 알아서 찾아 간다.
완전 횟집이 밀집된 울 동네엔 횟집사장들이 눈치작전을 펼칠 정도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건..
우리가게는 다른 횟집처럼 홀에 손님을 받는 곳이 아니다 보니 직원도
많지 않아 다른 횟집처럼 장사가 안된다고 신경을 곤두 세우고 장사를 하지 않는다.
다른 가게랑 조금 차별화되었다면..
지금껏 장사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회를 포장.배달만해서 장사를 하기때문에
직원도 적고 가게 평 수도 작아 인건비와 가게세가 다른 가게보다 많이
들지 않기때문에 비싸서 먹기 힘든 회의 값의 거품을 완전히 빼 착한가격으로 승부한다.
그래서 횟집이 밀집된 동네에서 우리가게가 살아 남는 이유이기도 하다.
거기다 같은 동네 사람들은 몇 % 더 싸게 해 주니 완전 손님들에게 꿀인셈..
그렇다보니 주위에 있는 상가나 노점 그리고 주택가에 사는 분들이 많이 오신다.
"만원어치 회 포장해 주는 곳은 이집 뿐일꺼야..
요즘같이 경기가 어려워서 선뜻 먹기 힘든 음식인데 우리같은 서민들에겐
정말 고마운 집이지..어디서 이렇게 싼 가격에 회를 먹겠어..사장도 친절하고.."
이런 말을 하시면서 오히려 적은 금액으로 회를 사가는 것에 미안해 한다.
솔직히 처음엔 다른 가게랑 너무 큰 가격차이에 남편에게 한마디 한적도 있다.
" 너무 싼거 아니가? 그래가꼬 남겠나? "
" 걱정하지마라.. 내가 다 알아서 할테니까..그냥 막 퍼주겠나.."
" 뭐라하노... 그래도 "
" 남으니까 걱정하지 마라.."
' 그래 남긴 남겠지.. 그냥 막 퍼주겠나...
근데 너무 가격차이가 많이 나서 그러지..'
남편이 알아서 한다는데 더 이상 잔소리를 해 봤자 씨알도 안 먹히는
말이라는 것을 알기에 더 속상하고 답답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다르다..
남편의 넓은 마음을 이해하고 즐겁게 장사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세상은 돈 보다도 더 중요한 뭔가가 있다는 것을 느끼고 살고 있다는 것..
그것은 바로 사람의 정...
요즘같이 자기 밖에 모르고 이기심이 가득한 세상에서 따뜻한 말한마디가
이렇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구나하는 것을 너무도 가슴깊이
느끼기때문이다.
돈이면 뭐든 다 되는 세상이긴 하지만..
사람의 진실된 마음은 돈으로 살 수 없다는 것을 말이다.
조금은 돈을 덜 벌더라도 사람의 정을 몸으로 느낄 수 있는 일이라면
이젠 기꺼이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살고 있다.
겉으론 작고 허름한 가게이지만 사람들의 정이 넘치는 가게로 조금은
사람들에게서 인지되는 것 같아 하루 하루가 즐겁다.
완전 공짜로 회를 드리는 것도 아닌데 나름대로 진솔하게 장사를 하는
모습에 더 미안해 하고 감동받는 손님들을 볼때마다 보람을 느낀다.
보람되게 산다는 건 바로 이런 것을 두고 하는 말이구나하는 생각을
요즘 많이 하게 된다.
사 가자마자 얼마되지 않아 다시 가게로 왔다.
'무슨 일이지?!' 조금 의아한 마음이 들었는데...
아주머니 봉지를 하나 건내며 따뜻할때 먹으라고 주고 부리나케 나가셨다.
그것은 바로 아주머니의 정이 가득 담긴 붕어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