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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8시면 한창 바쁜시간입니다. 대부분 사람들이 저녁 6~8시 사이에 제일 주문을 많이 하거든요.아무래도 저녁식사 시간이 겹치다 보니 늘 그시간대가 제일 북새통을 이루는 것 같습니다. 거기다 포장 손님이 지나가는 길에 간혹 예약 전화도 없이 오시면 솔직히 조금 난감할때도 있답니다. 주문이 좀 밀렸으니 포장은 시간이 좀 걸린다는 말은 해도 ' 뭐.. 한 몇 십분이면  충분히 되겠지!' 라는 생각으로 앉아서 기다리지요. 그런데 대부분 예약 포장주문을 하지 않고 오시는 분들을 보면 공통점이 몇 분 지나면 꼭 이런 말을 합니다. " 다 되가지요?!.." 라고 하지만 무슨 일이든 순서가 있는 법..주문이 많아 좀 기다려야 한다고 말을 해도 그 말을 고지고때로 듣지 않고 일하는 사람 신경 쓰이게 계속 다 되어 가는지 묻지요. 음식점을 하고 나서는 우리 나라사람 정말 성격 급하다는 것을 제대로 겪고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 전 외식을 하러 가면 절대 재촉하지 않고 느긋하게 기다리는 버릇까지 생겼지요.

바쁜 저녁시간이 끝나고 늦은 저녁을 먹기 위해 밥을 차리고 있는데 우리가게 근처에서 건강보조식품 가게를 하는 사장님이 오셨습니다. 전 또 예약주문도 없이 지나는 길에 주문을 하러 오신거구나하고 생각하고 사장님께 뭘 주문하실건지 물었답니다. 그런데 사장님은 주문을 하러 온 것이 아닌 홍보를 하러 왔다며 살그머니 명함하나를 내 밀었습니다.

" 저녁에 배달이 많으면 저한테도 전화주세요.. "
" 네에?!.." 

사장님이 준 명함엔 '00퀵서비스'란 이름으로 '~일대'까지 배달해 준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습니다.

" 사장님 가게 그만 두셨습니까? "
" 아니요..가게가 6시에 마치니 저녁시간대 활용해 아르바이트로 시작해 볼려구요..
놀면 뭐합니까.. 부지런히 일 해야죠.."
" 아...네.." 

그리곤 사장님은 왜 아르바이트를 할 수 밖에 없는지에 대해 구구절절 이야기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건강보조식품을 파는 사장님의 이야기를 다 듣고 보니 정말 사장님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를 할 수 있겠더군요. 이번에 대학입학을 한
아들과 고3인 딸을 둔 한 가정의 아버지.. 가면 갈 수록 물가는 오르고 거기다 등록금까지 천만원대시대에 들어 섰으니 대학생과 고등학생을 둔 사장님의 고민은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다가 직업상 건강보조식품은 명절이 아니면 거의 사러 오는 분들이 적어 일주일에 몇 번은 하나도 팔지 못하고 허탕만 치고 집에 가는 일도 많았다고... 그래서 생각해 낸 일이 가게문을 닫는 6시 이후 저녁시간대를 활용해 아르바이트를 해서라도 생활비와 아이들 학비를 감당할 수 밖에 없다고 하더군요.

 " 한번씩 불러 주세요.. 사장님 부탁합니다."

몇 번이고 일이 있으면 불러 달라는 말에 조금 숙연해지더군요. 요즘 4~50대 아버지들 자신의 몸을 돌보는 시간도 없을 정도로 가족을 위해 열심히 일을 한다고들 하는데 하루 24시간이 짧게 느껴질 정도로 직업을 두개이상 가지고 일을 하니 말입니다. 오늘 온 건강보조식품 사장님도 새벽엔 택배로 떡배달을 하시고 낮엔 자신의 가게에서 열심히 장사 ..그리고 가게문을 닫고 나서는 저녁 6시부터 밤12시까지 퀵서비스를 하고 있으니 정말 가족들을 위해서
몸이 열개라도 부족하게 사는 우리네 중년층 아버지의 모습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장님이 나가고 난 뒤 남편과 저녁을 먹으면서 참 많은 대화를 하게 되었습니다. 

" 나름대로 일할 수 있을때 열심히 일을 하는건 좋은데 몸도 좀 생각해야할 나이인데 ..."

라며 안타까운 마음을 토로했습니다. 사실 남편도 그렇게 느꼈듯이 예전과 달리 많이 초췌해진 사장님의 모습이
지금 4~50대 가장들의 모습같다는 생각도 들었답니다. 우리가게에 퀵서비스로 자주 오는 한 분도 퀵 뿐만 아니라 다른 일 하나 더 하고 있거든요.. 여하튼 이젠 하나의 직업으론 더 나은 미래를 위한 밑거름이 되지 않는 현실에 그저 씁쓸할 뿐이었습니다. 
( 자주 시키는 퀵서비스옆에 붙여 둠..)
 
p.s...대학생을 둔 4~50대 분들 뿐만 아니라 어느 연령층이든 경제가 어렵다 보니 정말 힘들게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요즘인 것 같습니다. 물론 옛날에도 그랬겠지만 요즘엔 더욱더 몸으로 절실하게 느껴지니까요. 자신의 몸은 언제부터인지 없어진지 오래이고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우리네 가장.. 다시한번 그 고마움을 느끼는 하루가 되었음하는 바람을 가져 봅니다. 오늘은 사랑하는 아버지나 남편의 어깨를 사랑으로 따뜻하게 감싸는 하루가 되었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