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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에 언제 갈낀데..기다리시겠다."
" 다음에 가면 되지 장사하는거 다 아는데.."
" 그래도..전화만하면 서운해 하실낀데.."
" 으이구..엄마가 그러실 분이가..신경쓰지마라.."

신정이라고 따로 지내진 않지만 새해가 되면 솔직히 신경이 쓰이지요.
결혼한 사람이면 다 그런 마음이 들겁니다.
'새해라고 인사를 가야하는데 어떡하지? ' 라고 남편에게 은근슬쩍
한마디 운을 띄우니 남편은 너무 예민하게 신경을 쓰지 말라는 눈치입니다.
솔직히 신정이라고 여느 직장인들처럼 쉬는 날이면 당연히 남편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할 필요없이 부모님을 찾아 뵈면 되지만 그렇지 못한
현실에 조금은 답답하기도 하더군요.

' 전화 드렸으니 어머니도 이해는 하실꺼야! ' 라고 생각은 하지만
왜 이렇게 찜찜한 마음이 가시질 않는지 ..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늦게 마치더라도 얼굴한번 비추자고 남편에게 졸랐습니다.
남편도 불편해하는 제가 못내 신경이 쓰였는지 그렇게 하자며 얼버무리더군요.
일을 마치고 가면 좀 늦게 도착할 것 같다는 말을 먼저 하고는 우린 늦은 시각
시댁으로 향했습니다.

" 용돈 얼마 드리면 되겠노.."
" 용돈?!.. 됐다..마.."
" 그래도 ...신정인데..얼마라도 챙겨 드려야지.."
" 우리부모님 아직 모르나..자식 얼굴 한번 보여 주는거 더 좋아한다.."
" ........ "

남편의 한마디에 더이상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피곤한데 다음에 가자는 남편을 졸라서 억지로 데리고 가다시피한
상황이라
괜한 일로 신경쓰이게 하기 싫더군요.
그래서 남편에게 말은 하지 않고 지갑에서 조금 챙겨 한쪽 주머니에 넣었습니다.
그래도 신정인데 그냥 얼굴만 비추고 오긴 좀 뭐해서 말이죠.
다 들 자는 시각인데도 시댁에는 불이 훤하게 켜져 있었습니다.
차 소리가 나니 이내 나와 보시는 시어머니..

" 추운데 뭐하로 나오십니꺼..."
" 우리공주 많이 피곤한데 뭐하러 오노..어서 들어가자.."
" 어머니..이거...얼마 안됩니다..늦은시간이라 뭐 사올것도 없고해서.."
" 며칠전에 준거도 그대로 있다.. 그냥 넣어둬라..어서...."
" 네에?!..."

몰래 어머니께 용돈을 드리려고 했는데 이게 무슨 말..

이유인 즉슨..
남편이 며칠전에 저 몰래 시댁에 갔다가 어머니께 용돈을 드리고 갔다고 하더군요.

신정때 장사한다며 못 갈 수도 있다고 일부러 아내가 챙겨 주더라는 말을 하면서 말이죠.

" 이렇게 새벽까지 일하면서 번 돈인데 내가 그걸 우째 쓰겠노..
내가 우리공주 뭐라도 해줘야 하는데..."
" 아입니더..."

늦은 시각이라 오래 앉아 있지 못하고 우린 진짜 얼굴만 비추고 나와야했습니다.

집에 오는 길 ..
남편의 모습이 왜 그렇게 이뻐 보이던지..
신정인데 쉬지도 못하고 장사를 해야하는 것에 미안한 마음에 일부러 시댁에
갔다 온 남편..
거기다 내 이름을 팔아 용돈까지 챙겨 드렸던 모습에 흐뭇했습니다.

남편은 늘 그랬습니다.
겉으로는 무뚝뚝한 말투에 행동도 그리 스무드하지 않지만..
마음만은 너무도 따뜻한 사람이란 것을 말입니다.
혹시나 어머니가 서운해 하실까?
혹시나 아내가 서운해 할까? 하는 마음을 먼저 헤아리는 그런 분입니다.
올해는 남편보다 한발 앞서 어머니께 잘하려고 했건만..
역시나 한발 늦었네요..ㅎ
여하튼..이런 남편 덕분에 우리집은 고부간의 갈등이 많이 없는 것 같습니다.
결혼하면 남편의 역활이 제일 중요하다고 하더니 그 말이 정답인 것 같아요.
늘 제 입장을 먼저 이해하고 생각해주는 울 남편..
정말 사랑스러운 분이라는 것을 새삼 오늘 또 깨닫습니다.
 
 


 


며칠전 친구들과 모임을 하였습니다.
얼마전에 결혼한 친구도 모임에 나와 분위기는 순식간에
학창시절로 돌아간 느낌이었답니다.

" 결혼하더만 소식을 끊고 지내나 싶더니... 야.. 얼굴보이 이유가 있었네..."
" 정말이네.. 니 요즘 몸매 관리하나?.. 피부관리실 다니나?..
살 빠지니 얼굴 좋다.."

결혼한 지 얼마 안 된 친구인데..
오랜만에 만나보니 살이 빠져서 그런지 얼굴이 좀 이뻐 보였습니다.

" 문디 가스나들... 별 것 가지고 다 그라네... 와 .. 살 빠지니 이쁘나..ㅎㅎ"

살 빠져서 이쁘다고 하니 오히려 한층 더 뜨며 이야기하는 모습에
모두들 어이없다는 듯이 웃기만 하였습니다.
역시 여자는 아가씨때나 결혼하고 나서나 여자인 우리가 봐도 살이
빠지니까 좋긴 하더라구요.
그래서 우린 살이 빠져서 나타난 친구에게 비결 좀 가르쳐 달라고
난리를 떨었습니다.

" 나.. 작년에 다이어트 약을 30만원이나 주고 먹었는데, 오히려 더 찌더라..
  혹시 살찌는 약으로 잘못 준거 아닌가 싶어서 물어 보고 했다 아니가..ㅎㅎ"
 
" 난 ...마.. 포기했다.. 다이어트 한답시고 밥을 조금만 먹고
운동만 열심히 했더니..어지러워 세상살기 싫어 지더라.."

" 사실 나도 시도는 했는데.. 울 신랑 ..
괜히 짜증내지 말고 밥 많이 먹고 아프지 마라고 하더라.."

" 야.. 근데.. 니는 어떻게 해서 그렇게 날씬해졌는데... 비결이 뭐고..
 오늘 비결이야기 안하면 니 오늘 집에 못간다.."

친구들 모두 그 말에 동의한다는 눈빛을 보내니..
결혼 후 날씬해진 친구 슬그머니 입을 열었습니다.

" 으이구... 말안하고 지나갈려고 했더만.. 알았다..
근데 너거들한테는 별 도움이 안될거니까.. 알아서 해석해라.."

친구들은 모두 오랫만에 모임에 나온 완전 날씬해진 친구의 말을
듣기 위해 쥐 죽은듯이 조용히 귀를 기울였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모두들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는 안됐다는 눈빛을 보냈습니다.
도대체 어떤 이야기였길래...

친구는 결혼하자마자..
시댁과 따로 독립하여 알콩 달콩 신혼의 단꿈에 젖어 살았다고 합니다.
그렇게 산 지 한 6개월후...
시어머니가 다른 자식들보다 유독 친구의 남편을 어릴적부터 애지중지
키워서 그런지 결혼하고 아들과 따로 살고 나서부터는 아들이 보고
싶어 하루가 멀다하고 친구의 집에 왔다고..
물론 결혼하고 아들보러 온다는데..
그게 무슨 큰 일이겠습니까..
중요한 것은 꼭 새벽녘에 온다는게 문제..
시어머니는 교회에 다니시는데 매일 새벽기도란 것을 갔다가
아들네집으로 온다는 것...
처음엔 너무나 보고 싶어서 그렇겠구나 하고 이해를 하고 넘어 갔는데..
새벽마다 오시는 바람에 신혼인 친구는 말로 표현 못할 정도로 불편해
했다는군요.
물론 며느리인 입장에서는 조금 불편할 수도 있지만..
뭐라고 말할 입장도 안되어 새벽마다 오신 어머니를 위해
친구는 새벽에 아침밥을 준비하느라고 잠도 제대로 못잤다고 하더라구요.
사실 친구도 맞벌이하는 입장이라 무척 피곤해 했다고 했습니다.
도저히 피곤이 겹쳐 짜증이 나 남편에게
시어머니에 관한 이야기(이른시간에 오시는 것)를 하니..
남편은 오히려 역정을 냈다고 하더라구요.
' 엄마가 아들 보고 싶어서 오는데.. 어찌 오라 마라 하냐고..'
뭐..
객관적으론 그 말을 들으니 이해가 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하루 이틀이지.. 너무도 힘이 들었다고 하더라구요.
그런데 결론적으로 친구가 살이 빠진 이유는 따로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시도때도 없이 던지는 
가시 돋힌 한마디 한마디때문이었다고....
' 우리아들은 가면 갈 수록 살이 쪽쪽 빠지는데 넌 가면 갈 수록
살이 많이 찌네.."

뭐..이 정도의 한마디는 양반이라고..
조금만 반찬이라든가 마음에 안드는 일이 있으면 아무도 없을때
대 놓고 이런다고..
' 남편은 빠짝 말라가는데 ..너 남편 삐 빨아 먹냐..' 고 말입니다.
이 무슨 막말 시츄에이션......

맞벌이에 지친몸에.. 잠도 제대로 푹 못자고..
새벽마다 신경써서 시어머니의 식사를 챙기는 고마움은
생각하지 않고 오히려 며느리를 못 마땅해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날 이후 충격을 받은 친구는 살을 빼기위해
원시적인 방법을 택했다고..
그 원시적인 방법은 바로 어이없게도 변비약을 복용하는 것이었답니다.
정신적 스트레스에 밥도 제대로 안 먹는 상태에 변비약을 상시 복용했으니
살이 쪽쪽 빠질 수 밖에요..
그렇게 3개월만에 무려 10키로 가까이 살이 빠졌다고 했습니다.

우린 친구의 말을 다 듣고 나서..
살이 빠져서 이쁘게 보인다는 그 말이 오히려 미안해질 정도였답니다.
막상 친구의 하소연을 듣다 보니...
우리들은 정말 행복하게 살고 있구나 하고 생각을 더 하게 되더군요.
집에 돌아 오는길..
참 많은 생각이 뇌리를 스쳐 지나갔습니다.
여자들이 결혼하고 살이 쪄서 고민하고 하는 것도 다 복이라고..
오랜만에 나온 친구처럼 살이 빠지면 무슨 소용이냐고요..
정신적인 스트레스로 몸이 다 망가지면서 빠진 살인데..
지금은 변비약이 없으면 아예 변을 못 볼 정도라고 합니다.
에공..
남은 인생 아직 많이 남았는데..
언제까지 그렇게 살아야할까요..
친구를 생각하니 그저 긴 한숨만 나왔습니다.

 

 


" 응.."

" 왜요? "
" 알았으요.."
" 예.."


이게 무슨 말들이냐구요..
조금 황당하시겠지만 시어머니와 남편과의 전화통화 중 남편이 말하는 부분입니다.
평소에도 말이 별로 없는 남편이긴해도..
솔직히 매일 남편과 같이 있다보면 별로 그런 인식을 못 느끼거든요.
아마도 결혼생활 11년이란 시간이 흘러서 자연스럽게 말이 없는 남편의
모습에 말없고 무뚝뚝한 모습에 동화되어
가고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
남편이 참 말이 없구나하고 느낄때는 바로 전화통화를 하는 것을 보면 
더 자세히 알 수 있습니다.

친구들에게 전화가 오면 몇 마디 더 하긴하지만 가족들에게 전화가 오면
정말 누가 봐도 말이 짧다고 느낄 정도입니다.
그런 남편의 모습을 오랫동안 봐서 그런지 전화통화 내용만 옆에서 들어도
누구랑 통화를 하는지 알 수 있답니다.

" 엄마 전화? "
" 응.."
" 근데..이 시간에 무슨 일인데..어디 아프시다더나? "
" 아니.."
" 그럼? 무슨 일로.."
" 니..어디 아픈데 없이 잘 있냐고 묻더라.."
" 으응..." ;;


남편의 말에 갑자기 말문이 막히면서 시어머니께 미안한 마음이 드는 것입니다.

' 그렇네..내가 전화 안 드린지 좀 됐네.. 휴..'

맞습니다.
울 시어머니는 간접적으로 남편을 통해 제 안부를 물으신겁니다.
솔직히 결혼초엔 시댁에 전화를 자주 안하거나 시댁에 잘 안가게 되면
시어머니께서 직접적으로 제게 전화를 하셨거든요.

" 요즘 많이 바쁜가베.. 어디 아픈데 없제..
연락이 없어 걱정이 되서 전화했다.."
며느리인 제가 민망하게끔 선
수를 치셨거든요.
그럴때마다 전 그런 시어머니의 모습이 정말 싫었답니다.

" 자기야.. 어머니 전화왔더라.. 전화 자주 안한다고.."
한국말이 원래 그렇듯이..
'아''어'를 잘못 표현하면 뜻이 완전히 다르잖아요.
전 이렇듯 남편에게 시어머니의 행동에 대해 좋지 않게 표현했답니다.
그런데 남편에게만 살짝 고자질했던 말들이 어느샌가 어머니귀에
다 들어가고 있었던 것입니다.

" 자기는 그런 이야기까지 하면 어떡하노.. 얼마나 날 미워하겠노.."
" 좋게 이야기했다.. "
" 뭘 좋게 이야기해.."
" 문디..그럼 니가 전화 엄마한테 미리 좀 하지.. "


이렇게 결혼 초에는 전화때문에 감성싸움도 많이 했었죠.
그게 다 시어머니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 생각하면서 말이죠.
그런데..
살아가면서 시어머니의 며느리에대한 사랑을 알고 나서 부터는
그게 다 오해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한마디로 진정 걱정이 되서 전화를 미리 하신 것이었지요.
물론..
시어머니와 저와의 사이를 중간에서 중재역활을 잘 해 준 남편 덕분에
지금은 시어머니께서 많이 바꼈답니다.
바빠서 자주 전화를 하지 않는 며느리에게 직접적으로 전화를 해..
" 넌..어른이 먼저 전화를 해야하냐.."
" 얼굴 본 지 좀 됐네..언제 한번 올거냐..." 라고는
절대 말씀하시지 않습니다.

이젠 한 다리 건너 남편에게 전화를 해서 제 안부를 묻는 것이지요.

" 우리 공주 어디 아픈데 없제.."
" 둘이 안 싸우고 잘 지내고 있제.."
" 조만간 시간나면 들러라.. 우리 공주 얼굴 좀 보게.." 등..
며느리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게 말입니다.

사실...
참 기분이 묘한게..
시어머니께서 간접적으로 남편에게 제 안부를 물으면 오히려
제가 먼저 전화를 드리지 못한 것과 자주 찾아 뵙지 못한 것에
미안한 마음이 엄청 더 든답니다.

' 에공.. 내일 어머니께 전화 드려야겠다.' 는 생각도 들구요.
거기다 남편에게도 미안한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리고..
전화를 간접적으로 하는 시어머니의 행동에 이런 생각도 들어요..
철 없는 며느리가 기분 나쁘지 않게 고부간 사이를 잘 만드시는 것 같다는 것을..

이렇듯..
제 마음을 편하게 잘 해주시는데..
너무 마음이 편해서일까요..
아님 .. 아직도 마음 속엔 조금 껄끄러운 고부사이가 있어서 일까요..
자주 전화해서 안부를 먼저 묻는게 쉽지 않네요.
에공...;;;;
여하튼..
며느리가 기분 나쁘지 않게 시어머니를 생각하게 만드는 행동에
그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결혼 초에는 누구나 다 그렇듯이..

'시'자가 들어가면 좀 서먹한 느낌에 껄끄러운 느낌이 들기 마련입니다.
아무리 잘한다고 해도 100%라는 소릴 못 듣게 되는 곳이 시댁이라 더 그렇죠.
왜 그렇게 가깝고도 멀게만 느껴지는 시댁이었는지..
그때를 생각하면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서로에 대해 조금씩 알아 가는 과정에서 그런 감정은 줄어 들게 되지요.

 


결혼 11년차..
나름 10년이란 긴 결혼생활을 충실히 잘 수행한 탓일까요.
이제는 이해를 해 달라는 것 보다는 이해하는 사람으로 변해 있는 제 자신이
대견스럽기도 했는데..
어제 남편의 한마디에 이해심이 많다고 느낀 제 자신이..
'아니었구나!'하고 느끼게 되었지요.

무슨 말때문이냐구요..
그건 바로..

" 너..우리 엄마하고 닮았다.." 라는 말이었습니다.

'우리엄마..'
남편이 말하는 우리엄마는 저에겐 시어머니..
마음을 제대로 열지 못했을때는 아무리 저에게 잘 해 준다고 해도 별로 가슴에 와 닿지 않았었는데..
어느샌가 마음을 열고 시어머니의 입장에서 바라보며 이해를 하니 친정엄마까지는 아니어도
조금은 편한 분이라는 생각과 좋은 분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지요.
그런데..
남편이 난데없이 절 시어머니와 닮았다란 말에 왜 그렇게 짜증이 났는지 모릅니다.

" 내가 왜 어머니랑 닮았는데?.. 뭐가? "
" 너.. 가면 갈 수록 엄마랑 비슷해.."
" 뭐라고?!..."
" ......."


아무 사심없이 좋게 남편이 말한 것이었는데...
그 말에 큰 언성으로 말한 제 모습을 보니 왜 그렇게 한심하게 보였는지 ..

사실..
남편은 좋은 쪽..
즉..
자신을 위해서 걱정하는 잔소리..
아끼는 습관..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는 스타일들이 시어머니와 닮았다는 뜻이었는데도
전 그런 말 자체도 시어머니와 닮았다는 이유만으로 듣기가 좋지 않았습니다.
그런 제 모습에..
여전히..
시어머니란 존재를 편하고 좋은 쪽으로 해석하고 있지 않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왠지..
고부간의 문제는 시어머니가 만드는 것이 아닌..
며느리가 만드는 것 같다는 생각까지 들더군요.

좋은 쪽으로 시어머니와 비교했는데..
기분 나빠했던 제 모습에 아직도 마음을 다 열고 시댁을 바라 보지 않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결혼 11년차..
제가 한 행동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 보니..
여전히 한 집안의 부족한 며느리이자..
아내인 것 같습니다.
에공...
 
" 오늘 바쁘나? "
" 모르지..왜? "
" 응.. 안 바쁘면 저녁이나 먹자고.."
" 글쎄..정미야..한 10분 있다가 내가 전화해주께.."

가게에 출근한지 얼마 되지않아..
평소 연락을 잘 하지 않던 친구가 저녁을 같이 먹자고 전화를 했더군요.

' 또 무슨 일이지? '

친구의 전화를 받자마자 그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사실 정미는 특별한 날이나 집에 무슨 일이 있으면 제게 전화를 하거든요.

" 자기야.. 오늘 바쁘겠나? "
" 왜? "
" 응..저번에 우리집에 온 얼굴 이쁘장한 정미 있잖아..
오늘 저녁이나 같이 먹자네 어짜꼬...."
" 그래..갖다 온나.."
" 바쁘면 전화해레이...."
" 신경쓰지 말고 저녁먹고 온나.."

같이 출근해서 그냥 혼자 나올려니 괜히 미안한 마음에 발길이 떨어지지 않더군요.
그래도 흔쾌히 갔다 오라는 남편의 말에 마음 편히 친구를 만나기위해
약속장소를 잡았습니다.


" 갑자기 저녁은 먹자고 하고..왜 또 무슨 일 있제.."
" 문디..가쓰나.. 눈치는 빨라가지고.."
" 내가 눈치백단이다.. 혹시 싸웠나? 얼굴보니 그런 것 같고.."
" 응... 요즘 남편이랑 말 안한지 한 3일 된다.."
" 뭐?!.. 으이구..어지간히 싸워라..니가 지금 신혼이가.. "

친구의 부부싸움은 솔직히 제가 보기에도 너무 한다 싶을 정도로 잦은 편이었습니다.
사실 친구의 부부싸움 이유를 들어 보면 조금만 양보하면 될 걸..하는 마음이
들때가 솔직히 많았거든요.
그렇다고 부부싸움때문에 기분이 다운된 친구에게 설교를 할 수 없는 노릇이공..
그래서 만날때마다 친구의 하소연을 들어 주며 시간을 보내기 일쑤랍니다.

" 이번엔 뭐가 또 문젠데? "
" 문제보다는 생각하면 그냥 짜증나.."
" 왜? "

친구는 제 물음에 짜증섞인 얼굴을 하고는 싸움의 시초가 되었던 내용을
자세히 이야기했습니다.
그런데 이야기를 다 듣고 나니 ...
오늘도 헐...
한마디로 ' 으이구..조금만 마음넓게 이해하지! ' 하는 마음이 쏴~~.

친구가 제게 털어 놓은 이야기는 바로 남편에게 시댁이야기만하면
예민하게 반응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한달전에 서울에서 시누가 시댁에 와서 한달간 있었다고 하더군요.
중요한 것은 시누가 내려 온 이유는 남편과 싸워서 친정에서 좀 쉴려고 내려 왔다고..
문제는 그 부분에 대한 남편과의 의견충돌이었다고 합니다.


" 아니 ..나이가 어린 시누도 아니고..
친정이라고 왔으면 설거지라도 좀 하지 일도 안하고
방에 누워 있잖아.."
" 남편이랑 싸워서 잠깐 쉬러 왔다메.. 그래서 그렇겠지.."
"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우리시어머니 몸이 건강한 것도 아닌데.. 정말 철 없잖아..
사실 우리 시어머니 딸래미 서울에 올라가고 나면 한달은 들어 누워 있을거다.
그럼 누가 고생이냐.. 가까이 사는 내가 고생이지..그래서 남편한테 내가 동생보고
아무리 쉬러 왔어도 좀 설거지도 하고 밥도 차려라고 말하라고 했지..

그랬더니 뭐라는 줄 아냐...니가 설거지 안 할거면 조용히 있어라고 하는거 있지.."
" ......"
"사실 남편하는 말도 짜증났지만 더 짜증나는건 아프다면서 딸래미 수발 다 들어주는
시어머니 모습에 더 짜증난다.. 아프면 누가 다 뒷처리해주냐..
생각하면 할 수록 화가 나 죽겠다."

" 으이구..니도 친정가면 쉬었나 오잖아.. 왜 그래.."
" 얘는..우리엄마 아프면 그러진 않는다..알아서 하지.."

휴...
친구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듣다보면 조금은 수긍이 가는 부분이긴하지만..
친구의 남편과 시어머니 입장에서 보면 또 그 말이 맞는 것 같기도 하공..
그저 중립적인 입장에서 바라보는 수 밖에 없겠더군요.
그렇다고 친정에 좀 쉴려고 온 시누를 욕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참...나 ...
누구의 편에 서서 이야기 할 부분이 아닌 것 같아 그냥 친구의 하소연을 듣고 집에 돌아 왔습니다.
' 문디 가쓰나..뭔 싸움의 원인들이 그리도 많노..조금만 참고 살지..'
이런 생각이 차를 타고 오는 내내 지워지지 않더군요.

그리고 곰곰히 생각해 보니 늘 그렇듯..
친구가 시댁이야기만 하면 싸우는 이유는 이런 것 같더군요.

첫째는 친정에선 늘 뭔가를 받는 느낌이 드는데 시댁은 왠지 뭔가를 해줘야 할
부분이 많은 것 같다는 선입견에서 싸움이 일어나고..
둘째는 며느리보다 딸을 챙기는 모습에 속 좁은 질투심때문에 생기는 것 같고..
세번째는 가족간의 트러블이 생기면 남편의 입장표현은 시댁위주에서
결정지으려고 한다는 것때문이었습니다.

마음이 맞는 사람과 연애를 하고 사랑하며..
결혼이란 또 다른 세상에 들어 섰을때 여자들은 자신 보다는 가족의 입장에서
바라 봐야한다는 것에 해이를 느끼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중요한 것은 결혼시기가 깊어 질 수록 더 그런 입장표현을 하는 것 같구요.
근데..
사는게 다 그렇듯이 조금만 마음을 넓게 가지고 여유롭게 시선을 둔다면
시댁때문에 부부싸움을 하는 일은 거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혼..
결코 둘만이 사는 세상이 아닌 가족간의 결합이라는 사실은 늘 마음 속에 지니며
바라보는 시선이 어느때보다 친구에겐 더 필요한 부분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 친구야.. 우짜겠노.. 속 앓이 하지 말고 니가 마음을 좀 열어라.. 알겠제..'
 
 


" 오늘 시간 되니? "

" 음.. 간만에 청소 좀 할려고..왜? "

" 아냐.. 그냥 .. 그럼 다음에 시간되면 차나 한잔 해..."

뚜~~

청소를 하다 전화를 받아 바쁘다는 핑계로 전화를 끊었지만..
왠지 기분이 찜찜한 느낌을 떨칠 수가 없었습니다.

' 무슨 일 있나?!..'

청소기를 돌리다 자꾸 제 머릿속에는 친구의 목소리가 지워지지 않았습니다.
청소를 대충 끝내고 전 친구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평소에 자주 전화하는 친구가 아니라 그런지 더 신경이 쓰였는지 모릅니다.

" 정미야 혹시 나한테 할 말 있어?.. "

" 아니.. 그냥.. 시간되면 바람도 좀 쐴 겸 해서..."

" 응...그럼.. 7시쯤에 볼까.. 저녁먹고 차나 한잔해.."

" 응.. 고마워."

뭔가 할 말이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들어 전 친구에게 시간을 내어 주기로 했습니다.
만날 시간이 되어 전 약속 장소로 나갔습니다.
늘 지각 대장이었던 친구는 왠일인지 먼저 나와 있었습니다.
우린 저녁을 먹고, 조용한 곳에 차를 마시기 위해 이동하였습니다.

" 오늘 왠일로 시간이 되던 가보네.."

" 응.. 아들이랑 울 남편 시댁에 갔어.. "

" 그럼 너도 시댁가야지.. "

" ............"

친구는 차를 마시면서 한참이나 아무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분명 무슨일이 있는 것같은 느낌에 저도 별 말을 하지 않고 그저
커피숍에서 흘러 나오는 음악을 들으며 차창밖을 바라 보았습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친구는 말문을 열었습니다.

" 있잖아.. 원래 친손자면 애지중지 엄청 좋아하시잖아.. 뭘 해줘도 아깝지 않고.."

" 응.. 그렇지.. 근데.. 갑자기 그말을 왜 해!.. 당연한 이야길 갖고.."

한참이나 말이 없던 친구는 제게 속상한 속내를 털어 놓았습니다.
친구의 이야기를 다 듣고 나니..
시어머니의 행동에 저도 모르게 내 일 인냥 기분이 좀 언잖아졌답니다.

친구의 이야기는 요약하자면...
친구의 남편은 3형제 중에 장남이라고 합니다.
보통 첫 손주라고 하면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는다고 하는데..
시어머니는 그렇지 않다고 하더군요.
손자가 하나인데도 시어머니는 손자에게 과자 사먹으라고
용돈도 준 적이 없다고 합니다.
아무리 돈이 없어도 과자 한 봉지라도 사 주고 싶을 만큼 귀여울텐데 ,,,
그렇다고 친구의 시어머니가 돈이 없는 것도 아닌데..
( 달마다 정미는 시어머니께 용돈을 드린다고 하더군요. )

친손주를 보러 친구집에 가는 날에는 빈손으로 오시는 시어머니의 모습에
늘 서운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사람 마음이 처음부터 서운한 행동을 하더라도 시간이 흐를 수록
서서히 서운한 행동에 대해서 이해를 해 버리 듯이 친구는
시어머니의 행동에 언젠가부터 서운한 마음을 접었다고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친구는 아이와 함께 시댁에 가면서 맛있는 것과 용돈을 들고 시어머니를 찾아 갔었는데
그날 시어머니의 행동을 보고 무척 서운했다고 하더군요.


이유인 즉슨..
저녁을 먹고 설거지를 다하고 방에 들어 갔는데
시어머니는 봉투 하나에 만원짜리를 한장씩을 넣고 계셨다고 합니다.
한참이나 시어머니는 봉투에 열심히 만원짜리를 챙겨 넣으시고는
장롱에 봉투 뭉치를 넣으셨다고 ..
친구는 봉투마다 돈 만원을 넣어 장롱에 넣는 모습을 보고
궁금해서 시어머니께 여쭤 봤다고 하더군요.
그랬더니 시어머니 왈..

" 응...교회 헌금 줄꺼다.."

" 예?!.. "

친구는 그날 시어머니의 모습에 많이 서운했다고 했습니다.
친손주 하나 있는데 1,000원 아니..
100원짜리 용돈도 안 주시던 시어머니께서
교회에 헌금을 내기 위해 만원짜리를 넣던 봉투뭉치가 눈에서
지워지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친구는 그날 이후..
시어머니의 행동을 생각 할수록 서운함이 없어 지지 않는다고..

사실 저도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솔직히 화가 나
친구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를 하겠더라구요.
평소에 용돈을 안 드리는 것도 아닌데..
친손주에게는 너무 인색한 시어머니의 행동에 좀 그렇더군요.

물론 ..
용돈을 쓰시고 돈이 모자라거나 해서 친손주에게
용돈을 주지 않았다면 시어머니의 행동을 이해하겠지만...
교회에 내는 헌금은 당연하게 생각하시면서..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친손주에게는 과자하나도
사주지 않는 모습에 좀 심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전 친구에게 ' 너무하네.. 시어머니..' 라고 장단을 맞추지 못했습니다.
"성미야..좋게 생각해라.. 마음은 좀 서운하더라도 니가 돈이 없어
혜성이에게 과자를 못 사주는 어려운 형편도 아닌데 안그래..
좋게 이해하고 받아 드려라.. 어쩌겠니..
언젠가는 시어머니께서 과자보다 더 큰 선물을 해 주실지.. "

"..............."

하소연하던 친구는 제가 한 말에 서운했는지..
그저 차만 마실 뿐이었습니다.
사실 저도 장난 맞춰가면서 친구의 마음을 헤아려 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왠지 그러고 싶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현재 그것때문에 남편과 사이도 별로 좋지 않다고 하던데..
괜히 불난 집에 부채질하고 싶지 않았던 이유가 제일 컸답니다.
우린 서로 어색한 헤어짐을 나눈 뒤 각자의 집으로 향했답니다.
집에 오는 내내..
친구의 마음을 헤아려 주지 못한 것에 미안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