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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0시가 넘은 늦은 시각..

시어머니께서 일부러 제게 전화를 했습니다.
늘 그렇듯이 시어머니의 전화번호가 뜨면 솔직히 걱정부터 합니다.
왜냐하면 시어머니는 당뇨로 인해 몸이 좀 안 좋으시기때문에 혹시나
어디가 많이 편찮으신가하는 걱정때문이지요.
그런데 전화를 하자마자 대뜸 이러는 것입니다.

" 내일 우리공주 생일이제..
미역국 끓여 먹고 아들한테 맛있는거 사달라고 해라..알았제.."
(우리공주는 시어머니가 절 부르는 애칭입니다.)
 
갑작스런 전화에 솔직히 좀 놀랬지만 시어머니께서 그렇게 말해 주시니
가슴 속에서 뭔가 울컥하는 마음에 찡하더군요.
왠지 친정엄마가 딸 생일에 전화를 해 하는 말처럼 너무 포근하게
들려서 더 그랬는지 모릅니다.


" 고맙습니다..."
" 고맙기는.. 맨날 바쁘니까 얼굴 보기도 힘들고..
우리공주 고생많다.. 내일 꼭 맛난거 아들한테 사 달라고 해라.."
" 네..."

단 몇 분간의 통화였지만 왜 그렇게 오랜 여운이 남는지 ..
그저 미소를 짓고 한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우리 시어머니는 제가 생각하기론 이 세상에서 제일 마음이
따뜻한 사람인 것 같습니다.

늘 애지중지 키웠다고 노래를 부르던 아들을 제게 뺏겼다는 생각이
들텐데도 한번도
내색을 하지 않으시고 오히려 아무탈 없이 알콩달콩
잘 살아 주는 것만으로도
행복해 하시니 말입니다.

솔직히 울 친정엄마는 하나 뿐인 남동생이 결혼 할 여자라고 처음에
데려 왔을때
엄청 서운해 하셨거든요.
딸 다섯 낳고 마지막에 아들을 낳아 어릴때부터 정말 귀하게 키웠는데..
막상 결혼하면 아들이 떠난다는 사실에 엄마는 많이 슬퍼했답니다.
물론 남동생에겐 말로 표현은 하지 않았지만 언니들이나 저나 다
엄마의 그런 마음을 알고 있었답니다.

그래서 더 결혼 후 제가 시어머니의 마음을 이해하는지도 모릅니다.
귀한 아들을 누군가 즉 내게 뺐겼다는 기분이 들었을거란 것을 말입니다.

*늘 딸처럼 챙겨 주시는 시어머니와 늘 부족한 며느리..^^;;*

하지만 시어머니께서는 전혀 서운한 내색을 하지 않으십니다.
오히려 절 더 이뻐해 주시지요.
거기다 제 생일이면 이렇게 전화도 주시기도 합니다.
아참..
울 시어머니 며느리 생일 까먹지 않고 왜 이렇게 잘 기억하시는지 궁금하시죠..

제 생일이 남편생일 보다 5일 뒤라 기억을 잘 하시는 것 같습니다.

여하튼..
바쁘다는 핑계로 자주 찾아 뵙지 못하고 전화도 자주 드리지 못하는데 ..
이렇게 시어머니께서 먼저 전화를 할때마다 정말이지 몸 둘바를 모르겠습니다.
마음 속으론..
' 잘 해야지.. '
' 자주 찾아 뵈어야지..'
' 자주 전화 드려야지..' 하면서도 말 뿐 행동은 잘 안하니 ..
그저 미안한 마음 뿐입니다.

누구나 다 알고 있는..
'부모님은 살아 계실때 그 정성을 다 하여라.' 는 말은 늘
되새기면서 희안하게 그것을 생각만 할 뿐 실천하기가 쉽지 않으니 말입니다.
뭐가 그리 주위에 돌아 볼 시간도 없이 먹고 살기 바쁜지....
참.... 나....
늘 옆에서 묵묵히 지켜 봐 주시는 시어머니께 그저 죄송스럽네요..

' 어머니.. 늘 부족한 며느리 이쁘게 봐 주셔셔 고맙습니다. .
  조만간 어머니의 귀한 아들과 함께 집에 들리겠습니다..사랑합니다.'

2011.11.15. 12:30(A.M)  내 생일에....

다음글..너무도 감정에 충실한 초등생의 놀라운 편지..

 
 


" 응.."

" 왜요? "
" 알았으요.."
" 예.."


이게 무슨 말들이냐구요..
조금 황당하시겠지만 시어머니와 남편과의 전화통화 중 남편이 말하는 부분입니다.
평소에도 말이 별로 없는 남편이긴해도..
솔직히 매일 남편과 같이 있다보면 별로 그런 인식을 못 느끼거든요.
아마도 결혼생활 11년이란 시간이 흘러서 자연스럽게 말이 없는 남편의
모습에 말없고 무뚝뚝한 모습에 동화되어
가고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
남편이 참 말이 없구나하고 느낄때는 바로 전화통화를 하는 것을 보면 
더 자세히 알 수 있습니다.

친구들에게 전화가 오면 몇 마디 더 하긴하지만 가족들에게 전화가 오면
정말 누가 봐도 말이 짧다고 느낄 정도입니다.
그런 남편의 모습을 오랫동안 봐서 그런지 전화통화 내용만 옆에서 들어도
누구랑 통화를 하는지 알 수 있답니다.

" 엄마 전화? "
" 응.."
" 근데..이 시간에 무슨 일인데..어디 아프시다더나? "
" 아니.."
" 그럼? 무슨 일로.."
" 니..어디 아픈데 없이 잘 있냐고 묻더라.."
" 으응..." ;;


남편의 말에 갑자기 말문이 막히면서 시어머니께 미안한 마음이 드는 것입니다.

' 그렇네..내가 전화 안 드린지 좀 됐네.. 휴..'

맞습니다.
울 시어머니는 간접적으로 남편을 통해 제 안부를 물으신겁니다.
솔직히 결혼초엔 시댁에 전화를 자주 안하거나 시댁에 잘 안가게 되면
시어머니께서 직접적으로 제게 전화를 하셨거든요.

" 요즘 많이 바쁜가베.. 어디 아픈데 없제..
연락이 없어 걱정이 되서 전화했다.."
며느리인 제가 민망하게끔 선
수를 치셨거든요.
그럴때마다 전 그런 시어머니의 모습이 정말 싫었답니다.

" 자기야.. 어머니 전화왔더라.. 전화 자주 안한다고.."
한국말이 원래 그렇듯이..
'아''어'를 잘못 표현하면 뜻이 완전히 다르잖아요.
전 이렇듯 남편에게 시어머니의 행동에 대해 좋지 않게 표현했답니다.
그런데 남편에게만 살짝 고자질했던 말들이 어느샌가 어머니귀에
다 들어가고 있었던 것입니다.

" 자기는 그런 이야기까지 하면 어떡하노.. 얼마나 날 미워하겠노.."
" 좋게 이야기했다.. "
" 뭘 좋게 이야기해.."
" 문디..그럼 니가 전화 엄마한테 미리 좀 하지.. "


이렇게 결혼 초에는 전화때문에 감성싸움도 많이 했었죠.
그게 다 시어머니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 생각하면서 말이죠.
그런데..
살아가면서 시어머니의 며느리에대한 사랑을 알고 나서 부터는
그게 다 오해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한마디로 진정 걱정이 되서 전화를 미리 하신 것이었지요.
물론..
시어머니와 저와의 사이를 중간에서 중재역활을 잘 해 준 남편 덕분에
지금은 시어머니께서 많이 바꼈답니다.
바빠서 자주 전화를 하지 않는 며느리에게 직접적으로 전화를 해..
" 넌..어른이 먼저 전화를 해야하냐.."
" 얼굴 본 지 좀 됐네..언제 한번 올거냐..." 라고는
절대 말씀하시지 않습니다.

이젠 한 다리 건너 남편에게 전화를 해서 제 안부를 묻는 것이지요.

" 우리 공주 어디 아픈데 없제.."
" 둘이 안 싸우고 잘 지내고 있제.."
" 조만간 시간나면 들러라.. 우리 공주 얼굴 좀 보게.." 등..
며느리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게 말입니다.

사실...
참 기분이 묘한게..
시어머니께서 간접적으로 남편에게 제 안부를 물으면 오히려
제가 먼저 전화를 드리지 못한 것과 자주 찾아 뵙지 못한 것에
미안한 마음이 엄청 더 든답니다.

' 에공.. 내일 어머니께 전화 드려야겠다.' 는 생각도 들구요.
거기다 남편에게도 미안한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리고..
전화를 간접적으로 하는 시어머니의 행동에 이런 생각도 들어요..
철 없는 며느리가 기분 나쁘지 않게 고부간 사이를 잘 만드시는 것 같다는 것을..

이렇듯..
제 마음을 편하게 잘 해주시는데..
너무 마음이 편해서일까요..
아님 .. 아직도 마음 속엔 조금 껄끄러운 고부사이가 있어서 일까요..
자주 전화해서 안부를 먼저 묻는게 쉽지 않네요.
에공...;;;;
여하튼..
며느리가 기분 나쁘지 않게 시어머니를 생각하게 만드는 행동에
그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시어머니께서 지병으로 갑자기 또 쓰러졌습니다.
중환자실에 응급차를 타고 간지가 벌써 10번은 되는거 갔습니다.
그렇다 보니..
시댁에서 병원에 입원했다는 전화가 오면 처음보다는 조금 덜 놀라는 편입니다.
병원에 입원한 모습이 잦아서 그럴겁니다.
하지만 중환자실에 들어 갈때마다 늘 그렇듯이 마음은 조마조마 하지요.
그래도 다행인것은..
중환자실에 하루 계시다가 일반병실로 옮겨서 다행이었습니다.

" 오늘 일반병실로 옮겼다.. 000실이다..시간되면 와라.."
" 네... 어머니..몸은 좀 어떻습니꺼? "
" 응.. 움직일때 좀 어지러워서 그렇지 이제 괜찮다.. "
" 오후에 갈께요.."

전화통화를 하고 난 뒤 ..
오후에 어머니를 보러 병원에 남편이랑 갔습니다.
어머니는 절 보시더니 기다렸다는 듯이 반기시더군요.

" 언제 올 줄 알고 여기에 앉아 계십니꺼."
" 금방 나와서 앉아 있었다..피곤하제.."
" 아니예..."

어머니는 제 손을 꼭 잡으시고는 오히려 절 걱정하셨습니다.
그때 어머니의 손을 보니 주사바늘로 마구 찌른 곳에 멍이 시퍼렇게 들어 있고,
갑작스럽게 병원에 실려 온 상태라 평소 단정한 모습과는 달라 보이더군요. 

" 어머니 ..내일 오전에 병원에서 제가 목욕 시켜 드릴께요.."
" 괜찮다.. 내일되면 혼자 씻을 수 있을꺼다. 주사빼고 하면.. 신경쓰지 마라.."
" 아...네.."

시어머니는..
며느리가 직접 목욕을 시켜 준다고 하는 말에 미안했는지 계속 됐다고 하셨습니다.
사실 어머니랑 목욕탕에 한번씩 목욕탕에 가곤 하지만..
몸이 아파 병원에 입원한 상태에서 목욕을 시켜 드리는 것은 처음이라
사실 저도 심적으론 부담스러웠습니다.
하지만..
목욕을 하고 싶어도 힘이 딸려서 못하시는 모습같아 보였습니다.
평소 지병으로 입원을 자주 했었던 지금은 하늘나라에 계신 친정엄마가
생각이 나서 더 그런 마음이 들었는지도 모릅니다.

다음날..
전 시어머니를 목욕 시켜 드리기위해 오전에 병원을 갔습니다.
그런데..
병실에 있어야 할 시어머니가 안 보이더군요.

" 저 혹시 000씨 어디 가셨는데요? "
" 아... 그 환자 아까 남편분이와서 같이 나가던데.. 씻으러 간다면서.."
" 네에.. "

같은 병실에 누워 있던 아주머니께서 자세히 알려 주었습니다.

' 씻으러 갔으면 세면실에 갔겠네...'

아주머니가 알려 준 대로 전 세면실로 갔습니다.
요즘 세면실에는 병원시설이 좋아 환자들이 목욕할 수 있도록 잘 구비되어 있지요.
세면실 입구 문을 열고 들어서니 샤워실안에서 샤워기를 틀어 놓고
목욕하는 듯한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때 갑자기..

" 여기도 좀 씻어줘요.. 주사 바늘 꽂은데 때가 안지네.. "
" 응.. 안 뜨거워.. 괜찮아?.."

목소리를 들으니 어디서 많이 들어 본 목소리였습니다.
그 목소리는 바로..
시어머니와 시아버지의 목소리였던것입니다.

' 어머니도 참.. 아버지를 부르셨네..'

그 생각을 하며 세면실을 나올려는데 갑자기 시어머니께서..

" 어제 우리공주가 목욕 시켜 준다길래 걱정했다 아잉교..
내가 며느리한테 그런거 시키는것도 부끄럽고..여하튼..고마워요..00아버지.. "

" .......... "

그 말에 시아버지는 아무 말씀도 안하시고 어머니를 목욕시켰습니다.
전 인기척도 하지 않고 조용히 세면실 문을 닫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지금껏 시아버지의 모습은 가부장적인데다가
무뚝뚝함과 근엄함만이 존재하신 분 즉 조선시대 사람같았는데..
당신 아내를 목욕시키는 시아버지의 모습은 지금껏 보여준 것과는
달리 너무도 부드러운 모습 그자체였습니다.

역시 나이가 들 수록 부부간에 서로 정으로 산다고 하더니..
시아버지의 모습을 보니 왠지 가슴이 찡하더군요.
평소에 그렇게 어머니에게 싸늘하게 대하시던 분이었는데..
병원에서 본 시아버지의 모습은 너무도 온화하고 너그럽고 멋진 분이었습니다.
병실에 돌아와서 어머니를 목욕을 시키던 시아버지를 생각하니..
부부란 바로 이런 것이구나! 하는 마음에
저도 모르게 가슴깊이 끓어 오르는 뭉클한 뭔가를 느꼈답니다.

아버지, 어머니..
늘 이런 모습으로 행복하게 오래 오래 사십시요.
사랑합니다.

 
" 문자 확인해 봐라.. 자꾸 '딩동' 거리네.."
" 알았다.."

명절연휴라 그런지 장사가 잘 안 될 줄 알았는데..
의외로 좀 바쁘더군요.
아무래도 구제역으로 인한 여파로 인해 우리가게(횟집)가 덕을 보는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초저녁까진 조용하더니 ..
저녁 10시가 넘어서니 갑작스런 주문전화에 좀 바빴습니다.

그래서 전화가 와도 받지도 못할 정도였지요.
그런데 휴대폰 문자벨을 2분 마다 울리게 해서 그런지 문자 온 것이
계속 울려대서
울 남편 신경이 쓰였나 봅니다.

" 누군데.. 문자가 그리 많이 오노.."
" 몇 명 아닌데.. 문자를 확인 안해서 벨이 계속 울린거다.."

그렇게 남편에게 말을 하고는 문자를 일일이 확인하였습니다.
명절이라 거의 다 새해인사 문자였습니다.




그런데..

제 눈에 확 띄는 문자가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

시어머니께서 보낸 문자였습니다.

' 어머니도 ...참...'

문자를 보자마자 저도 모르게 가슴이 뭉클해지더군요.
제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었던 ..
시어머니가 설날을 하루 앞두고 보낸 문자는 바로 이렇습니다.



' 공주야..우리아들땜에 명절인데 고생 많다..
피곤할낀데 내일 안와도 된다. '


ㅠ..
다른 집 같으면 명절 일한다고 하면 .
' 뭔 떼돈 번다고 일하냐! ' 라고 할텐데..
울 시어머니는 늘 제게 잘 대해 주시는 것을 알지만..
문자를 보자마자 다른집 시어머니들과 확실히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시어머니의 마음을 알아서 일까요..
명절 일한답시고 시댁에 일찍 가지 못하는게 더 죄송스럽고 미안할따름이었습니다.

그런데도 울 시어머니는 오히려 당신아들때문에 고생하는 며느리를 안쓰럽게 생각하고 계셨습니다.

" 자기야..마치고 어머니한테 들렀다 가자.."
" 왜? 며칠전에 갔잖아..내일 일 할려면 피곤할낀데 ..괜찮겠나.."
" 그래도 명절인데.. "

맞습니다.
남편말대로 명절 일 한다고 미리 시어머니를 찾아 뵈었거든요.
그런데..
시어머니의 문자를 보니 며느리로써 왠지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그래서 꼭 가 봐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더 들었습니다.

" 어머니.. 못난 며느리를 늘 이쁘게 잘 봐 주셔셔 감사합니다.
언제쯤 어머님 마음을 조금이나마 따라 갈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지금 보다 더 노력하는 며느리가 될께요.. 사랑합니다. "

음력 1월 1일 a.m 2시...(피오나 일기..)
 
 
" 내일 가게 쉬는 날이제.."
" 네.. "
" 그라믄.. 니 혼자 잠깐 집에 들릴레..아들한테 말하지 말고.."
" 네에?!. 무슨 일 있습니꺼? 어머니.."
" 아무 일 없다..니한테 줄게 있어서..내일 혼자 꼭 온나 알겠제.."
" 네.. "


' 무슨 일이지? '
' 왜 혼자 오라고 하지? '
' 뭘 줄게 있다는 거지? '

시어머니의 전화통화를 끝내자마자 머릿속엔 갑자기 궁금증이
밀려 왔습니다.
여하튼..
아들한테 말하지 말고 혼자서 오라고 신신당부를 했으니 남편에게는
말하지 않고 가는게 옳은 일이라고 생각하고 휴일 오후 시댁에 갔습니다.

" 어머니 저 왔습니다."
" 그래.. 점심은 묵었나? "
" 네.."
" 그럼 차 한잔 마실래.. 유자차가 맛있게 잘 익었다.."
" 네.."


어머니는 미리 준비해 놓은 유자차를 꺼냈습니다.
차를 마시는 내내 어제 내게 줄것이 있다고 혼자 오라고 한 말이 생각나
물어 봐야지하고 말을 꺼내려고 하는데..
갑자기 어머니 하얀 봉투에서 뭔가를 꺼내 제게 주었습니다.

" 자.. 이거..요즘 가게한다고 니가 고생이 많다..얼마 안되지만
니 먹고 싶은거 사 먹고 사고 싶은거 사고 해라.."
" 예에?!.. 뭔데예.."

조그만 눈이 동그랗게 변하면서 놀라는 이유는 바로..
시어머니께서 내게 건네 준 돈은 자그만치 공이 여섯개인..



2,000.000만원이라는 거금이었기때문이었습니다.

" 지금껏 살면서 내가 니한테 해 준게 별로 없는 것 같아 늘 미안했다아니가..
아들한테는 말하지 말고 니 쓰고 싶은데 써라.. 알겠제.."
" 어머니...."
" 니 일도 있는데.. 아들하고 가게하느라 힘든거 안다.. 고맙다..
얼굴보니 살도 많이 빠짓고.."
" ........"


당연하게 남편이 하는 일을 옆에서 도와 주는 것인데..
시어머니께선 며느리가 하고 있는 일들을 포기하다시피하고
아들일을 열심히 도와주는 것에 고마웠나 봅니다.

" 어머니 .. 당연히 할 일인데..말씀만 들어도 고맙습니다.
이 돈..어머니 쓰고 싶은데 쓰세요..전 괜찮습니다."
" 아니다..니 줄라고 한 돈이다..지금껏 내가 받기만 했는데..
안 받으면 내가 억수로 서운하데이.. 어서 받아 넣어라.."


어머니는 돈을 제 주머니에 억지로 밀어 넣어 주다시피 했습니다.
전 엉겹결에 어머니가 주신 돈을 받게 되었습니다.

집에 오는 길에 참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껏 내가 잘 해 드린 것도 제대로 없는데..
이렇게 큰 용돈을 받아도 되는지에 대해서 말입니다.
그리고 시어머니의 말씀처럼 아들에게 절대 말하지 말고 혼자 써라고 했는데..
남편에게 이 사실을 알리지 않고 혼자 알고 있어도 되는지에 대해서도 말이죠.
여하튼.. 말로 표현 못할 많은 생각이 뇌리를 파고 들었습니다.

' 남편에게 말해? 말어? '
' 다시 시어머니께 드릴까?!.. 그럼 서운해 하실까? '
많은 생각이 교차하였습니다.

결혼생활 10년 동안 늘 많은 사랑을 주신 어머니..
그런 따스한 분이란 걸 알면서도 사는게 바빠서 시간이 없어서란 핑계로
시댁에 부모님을 제대로 보러 가지 못했는데..
이런저런 생각이 들면서 참 미안한 마음이 많이 들었습니다.

' 내가 해 준건 아무것도 없는데.. 그리고 아무일도 아니면서
시댁에서 섭섭한 마음이 있으면 남편에게 투정도 많이 부리고 싸우고 했는데..'


그런 마음들이 마구 드는 것이었습니다.

' 안되겠다.. 내일 출근하는 길에 다시 갖다 드려야겠다.
내가 이 돈을 받을 자격이 없어..'


이것 저것 생각하니 결론은 남편에게 용돈을 받았다는 것을 말하고 안하고가 아니라
어머니에게 다시 돈을 드리는 것이 옳은 일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 어머니..마음만 받겠습니다. '

내일 ..
출근 길 어머니댁에 들렀다 가야겠습니다.
다시 돈을 돌려 드려야 되겠다는 마음으로 굳히니..
오히려 제 마음이 더 가벼워지고 좋네요.

' 어머니..고맙습니다. 제가 느끼지 못했던 많은 것을 터득하게 해 주셔셔..'

늦은 새벽..
시어머니의 따뜻한 마음을 생각하니 참 훈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