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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먹었는지 걱정 안되냐는 질문에..남편의 답은?]

 

연애할때..신혼때..결혼 5년...결혼 10년... 점점 세월이 흐를때마다 남편은 조금씩 변하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하지만 그 변화 속에서 나 또한 남편 못지 않게 변하고 있다는 것도 안다. 연애때는 무슨 특별한 날이면 나 보다 더 신경을 쓰고 준비하는 모습에 얼굴과 달리 여자..아니.. 나 보다 더 섬세한 모습에 감동을 받곤 했었다.

 

" 이거.. 100일 선물.."

" 뭔데.."

" 니 저번에 금방앞에서 이쁘다고 한참 본거.."

 

.....................

 

난.. 그냥 봤을 뿐이다.

뭘.... 얼굴에 뭐가 묻었는지....

 

하지만 난 그렇게 말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선물을 그냥 가져 갈까 싶어서........

 

그렇게 하나에서 열까지 늘 내 입장에서 뭐든 생각해 주는 마음이 너무 착하고 이뻐서 미칠 지경이었다.

 

결혼 후...

 

신혼이 되니 완전히 급 변화한건 아니지만 보이지 않는 신경전이 펼쳐졌다. 나도 들었고..남편도 들었을 신혼때의 보이지 않는 주도권 싸움... 물론 지금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닌데 우린 2년 동안 그런 보이지 않는 주도권을 내 세우며 싸움도 많이 했다. 아마도 지금껏 살면서 부부싸움은 그때 제일 많이 했던 것 같다.

 

그렇게 5년, 10년이 넘어서니 무슨 일이든 서로를 먼저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하지만 남들이 보면 꼭 그렇지도 않았다. 이유인 즉슨, 둘 다 무뚝뚝한 경상도사람이다 보니 무슨 대화를 하더라도 단답형이 대부분인데다가 특유의 사투리때문에 흥분해서 기분 좋게 대화를 해도 다른 사람들이 들으면 마치 싸움을 하는 것처럼 인식되는 에피소드도 여러 겪었다.  물론 우리부부의 마음은 남이 보는 겉과 달리 정말 마음이 잘 맞는 친구같은 부부이다.

 

하지만.........

연애할때나 결혼 후 지금껏 변하지 않는 한가지가 있었으니 그건 바로 휴대폰 문자이다. 서로 얼굴을 보면 자상하고 이쁘게 말을 하려고는 하지만 휴대폰 문자를 주고 받는 것을 보면 정말 전형적인 무뚝뚝한 경상도부부이다. 며칠전 모임이 있어 조금 늦게 집에 들어 갔었다. 뭐..조금 늦게라고 해도 10시 조금 넘어..... 그런데 그 다음날 이런 문자가 왔다.

 

 

남편- 갈라고 슬슬 준비

남편- 오늘은 일찍 오나

남편- 늦게 와도 되는데

남편- 숙면이 되더라공

남편- ㅋㅋ

흥4

 

풉.......이거 웃어야 할지..울어야 할지..

뭐...근데 은근 귀요미라는 생각이 ...

 

 

매일 비슷하게 샐러드를 도시락에 넣어 주는데 오늘은 이런 문자가 왔다.

 

남편 - 블루베리 아끼나

남편-머꼬

남편-장난치나

남편 - 지똥(쥐똥)도 아니고

 

부처

:

:

이런 줸장

 

하지만 웃겼다.

 

 

 

늘 남편을 위해 새벽에 일어나 아침밥을 차려 주고 맛난 것으로 도시락을 사 주는 것에 고마워는 하겠지만 그래도 지금껏 물어 보지 않았던 내 마음을 표현해서 문자로 넣었다.

 

필자 - 근데..자기는 내 밥 잘 챙겨 묵는거 걱정 안되나?

남편- 어

필자 - ㅇㅇ

남편 - ㅋㅋ

소근

사실 마음 속으로 걱정할거란 생각은 하지만 ..역시나 마음과 다른 내용으로 날 황당하게 했다. 그런데 참 우습다. 이렇게 조금 황당한 대답이긴 하지만 바로 대답을 해 주는 성의가 더 돋보이는 이 놈의 콩깍지를 어쩌란 말인지...여전히 남들이 보기엔 무뚝뚝한 경상도부부이지만 마음만은 한없이 부드럽고 사랑스럽고 이쁜 것 같다. 우리 둘 다...

푸하하하~~

탱고

 

경상도부부의 빵 터지는 문자


얼마전 치과 검강검진을 했는데 사랑니가 약간 썩어서 다른 치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사선생님의 말에 오늘 사랑니 위 아래 두 개를 제거했습니다. 그런데 사랑니 뺄때 마취를 해서 하나도 안 아프다는 말에 나름대로 긴장을 좀 늦추고 갔는데 사랑니가 너무 깊이 박혀 있어서 잘 빠지지 않는다며 생살을 찢고 사랑니를 제거했습니다. 물론 마취한 상태이긴했지만 어찌나 무서웠는지 모릅니다. 
 

치과, 치위생사

사랑니 발치 후 병원에서 치위생사가 설명해 준 내용...


하여간 치아를 뽑고 나니 속은 시원하긴 해도 영 불편하더군요.. 

" 이 잘 빠지더나? "
" 아니.."
" 그럼 .. 니..칼로 찢어서 뺐나? "
" 어.."
" 음....니... 마취 풀리면 마이 아플낀데.."
" ................ "
"그냥 집에 들어가라.. 니 일 못한다.. 마취 풀리면 아파서.."


울 남편 마취 풀리면 아프다고 겁을 어찌나 주던지 시간이 흐르면 흐를 수록 겁이 많이 났습니다. 치아를 뽑고 한 두 시간이 되었을까..이가 슬슬 아프더군요... 남편의 말을 자꾸 생각하니 이가 더 아픈 것 같은 느낌에 몸살이 다 나려고 했습니다.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약을 먹기 위해 대충 끼니를 해결하고 집으로 와서 약을 먹고 누웠지요. 약이 독해서일까 잠에 취해 일어 나보니 10시가 훨씬 넘은 시간이었습니다. 혼자 가게에 있을 남편이 혹시나 밥은 굶고 있지 않은지 걱정이 되어 문자를 보냈습니다. 
 

카카오톡, 경상도 부부, 경상도

경상도 부부의 카톡


" 밥 뭇나? "
" 이 그냥 뺀 건 조금 덜 아픈데 짼건 계속 아리네..식은땀이 다 난다."

" 내는 걱정말고 시라 "

다행히 혼자서도 잘 챙겨 먹구나하는 마음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평소 문자답을 잘 하지 않던 남편 줄줄이 문자를 보냈습니다.

" 시간이 약이다 "
 

헐...그건 나도 압니다요....
 



그리고 계속 이어지는 문자..

" 그래도 그나마 니는 나은기다."
" 내는 죽는줄 알았다 ." 


헐.... 그래서 우쨌다고.. 쳇!
지금 당장 이가 아픈데 위로로 한다는 남편의 말이 그닥 좋게는 안 들리더군요.. 
그래서 그에 대한 내 마음을 문자로 보냈죠.
 


" 난 식은땀이 다 나구만.."

그랬더니 생각하지도 않고 바로 보낸 남편의 빵 터지는 문자..

" 보일러꺼라." 

평소 문자도 잘 안하고 답을 해도 길게 하지 않던 남편인데 왠일로 문자를 길게 하나 했습니다.
역시나 그에 대한 마지막 답장도 무뚝뚝한 경상도 남편 아니랄까봐 황당 그자체였습니다.
에공..내가 너무 많은 걸 남편에게 바랬나 봅니다.
하여간 남편의 마지막 문자에 그저 웃음밖에 안 나오더군요.

' 그래..내가 너무 많은걸 바랬어...내가.....'

그 말이 입안에서 계속 맴돌았습니다.  



 

경상도 부부의 전형적인 카톡

오후에 같이 가게에 출근하지만 퇴근은 늘 제가 먼저 합니다. 집안 일은 거의 제가 하는 편이라 별일 없으면 한 두시간 일찍 퇴근하는 것은 일상이 되었습니다. 늘 그렇듯이 늦은 시각이라 퇴근할때가 되면 남편은 이렇게 말을 합니다.

" 도착하면 문자해라.."
" 응..."


가게와 집과의 거리가 걸어서 5분 정도 밖에 안되는데도 요즘 세상이 워낙 험악하다보니 걱정을 합니다. 하지만 가는 것이 있으면 오는 것이 있어야 함에도 남편에게 문자를 보내도 답이 없는 날이 많습니다. 뭐...가게 정리하고 얼마 안되어 들어 오긴 하지만 그래도 여자 마음이란게 영 섭섭하더군요...그래서 얼마전 남편에게 문자를 넣으면 성의껏 답장 좀 하라며 잔소리를 했습니다. 그런데 .....이거 원 웃어야 할지 ......


(평소에 이렇게 집에 잘 도착했다는 문자를 넣지만 답이 없을때가 많음)


잔소리 후 도착했다라는 문자를 넣은 뒤 남편에게 날아 온 답은 이랬습니다.

 

'수'
'고'
'시'
'라'

 헐..... 한꺼번에 그냥 '수고시라' 라고 보내면 될 것을 참말로...



하지만 성의껏 답장을 하라는 남편은 더 길게 답장을 했습니다....
그것도 연결에 연결을 해서...

'푹'
'자'
'라'
'걱'
'정'
'말'
'고'


참....나......



그래서 어이없는 남편의 문자에 한마디 했죠..

' 헐~ 진짜 길게도 넣었네' 라고.....


그랬더니 울 남편 오늘은 이렇게 답을 보냈더군요...
아~주 간단하게...


'시라' ('쉬어라'의 부산 사투리)

하여간 아내의 잔소리에 어쩔 수 없이 답은 했지만 짧은 단어 하나에도
사랑이 그대로 묻어 있는 것 같아 그저 흐뭇할 따름입니다.....ㅋ

다음글...국내 최대규모의 삼광사 연등축제 그 화려함에 취하다.


 
 

" 사장님..지금 주문 됩니까? "
" 네... 됩니다. "
" 그럼 ..씻고 바로 찾으러 갈테니 게르치 1키로 해 주세요.."

퇴근시간이 다 되어서 주문전화가 울렸다. 마칠시간에 전화한 사람은 바로 우리동네에서 치킨집을 하시는 사장님이었다. 평소 11시나 12시 되면 마치는데 무려 새벽 2시가 다 되어서 전화가 온 것이다. 비는 하루종일 내렸지만 공휴일이라 주문이 늦게까지 있었구나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뭐...나만큼 남편도 의아하다는 생각을 한 듯 했을 정도니까... 한 20분이 지났을까..치킨집 사장님이 가게로 오셨다.

" 오늘 늦게 마치셨네요.. "
" 아뇨.. 9시에 마쳤습니다. 손님도 없고 그래서 일찍 문 닫고 영화보러 갔습니다."
" 아...네...혹시 '도둑들' 보러 가신거 아닙니까? 요즘 재밌다고 난리던데.."
" 네.. 그거 보고 왔어요.. 근데..뭐 생각보다 그렇게 재밌는건 아니더라구요.."
" 네..."

사장님과 대화를 나누는 중에 주문한 회가 다 되어 드렸더니 늦은시간인데 가지 않고 계속 말을 걸었다. 그렇게 이것저것 10분 동안 거의 혼자서 이야길 하더니 갑자기 가야겠다며 나갔다.. 어찌나 정신없이 이야길 하던지 피곤한데다가 계속 듣자니 몇 분간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 오늘 같은 날은 배달 많이 시켜 먹을낀데..대단하네.. 영화도 보러가고.."
" 와..니도 영화보고 싶나? 그럼 낼 심야영화 보러 가까? "
" 아니...영화는 무슨... 나는 그냥 평소에 장사 안된다고 우는 소리하면서
오늘같이 공휴일에 빨리 가게문 닫아서 좀 이해가 안되서.."

" 그게 아닌 것 같은데...  영화 보고 싶으면 보고 싶다고 해라 마치고 가면 된다아이가.."
" 그게 아니라니까...으이구.... 됐다 마... "

둘다 경상도 사람 아니랄까봐 정말 무뚝뚝함이 그대로 묻어나는 대화를 오늘도 또 하고 있다. 하지만 남편의 그 무뚝뚝함 속에서 정말 날 많이 생각하는 마음이 그대로 느껴졌다. 조그만 가게라고 하나 열어 하루종일 같은 공간에서 일을 하고 있으니 아내의 모습이 좀 안돼 보일수도 있을 것이다. 가게 하기전엔 내가 하고 싶은 것 다하고, 놀러도 잘 다니고, 나만의 시간이 많았었다. 사실 가게를 하고 나서는 그런 시간들이 이제는 사치로 다가 올 정도로 느껴지는 이 현실감...왠지 남편은 사회생활하면서 힘들게 지냈었는데 작은 가게지만 같이 가게에서 하루종일 얼굴을 맞대고 일을 해보니 예전엔 나만 너무 호의호식하고 지내지 않았는가하는 생각이들었다. 그런 이유에서일까.. 지금은 남편을 더 이해하면서 생활하고 있다. 그런데 남편은 나와 반대로 늘 내게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 모임이 있으면 언제든지 가라..'

' 가고 싶은데 있으면 말해라..'
' 먹고 싶은거 있으면 말해라..'
' 하고 싶은거 있으면 말해라..' 등

뭐든 다 해주고 싶어 한다.
그럴때마다 마음 속으론 ' 정말 고마워요..' 라고 외치고 있지만 겉으론 꼭 마음에도 없는 이야기를 내 뱉곤 한다.

" 갑자기 와그라노.. 됐다...마... " 라고...

오늘도 남편은 날 생각해서 영화보러 가고 싶으면 언제든지 말하라고 했지만 난 그저 무뚝뚝하게 대답해 버렸다 치킨집 사장님이 일찍 마치고 영화 보고 왔다는 것에 부럽다는 얼굴이 아니었는데 남편은 좀 마음이 그랬나 보다. 사실 내 마음은 영화보고 싶어서 그런 말 한것이 아니고 한번씩 우리 가게에 치킨집 사장님이 올때마다 '장사가 안되서 죽겠다.' 고 해 가만히 앉아서 장사가 안된다고만 이야기 하지 말고 '어떻게 하면 장사가 될까하는 생각을 하지! '하는 마음에서 한 말인데 남편은 부러워서 한 말인가하는 생각이 들었나 보다. 남편이 그럴때마다 언제나처럼 무뚝뚝하게 서로 대화를 해도 마음만은 정말 부드러운 사람이라는 생각이 살면 살수록더 가슴깊이 느껴지는 것 같다.

" 자기야...내...진짜 영화 안봐도 된데이..."

2012. 8. 16 새벽 3시50분 일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