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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12.01 결혼 11년 차, 남편의 너무 앞서 생각한 문자때문에 빵 터지다. (22)

남편의 문자에 빵 터지다

며칠동안 날씨가 봄처럼 포근하게만 느껴졌었는데 비가 오니 역시나 겨울은 겨울인갑다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것 같습니다. 가게랑 집과의 거리가 걸어서 10분 안팎인데 왜 그리오늘은 멀게만 느껴졌는지..
좀 따뜻하게 입을걸하는 마음이 집에 오는 내내 드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평소엔 남편이 밤길 위험하다고 차고 집까지 데려다 주고 다시
가게로 가 정리하고
퇴근하거든요.
하지만 비 오는 날엔 일부러 혼자 집에 간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비 오는 날엔 마치는 시간까지 배달전화를 하는 분들이 계시거든요.
비 오는 날엔 저희가게에 서비스로 나가는 것이 있어 일부러 비 오는 날
배달을 시키시는 분들이 있답니다.

다른 가게들은 비 오는 날이면 완전 손님이 뚝 끊기는데 서비스때문인지
우리 가게는 더 바쁘지요.

여하튼 매일 남편과 같이 출근은 해도 퇴근은 남편보다 빠를땐 2시간 전에
하거나
늦어도 남편보다 1시간 일찍 퇴근..
남편은 영업시간까지 있다가 정리하고 퇴근하기때문에 늘 늦죠.
낮에 별로 춥지 않아 대충 옷을 입어서 그런지 집까지 오는 내내 추워서 혼났습니다.
콧물에 몸이 으실으실 할 정도로 말이죠.
집에 도착하자마자 온기에 몸이 다 사르르 녹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렇게 추위에 떨며 집에 오자마자 남편에게 문자부터 넣었습니다.
늘 그렇듯이 혼자 집에 올때는 ' 잘 도착했다.' 는 확인문자를 넣지요.

 

' 도착 '
' 어 '
둘 다 경상도 사람 아니랄까봐 무뚝뚝함이 그대로 엿 보이는 문자..
보통 이렇게 문자를 넣고나서 집안 정리를 하고 난 뒤 샤워를 하는 편인데
오늘은 집에 오는 길에 너무 떨어서 몸살기가 좀 있는 것 같아 뜨거운 물에
먼저 목욕이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온수를 틀어 놓고 남편에게 문자를 다시 넣었지요.

' 나..목욕한다.' 고 말이죠.

사실 새벽 2시가 다 되었으면 ' 목욕한다' 고 일부러 문자를 넣지 않습니다.
영업이 끝나는 시간이 다 되었기때문에 주문하는 사람이 거의 없기때문이지요.
하지만 오늘처럼 비가 오는 날이면 서비스때문에 간혹 퇴근시간전까지
주문이 있기때문에 대기를 하고 있어야합니다.
배달하는 사람이 12시까지라 12시 이후에는 남편이 대신 배달을 가야하기때문..
그래서 배달 간 사이 가게에 제가 가게에 있어야 하기때문이지요.
그런데 전 나름대로 남편을 생각해서 문자를 넣어줬는데 조금 황당한 답장이 오는 것입니다.

 

' 먼저 자라..'

남편의 답장을 보는 순간 웃음이 막나는 것입니다.
제가 생각했던 답장과는 너무도 달랐기때문이었지요.
전 너무 웃겨 남편에게 바로 전화를 했습니다.

" 뭘 먼저 자라고?!.."
" 목욕한다메..그러니까 먼저 자라고.. 피곤하거든..."
" 뭐라하노.. 내가 목욕할때 주문 들어 오면 전화 빨리 안 받는다고
걱정할까봐 일
부러 이야기하는거구만.. 김칫국물은..."
" 그랬나?!.....알았다..쉬라.. "

남편은 제 말에 멋쩍었는지 이내 대답만 하고 끊더군요.
옛말에 30대인지 40대인지는 몰라도 아내가 목욕하면 남편이 긴장하고
무서워 한다고 하더니 갑자기 그 생각이 막 나는 것입니다.
ㅋㅋ...

그러고 보니..
결혼 후..
우리부부의 모습도 옛날 어른들이 말씀하시던 것처럼 되는 것 같네요.
신혼 초에는 단 몇시간이라도 목소리 안 들으면 안 될 것 같아 출근하면
하루에 수십통씩 전화를 하고 퇴근하면 총알처럼 집에 오고..
30대엔 서로에 대해 너무 믿다 보니 무슨 일이 있어야 전화를 하게 되었고..
40대에 들어서니 서로에 대해 모르는 것도 없고 대화도 신혼초보다 많이
줄었지만 이
젠 말을 하지 않아도 알아서 해석하고 행동하는 사이가 되는 것
같고 거기다 밤을 무서워하공..

여하튼 남편의 너무 앞서 생각한 문자때문에 넘 웃겨서 피곤한 몸이
다 풀리는 것 같습니다.

ㅋㅋㅋ......

근데..
50대가 되면 어떤 모습으로 변할까요?!...
갑자기 궁금증이 막 밀려 옵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