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까스를 먹으면 생각나는 재미난 추억...

2009. 3. 21. 08:01추억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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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돈까스의 아련한 추억..

" 오늘 돈까스 먹으러 갈래?.."

" 진짜...어디에..."

" 부산백화점 00그릴.."

" 와.....신난다.."

 

중학교때 처음으로 돈까스를 먹어 봤습니다.

그 당시에는 돈까스 파는 곳이라면 꽤 비싼 레스토랑이었지요.

지금은 분식점에도 팔지만..

 

그땐..

한마디로 학생의 신분으로 비싼 돈까스를 먹는다는 것은

정말 흔하지 않는 일이었지요.

그런데..

그 당시 세째언니는 평소에 자주 돈까스 한번 먹어 봤으면 좋겠다는

동생의 말이 늘 마음에 걸렸었는지..

절 데리고 돈까스를 사 주겠다고 했습니다.

그리고는..

언니에게 줄기차게 구애를 하던 남자친구와의 데이트 하는날 

절 데리고 가겠다고 했습니다.

언니를 너무나도 좋아해 따라 다녔던 남자친구..

 

언니는 남자친구가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답니다.

그래서 언니는 머리를 썼답니다.

귀찮을 만큼 언니에게 접근을 한 오빠를 떼어 내기위한 계획.

 

언니는 그 당시 제일 비싸다는 돈까스집을 데이트 장소로 정해놓고..

혼자서 나가야 함에도 절 데리고 나갔던 것입니다.

왜냐하면..

남자친구에게 금전적으로 부담을 줘서 ..

언니에게 다시는 접근을 하지 않게 하기위함이었죠.

 

물론 그 당시 언니가 제게 돈까스를 먹게 해주겠다는 말에 둘 사이에

대해선 별로 신경을 쓰지 않고 전 언니를 따라 갔답니다.

( 순진무구하게..ㅎㅎ)

 

부산에서 생긴지 얼마 안된 백화점내에 그당시에 그릴이 있었습니다.

백화점은 예식장도 있을만큼 규모가 엄청 컸지요.

그런 곳에 백화점과 어울린 만한 제법 이쁘고 규모가 큰 그릴..

 

" 와....언니야.. 진짜 좋다..근데..비싸지 않겠나..."

" 니는 그런거 신경쓰지 말고 돈까스나 맛있게 먹어라..알았제.."

" 어..."

 

눈이 휘둥그레지는 샹제리에..

번쩍 거리는 테이블..

그리고 멋지게 차려입은 종업원들의 모습을 보고,

처음 간 그릴이라 나름 긴장도 되더라구요.

언니와 난 언니의 남자친구가 앉아 있는 테이블로 갔습니다.

 

" 내 동생이야..."

" 응.. 안녕.."

 

조금 의아했는지..어색한 인사로 절 반겼습니다.

나도 어색한 인사를 하였지요.

 

" 내 동생이 돈까스 먹고 싶다길래..데려왔어..괜찮지?.."

" 그럼... " ㅡ.ㅡ;;

 

어색한 분위기가 순간 느꼈졌답니다.

오빠는 종업원을 불러 돈까스 3개를 시켰습니다.

처음 온 돈까스집이라 제법 복잡한 주문을 하는 듯 했습니다.

 

지금은 모두 잘 아시는 ..

 

' 스프를 뭐로 드릴까요?'

' 빵으로 들릴까요?.. 밥으로 드릴까요?..'

 

ㅎㅎㅎ....

 

그런데.. 그당시는 엄청 주문이 복잡하게 느껴졌다는..

그냥..'  돈까스 3개 주세요. ' 라고 하면 될걸...ㅡ.ㅡ;;

 

주문을 하고 나서 언니가 갑자기 화장실에 간다고 갔습니다.

그런데.. 주문한 돈까스가 나왔는데..

언니는 오질 않았습니다.

 

' 어짜노... 돈까스 어떻게 먹어야 되노...'

;;;;;

 

처음 보는 돈까스에 순간 식은땀이 나더라구요.

 

스프도 나오공...

빵도 나오공...

돈까스에 샐러드까지..

 

중요한 것은 뭘 어떻게 먹어야 될 지 모르겠더라구요.

 

그당시 텔레비젼에서 볼때는 포크와 칼을 잡은 손..

그리고 스프에 뭔가를 뿌리는 것을 보았는데..

도대체 어떻게 먹어야 될지....

 

먹는 걸 앞에 두고 식은땀 나보긴 정말 처음이었지요.

 

' 뭐하는데..화장실에서 아직 안오노...'

난 마음속으로 언니를 원망했습니다.

 

그렇게 많은 생각을 하고 눈만 말똥~말똥 하고 있는 나에게

오빠는 먼저 먹자고 했습니다.

 

그리고는 스프에 뭔가를 뿌리고, 고기위에 놓인 소스위에도 뭔가를 뿌렸습니다.

 

' 헐!.. 그냥 오빠가 하는대로 따라 하자..'

 

어떻게 먹어야 될지 몰라서 난 오빠가 하는대로 따라 하기로 했습니다.

 

오빠는 스프에 간장을 뿌리고,고기에는 후추를 뿌렸습니다.

그리고 스프를 숟가락으로 휘~~젓으며 떠 먹고는 고기를 자르기위해

왼쪽에는 포크를 들고 오른쪽에는 칼을 들고 나서 고기를 먹기 좋게 자르는 것이었습니다.

난 그 모습을 찬찬히 보고 똑같이 따라했습니다.

 

그런데..

처음 먹어보는 돈까스 맛이 별로 더군요.

 

' 원래.. 비싼 요리는 이런 맛이구나..헐!..'

이런 생각을 하며 고기를 먹고 있는데..

언니가 왔습니다.

 

" 벌써.. 고기 나왔네..맛있겠다..."

 

언니는 그렇게 말을 하더니..

절 보더니..이러는 것이었습니다.

 

" 니..스프 색깔이 왜 그런데...왜 까맣노.."

" 어.. 간장 넣어서 그런갑다.."

" 뭐...간장... ?!..."

그렇게 대답하고는 언니는 앞에 앉은 오빠를 쳐다 보았습니다.

그때...

갑자기 오빠가 큰소리로  웃었습니다.

 

" ㅎㅎㅎ.. 너거 동생 너무 귀엽다.."

" 니..........."

언니는 오빠에게 한마디 하더라구요.

 

" 너.. 내동생 돈까스 처음 먹어 본다고 놀린거가..."

" 아니다.. 무슨 소리고..나도 간장 넣은 것 먹고 있는데..."

 

그당시 오빠는 장난끼가 다분히 있는 재미난 사람이었지요.

그렇다고 나쁜 뜻으로 그랬던 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순간 뭔가  분위기가 쏴~~~~~~.( 썰~~렁)

 

" 와.. 언니야.. 뭐가 잘못됐나..."

" 아니다.. 스프는 먹지말고 고기하고 밥만 먹어라..."

 

언니는 장난끼 많은 남자친구에게 기분 나쁘다는 눈치를 보냈습니다.

오빠는 제게 한 행동이 그저 사심없이 그냥 한 것인데..

화를 무척내는 언니앞에서 어쩔 줄 몰라했습니다.

 

우린 그날 썰렁한 분위기속에서 식사를 마쳤습니다.

식사를 다하고 나니 디저트가 따로 나오더군요.

차를 마시면서 오빠는 저에게 한 행동이 미안했는지..

미안하다고 했습니다.

난.. 썰렁한 분위기를 없애기 위해 이렇게 말했지요.

 

" ㅎㅎㅎ...오빠 때문에 이제 간만에 돈까스 먹더라도 절대 까먹지 않게되어서 좋구만..

 소스에 간장이 아닌 후추라는 것을 확실히 인식시켜줬다 아니가.."

" 그렇제...니도 그래 생각하제...ㅎㅎㅎ"

 

어색한 웃음을 보이면서 언니에게 말하는 오빠의 모습이 정말 귀여웠습니다.

장난끼가 유난히 많았던 언니의 남자친구..

 

그날 이후 오빠는 언니랑 데이트를 할때마다 절 데리고 같이 나오라고 했다더군요.

그리고 ...

한번씩 언니는 남자친구를 만날때마다 절 데리고 나갔지요.

 

지금 생각해 보면 언니는 남자친구가 싫어서 안 만난거 보다는

쑥스러워서 안 나갔던것 같았습니다.

물론 그 돈까스 사건이후...

언니는 동생에게 잘 해주는 남자친구에게 조금씩 마음을 열게 되었답니다.

 

 전 지금은 삼겹살이나 수육보다 돈까스를 더 좋아합니다.

그리고 돈까스를 먹을때마다  학창시절 처음 먹어봤던 돈까스가 생각나곤 한답니다.

그럴때마다..

순진했던 내자신에 피~식 웃음이 나기도 하지요.

 

아참....

그당시 언니를 너무나도 좋아해 늘 따라 다녔던 그 장난끼 많았던

오빠는 바로 지금의 형부가 되었답니다.

정말 우습죠..

ㅎㅎ..

 

세월이 흘러도 잊혀지지 않는 추억...

때론 이런 추억때문에 생활의 활력소가 되기도 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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