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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에세이..

모임에 나간 남편이 안 들어오자 난 이렇게 변해 있었다.

바쁘다는 핑계로 친구들과 잘 만나지도 못했지만 친구들의 성화에 12월이 가기전에 한번 모이자는 말에 일주일전부터 약속을 하고 친구들 모임에 나갔습니다. 그런데 남편을 기다리다 잠이 들어 버린 나..갑자기 잠에서 깨어 보니 남편은 아직도 안 들어 왔더군요. 새벽 4시가 넘었는데 말입니다. 순간 잠에서 깬 난 남편에게 허겁지겁 전화를 했습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전화를 받지 않더군요...

' 아직도 술마시고 놀고 있나?! '
' 노래방인가?!..'
' 참..나 아무리 간만에 만난 친구들이라지만 좀 심하네..'

지금껏 모임에 가서도 이렇게 늦게 들어 온 적이 없는 남편이라 솔직히 조금 걱정은 되었습니다.
술도 못하는데다가 모임도 가게일을 늦은시간까지 하고 나가서 피곤할텐데하는 마음에서 말이죠.

' 그래도 그렇지... 전화하면 전화는 좀 받지..으이구...'

혹시나 시끄러운 장소에 있어서 전화를 못  받겠지하는 마음에 좀 더 기다려 보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를때마다 왠지 불안한 마음이 드는 것입니다. 그래서 다시 남편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역시나 전화는 받지 않더군요. 몇 통이나 했을까...전화를 안 받을때마다 걱정스런 마음이 더 드는 것이었습니다.

' 술도 많이 못 마시는데..뭐한다고 이리 안오노..'
' 요즘 뻑치기가 많다는데 혹시...아니야...그런 일은 없을거야..'
' 이렇게 늦을 사람이 아닌데...'

지금껏 살면서 이렇게 늦은 적이 없는 남편이기에 더 걱정이 되었습니다. 시간이 갈 수록 내 머릿속은 더욱더 하애졌습니다. 혹시나 안 좋은 일이 생긴건 아닌가하는 불길한 생각까지 들면서 말이죠.

' 아냐...무슨 일이 있으면 친구들한테서 연락이 왔던가..
아님 경찰서에서 연락이 ...아니...아무 일 없을거야..'

정말 속이 다 타들어 가는 느낌이었습니다.

' 오랜만에 친구들과 만나서 재밌게 논다고 전화를 안 받는걸꺼야..
시끄러운 장소일수도 있고...노래방가면 전화소리 안 들리니까..'

친구들과 밤을 새고 안들어 오더라도 아무 탈없이 집에 들어 오기만을 빌었습니다. 물론 전화는 몇 분 간격으로 계속 했지요..얼마나 전화를 했을까 남편의 목소리가 전화기 사이로 흘러 나오는 것이었습니다.

" 여...보....세..요.."
" 어디고? "
" 차안...잠 들었네.."
" 참...나..."
" 대리기사 불러서 오지 차안에서 왜 자노.."
" 대리기사 불렀는데 기다리다 잠 들었다.."

정말 어이가 없었지만 그래도 아무 일없다는 것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대리기사 불렀다면서 왜 안 왔나? "
" 안 왔네..친구들이 불러 준다고 조수석에서 기다리라고 했는데..."
" 으이구... "

아무래도 대리기사를 불러 준다는 친구가 까 먹은 듯 했습니다.

" 어디고? 지금 가께.."

남편때문에 신경을 너무 많이 써 머리가 아파왔지만 잠도 다 깬 상태고 걱정도 되고해서 남편을 데리러 갔습니다. 근데 남편에게 도착했을때도 남편은 잠에 취해 있더군요.

" 술 응가이 먹었는가베... 오랜만에 친구들 보니 좋았나보지.."
" 술 많이 안 마셨는데 ..."
" 피곤해서 그런갑다.. "

순간 남편의 모습을 보니 갑자기 울컥하더군요. 전화를 수십통 하는 내내 오만 생각을 하며 걱정을 했는데 아무리 없이 잘 있어줘서 고맙다는 생각이 갑자기 드는 것입니다.

' 에고.. 모임이 있으면 좀 일찍 나가지..
뭔 떼돈 번다고 늦게까지 일하고 나가노..
그러니 피곤해서 술이 금방 취하지.. 술도 많이 못 마시면서...'

10분도 안되는 거리인데 정말 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그리고 이런 생각까지 드는 것이었습니다. 결혼하고 지금껏 남편이 이렇게 소중하게 느껴지기는 처음이라는 것을..친구들과 모임에 가서 늦은시간 집에도 안 들어 와 연락을 해도 연락도 안되니 완전 마음을 졸였답니다.
'혹시나 무슨 일은 없겠지..' 라는 불길한 생각이 들면서 말이죠.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결혼 12년 차...지금껏 살면서 미운정 고운정 다 들어 버려서 그런지 남편이 늦게 들어 온다고 화를 내고 닥달하는 마음은 전혀 없어진 내 모습에 솔직히 놀라기도 했습니다. 신혼초에 그런 일이 있었다면 완전 바가지를 긁어 댔을텐데...ㅎ 지금은 오히려 걱정된 시각으로 보니 말입니다. 그만큼 많이 흐른 세월 만큼 우리 부부의 정이 돈독해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마음 속으로 이렇게 외치고 있었지요..
' 평생 서로 아끼는 마음으로 행복하게 살자' 고 말입니다.
여하튼..지금껏 살면서 모임에 간 남편을 기다리며 마음 졸인 일은 처음이었습니다.

12월 23일..
일요일이지만 다른 사람들처럼 크리스마스 연휴를 즐기지 못하고 오늘도 열심히 남편과 일을 했어요... 늦은 시각 마트에 뭐 살게 있다며 갔다 온 남편 갑자기 케이크를 내밀었습니다. 크리스마스라고 말이죠.
늘 특별한 날이면 이벤트를 하는 남편이긴 하지만 아무 말없이 케이크를 사와서 솔직히 좀 놀랐습니다.



" 이거 일주일전에 신청한거다..크리스마스날 케이크 없을까 봐..실컷 무라.."
무뚝뚝한 말투의 남편..하지만 그 무뚝뚝한 말이 오늘따라 왜 그렇게 달콤하게 느껴졌는지 모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