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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늦은 새벽까지 일을 하지만 일주일에 한번은 늦게 마치더라도 집근처에서 간단하게 남편과 술한잔을 하며 조금이나마 일주일의 피로를 풀기도 합니다. 다른 사람들은 늦게까지 일하면 집에 일찍 들어가 쉬어야지하는 분들이 많겠지만 우리 부부는 조금 생각이 다르답니다. 아무리 늦게까지 일해도 그냥 일찍 들어가서 잠을 자면 왠지 허전한 느낌이 드는 좀 특별한 케이스이지요. 일하고 자고..자고 일하고 하는 것이 일상화 되다보면 왠지 너무 무의미하게 하루를 보내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는 생각때문일겁니다.

여하튼 일주일에 한번씩 이렇게 편하게 남편과 오붓하게 앉아서 술한잔 하는 날이 나름 유익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술한잔 마시다가 갑자기 오늘의 주제가 흰머리에 관한 이야기로 흘러 갔습니다. 평소 남편이나 저나 머리를 짧게 깎는 스타일입니다. 왠지 머리가 길면 손질을 못해서 그런지 지저분하게만 느껴지공..뭐..그렇다고 남편이 머리가 긴 여자를 좋아하는 스타일이면 머리를 길어 보겠지만 울 남편도 머리 짧은 여자를 좋아하다보니 남편을 만나서 지금껏 머리를 길어 본 적이 없네요... 여하튼 둘 다 성격이 좀 까탈스러워서 그런지 남들보다 다른 특별한 걸 좋아하나 봅니다.

그런데 며칠 전 머리를 숏커트를 하고 나니 왜 그렇게 흰머리가 앞, 옆에 힐끗힐끗 서너개씩 눈에 띄게 보이는지 영 신경이 쓰이는겁니다. 그래서 술 한잔하며 이런저런 이야길 하다 남편에게 이렇게 말했지요.

" 자기야...나...흰머리 많이 났다... 시간날때 흰머리 난 부분에 염색 좀 해 주라.." 라고....그랬더니..
" 흰머리?!...어디?!... 잘 안보이는데?!.."
" 머라하노..여기..요기... 잘 봐라..안 보이나...그냥 막 봐도 보이구만.."
" 괜찮은데..."
" 그래서 ..안해준다는 이야기가? 어어?"
" 안해준다는게 아니고... 안해도 될 정도다 이거지.."
" 인자...염색도 안해준다고 하고..사랑이 식었네..옛날엔 염색도 잘 해주더만..."

여자라면 대부분 다 그렇듯이...머리에 흰머리가 힐끗힐끗 나오면 왠지 나이들어 보인다는 생각에 서글퍼져 염색에 신경을 쓰게 되는데 옛날과 달리 조금 신경을 안 쓰는 듯한 남편의 모습에 갑자기 기분이 급 상하더군요...뭐..미용실에 가서 해도 되지만 짧은 머리라 왠지 돈도 아깝공(4~5만원).....여하튼 염색 이야기를 하면 당연히 해주겠지하는 마음에 이야길했다가 기분만 언잖아졌답니다.

" 자기는 잘 모를끼다...흰머리가 안나서....내 기분..."
" 으이구..흰머리 났다고 다 늙고 그런거가... 장모님도 흰머리 일찍 났다메...유전이겠지..그것 갖고 예민하게 그라노.."
" 마...됐다...고마해라.."
" 알았다.. 해 주면 된다아니가... 근데..니는 나이들어 흰머리 많이 나도 멋질 것 같다.. 깔삼하니.."
" 참...나...말도 안되는 소리하지마라...자기는 흰머리 안나봐서 모른다.."



" 니 그렇게 흰머리 신경쓰이면 나도 나이들면 흰머리로 염색할란다...그라믄 같이 다닐때 좀 낫겠나?!..세트로.."
" .......하하하......"
" 니 웃는거 보니 그라믄 되겠네....알았다... 이제 흰머리 신경쓰지 마라..알았제..."

참....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닌 일에 혼자 기분 상하고 언잖았던 내 자신이 그저 허탈한 웃음만 났습니다. 남편은 흰머리가 잘 안나는 스타일...전 남편말처럼 유전때문에 흰머리가 빨리 나는 스타일인데 괜히 혼자 늙어가는 느낌에 서글픈 마음이 들었나 봅니다. 그런 제 모습이 안쓰러워서일까... 나이 들어 제가 흰머리가 많이 나면 같은 흰머리로 염색을 해서 다닐거라는 남편... 그 말이 진실인지 거짓인지 그때 가봐서 알 일이지만 왠지 그 한마디가 언잖았던 내 기분을 완전히 달라지게 만든 한마디였습니다. 여하튼 집에 돌아와 샤워를 하며 앞머리에 몇 가닥 보이는 흰머리를 보니 다른 날과 달리 그리 서글퍼 보이지만은 않네요..아마도 나의 모든 것을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는데 대해서 큰 위안이 되어서 그런가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