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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동안 심한 몸살때문에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침대에서만 누워 있다 이제사 몸을  추스리고 주위를 둘러 보니 정말 가관이 아니었다. 누가 어지르는 사람도 없는데 어찌 내 주변 곳곳이 그리도 지저분하게 보이는지....가게 일에 힘들어도 지금껏 한번도 집안 일을 게을리하지 탓일까 몸살기가 좀 나으니 집안 일부터 눈에 확연히 들어 왔다. 사실 남편은 집안 일을 결혼 12년 동안 거의 하지 않았다. "이것 좀 해달라.. 저것 좀 해달라"며 부탁을 해야 겨우 도와주는 겪이다. 그렇다 보니 아예 시키지 않고 혼자서 쉬엄쉬엄 하는게 오히려 편하게 느껴질때도 많다. 사실 남자들이 다 그렇듯이 집안 일보다 사회생활에 더 매진해야 함에 일부러 집안 일을 안 시키는 이유도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참 희한한게 둘이 같이 가게 일을 할때는 나름대로 가게에서 요리도 잘 하고 일부러 먹을 것을 준비해주던 남편이었는데 내가 몸이 아파 가게에 나가지 못한 단 이틀 동안 남편은 평소와 달리 요리를 거의 해 먹은 분위기는 아니었다. 나보다 요리를 잘 하기에 혼자 있을때는 더 잘해 먹겠지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건 나만의 착각이었다. 가게에 가자마자 냉장고문을 열어 보니 이틀전 해 놓았던 국거리나 반찬들이 그대로 있는 것이다.

" 밥 안해 먹었어? "
" 먹었다.."
" 반찬은 그대론데.."
" 뭐..간단히 해 먹어서 그렇지.. 라면먹어서 반찬이 따로 필요 없더라.."
" 반찬하고 다 있는데 뭐하러 라면은.." 

평소에 남편은 라면을 거의 먹지 않는다. 어쩌다가 라면이 먹고 싶어 끓여 먹으려고 하면 괜히 화를 낸다. 몸에 안 좋은 라면 먹는다고... 여하튼 정말 반찬이 하나도 없고, 국거리도 없는데다가 밥이 어중간하게 남으면 그때 가뭄에 콩 나듯이 라면을 끓여 먹는다.
물론 라면 한 개로 나눠 먹을 정도..그 정도로 라면 즉 면 자체를 좋아하지 않는 남편이었는데.. 아내 없는 이틀 동안을 그렇게 몸에 안좋다고 노래를 부르던  라면 그리고 빵으로 끼니를 해결한 것이다.

" 하기 싫으면 시켜 먹지..라면도 즐겨 먹지 않으면서.."
" 시켜 먹을 것도 마땅치 않고... 시켜 봤자 대부분 2인분 배달인데 1인분 배달 누가 하나.. "
" 으이구.. 그래도.. 2인분이라도 시켜서 남으면 나중에라도 먹지.."
" 내 걱정은 안해도 됩니다.. "

남편은 알아서 잘 챙겨 먹었으니 걱정하지 마라고 이야길 했지만 내 없는 이틀 동안.. 식사도 제때 잘 챙겨 먹지 않은 모습에 마음이 짠했다. 그럼에도 아파서 누워 있는 내게 끼니때마다 ..

" 뭐 먹고 싶냐.." " 뭐 해 줄까 .." 등을 물으며 내 걱정을 먼저 해 주었다.

저녁을 먹고 몸을 추스리고 가게에 갔더니 둘이서 할 일을 혼자서 한다고 저녁도 안 먹고 일을 하는 모습이었다.

 ' 참...나.. 뭔 떼돈 번다고...'

남편의 뒷모습을 보니 왠지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이다. 대부분 가게 일은 남편이 다하고 난 거의 보조역활만 하는 편이다. 하지만 평소 아무것도 아닌 나의 소소한 보조일이 단 이틀 동안 남편 혼자하기엔 무척 힘들었다는 것을 얼굴에 그대로 보여 주었다. 하루에 한번 면도를 하지 않으면 수염이 덥수룩하게 자라는데 이틀 동안 무슨 산적아저씨의 모습으로 변해 있었고..밥을 제때 챙겨 먹지 않아 그런지 초췌한 모습이 얼굴에 그대로 느껴졌다. 거기다 콧구멍만한 가게지만 청소를 해 먼지하나 없게 했는데 이틀 동안 가게 안은 왠지 어수선하고 지저분한 느낌마져 드는 것이다. 왠지 정돈이 제대로 안된 그런 느낌이 쏴....

' 휴....별 일 하는 것도 아닌데 내가 이틀 동안 빈자리가 이렇다니..' 

집이나 가게나 나의 이틀 동안의 빈자리가 왠지 모르게 너무도 크게 느껴지는 것이다. 뭐..나도 그렇게 느꼈는데 이틀 동안 혼자 가게 일을 하며 바쁘게 보낸 남편은 오죽했으랴... 단 며칠 동안의 내 주변은 예전의 평범했던 모습이 아닌 어수선함 그자체였다. 결혼 12년 동안 솔직히 이번처럼 이렇게 몸이 아픈 적이 없었다. 그래서일까.. 남편에게서 뿐만 아니라 집안에서도 아내의 자리는 말로 표현 안 될 만큼 소중한 자리라는 것을 느낀 순간이었다.

" 니가 아프니까 일 할 의욕도 없고 나도 힘이 없다. "

라는 남편의 말 속에서도 내가 남편에게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가하는 것을 인지시켜 주었다. 사랑하는 사람이 결혼하고 평생 같은 길을 걸어간다. 하지만 같이 오랜세월동안 있었던 공간에 어느 순간 한명이 사라진다면 정말 말로 표현 못할 만큼 힘이 들 것이다. 단 며칠 동안의 몸살이었지만 난 더없이 많은 것을 이번 기회에 얻었다. 그것은 바로 부부란 어느 공간 어떠한 환경에서라도 늘 함께 생각해주고 사랑해주며 같이 있는 것이라고... 오늘 이시간부터는 늘 함께해서 행복하다라고 느낄 만큼 서로를 더 아끼면서 살아가고 싶다. 그래야 훗날 살아 온 날들을 후회하지 않을테니까.....(2012.4.10 새벽2:26 일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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