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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적부터 난 입이 참 짧았다.

육고기는 일절 먹지 않았고..
나물도 즐기지 않았다.
물론 생선도 잘 먹지 않았다.
즐겨 먹는거라곤 어묵반찬이나 김이 고작이었다.
딸 부잣집이었지만 막내인데다가 내 밑에 남동생이 있는 덕분에
난 아버지에게 언니들과는 달리 공주대접을 늘 공주대접을 받았다.
터를 잘 팔았다나~어쩐다나~...

" 맨날 오뎅만 무니까 빼짝 말랐지..
이것도 좀 무라.. 자.. "

입이 짧아 유난히 편식이 심했던 날 야단치기 보다는 늘 감쌌다.
알아서 생선가시를 다 바래서 먹을 나이인데도 혹 생선가시가
목에 걸릴까 싶어 일일이 생선가시를 발라 주셨고..
식구가 많아 빨리 먹지 않으면 없어서 못 먹는다는 닭백숙도
일일이 살을 바래서 먹어 보라고 입에 넣어 주곤 했었다.
여하튼 입이 짧은 관계로 난 아버지가 그렇게 신경을 써 주지 않으면
아예 입에 맞지 않는 음식은 입에도 대지 않을 정도였다.

그렇게 편식이 심해서일까..
맛난 반찬이 올라오는 날에 밥을 조금만 많이 먹으면 체하기기 일쑤인데다가
고기나 나물반찬을 거의 먹지 않아 빈혈이 심해 보약을 먹을 정도였다.
그 당시 한의원 말로는 소화 능력이 많이 떨어지고 잘 먹지 못해서 그런 증상이
생긴다며 꼭꼭 씹어 잘 먹으라며 조언을 했다.
물론 위가 예민하기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면서 말이다.
여하튼..
이런 저런 이유로 밥 먹을때 만큼은 되도록 편안한 마음으로
잘 먹으려고 노력하며 어린시절을 보냈다.


그런데..
20대 사회생활을 하면서 조그만 스트레스에도 밥을 잘 먹지 못할 정도로 예민함이 나타났다.
그렇다보니 밥 먹다 체하는 경우가 한 달에 10일이 넘을 정도였다.
집에서 나름대로 편하게 식사를 하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불규칙적으로
식사를 하는 것도 그렇고
사소한 일에도 예민한 성격이라 밥 먹는데는
그 보다 최악이 없었다.


30대에 들어서니 결혼과 동시에 나름대로 사회생활에 대한 스트레스가
많이 줄어
식사를 하는데 환경적으로 많이 좋아졌다.
그렇다보니 20대까지 말랐던 몸이 살이 10키로가 찔 정도였다.
사람들 말로는 결혼과 동시에 호르몬 변화로 인해 살이 찌는 사람이
있다고 하지만
내 생각엔 남편식성을 따라 가다보니 자연스럽게 살이
찌게 된 것 같다.

결혼하면 식성도 남편따라 간다고 하더니 그 짝인것 같았다.

하지만..
식성은 좋아져도 아직도 여전히 내겐 빨간 신호등은 있다.
그것은 바로 밥 먹을때 스트레스를 받으면 바로 체한다는 것이다.
왜 내가 이렇게 한번씩 스트레스를 받을까..
그것은 바로 내가 요리를 잘 못하는 원인에 있다.
난 사실 결혼 전까지 국하나 제대로 만들지 못할 정도의 요리 솜씨였다.
결혼 전까지 엄마를 도와 주방에서 요리를 해 본 기억이 거의없다.
대부분 밥을 다 차려 놓고 숟가락을 올려 놓아야 주방에 갈 정도였으니
무슨 요리 솜씨가 있겠는가..

하지만 난 결혼해도 걱정을 하지 않았다.
요리솜씨가 좋은 남편때문이었다.

" 걱정 하지마라..하다 보면 느니까.."

신혼초 남편의 한마디였다.
하지만 그것도 신혼초에나 애교로 봐 줄 수 있는 부분이지
오래도록 요리 솜씨가 부족한 날 애교로만 봐 주지 않았다.

" 이게 무슨 반찬이고? "
" 이게 국이가 찌게가? "
" 쌀 불려서 했나? " 등
....

어느순간부터 잔소리가 점점 심해져 갔다.

뭐..내가 기분이 안 좋다는 얼굴을 하면 그냥 하는 이야기다라고
얼버무리지만 
이미 내 맘은 상한 상태..
나름대로 한다고 한 요리인데 요리사 뺨치는 남편이라 이해불가
일때가 많다는 것을 알며서도 기분이 상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요리하나의 평가에도 무뎌져야 함에도 희한하게
시간이 갈수록
난 더 예민해졌다.
왜냐.. 나도 나름대로 요리학원을 다니며 최대한 맛있게 할려고
노력했기때문에 그런 생각이 더 들었다.

그래도 나름 맛있게 요리를 해도 남편 눈치를 알게 모르게 보게 된다.
남편이 숟가락에 국을 한 숟가락 떠서 입에 넣기라도 하면..
" 맛있제? " 라고 묻고..
반찬을 젓가락으로 집어 입에 넣으면 어김없이..
" 괜찮제? " 라고 묻는다.
그럴때마다 남편은 어쩔 수 없다는 듯 '맛있다'라고 말한다.
물론 그 말이 진짜든 거짓이든지 들으면 밥을 차리는 기분은 짱이다.

하지만..
남편의 한마디에 식탁앞에서 부부싸움을 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그건 바로 다짜고짜..

" 니..맛있나? " 라는 말이다.

솔직히 이 말의 의미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그 말이 어때서 싸움을 하게 되냐?!'
반문하겠지만 그건 모르는 소리다.
경상도 말투로 그 말의 뜻은 바로..
난 별론데..넌 잘 먹네.. 희한하다.' 란 의미이기때문이다.
물론 한마디로 남편이 이 말을 할때는 ' 맛 없어서 못겠다 ' 라는 뜻이다.
참 희한한게 이런 말 하긴 좀 그렇지만..
신혼 초에는 이런 비스무리한 말을 하면 나름대로 애교로 받아 들였다.
그래서 남편에게 ' 일부러 신경 더 썼는데..이상해..그냥 먹어..' 라고
말을 하곤 했었다.
하지만..
결혼생활 11년이란 세월이 흘러서 그런지 꿍하고 속 끓이리지 않고

그냥 내 마음을 그대로 말로 해 버리게 된다.
" 맛 없으면 묵지마라.." 고 직설적으로 말이다.
그럼 남편은 아내가 화가 좀 났구나하고 좋은 쪽으로 얼버무리고 넘기면 될걸..
굳이 한마디 더 해 내 심기를 건드려 식탁앞에서 싸움을 하게 만든다.
물론 남편의 한마디에 얼굴이 달아 오르고 스트레스가 증가해 밥 먹는걸 포기한다.
왜냐 그 상태에서 밥을 먹다가 완전 체증으로 며칠은 고생해야하는 체질때문이다.
 휴....

대부분 시간이 지나보면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말하는 부분이겠지만..
희한하게 세월이 가면 갈 수록 일일이 따지고 묻게 된다.
그건 아마도 나름대로 정성스럽게 준비한 것을 당연하다는 듯 받아
들이는데 있지 않나싶다.

" 남푠..자꾸 반찬투정하면 자기보고 밥하라고 맡겨 버린당...진짜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