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게를 한다고 모임에 잘 참석하지 못했는데..
전화를 너무도 자주 한 친구때문에 오랜만에 초등학교 동창회 모임을 갔습니다.
간만에 갔는데도 마음 속으로 잘 갔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누구나 다 그렇듯이 다른 동창회와는 달리 초등학교 동창회에 가면

세월이 많이 흘렀는데도 만났다하면 초등학생으로
다시 돌아간 것 마냥 만남 그 자체가 좋지요.
세월이 흐를 수록 초등학교 동창회는 늘 재미나고 즐거운 만남인 것 같습니다.

" 야.. 니 아직도 여전하네.."
" 뭐라하노.. 나도 많이 늙었는데.."
" 아이다..어릴적 모습 그대로다.."
" 진짜가.."

하하하~.

절대 어릴적 애띤 모습이 아닌데도 그말에 호응을 하는 모습을 보며
모두다 배꼽을 잡고 한바탕 웃었습니다.

그런데..
다른날과 달리 다른 사람들 보다 동창회가 더 즐거워야 할 친구의 얼굴이 어두웠습니다.

" 니 오늘 몸이 안 좋나.."
" 그러게.. 형빈아.. 무슨 일 있나.."
" .......... "

평소 조용한 스타일의 친구였지만..
컨디션이 영 아닌 듯 싶었습니다.

" 맞다..형빈이 요새 좋은 소식 들리데.. 아가씨하고는 잘 되가나.."
" ........... "
" 아가씨라니.. 형빈이 사귀는 여자있나?.."
" 너거 모르나.. 형빈이 사귀는 여자 있다아니가..
올해 결혼 할 것 같다메..소문 자자하더라..맞제 형빈아.."
" 와~~ 진짜.. 축하한다. "

결혼이 조금은 늦은감이 있지만..
형빈이는 하고 싶은 일이 많아 자신의 일에 매진하다 결혼 시기를 좀 늦은 케이스였습니다.
학창시절때 부터 유복한 가정에서 자란 형빈이는 늘 최고를 고집하는 부모님 덕분에
다른 친구들이 다니지 못한 학원 (개인교습)을 몇 군데나 다녔던 아이였습니다.
다른 친구들이 모두 결혼을 할 시기에 형빈이는 유학을 가서 이것 저것
공부를 하고 좋은 직장을 구해 안정된 생활을 하다 이제사 결혼에 관심을 돌리게 되었지요.
다른 친구들보다 연봉도 세고..좋은 집도 마련하여
지금은 우리와 조금 차이나는 부유층이랍니다.

" 형빈아.. 결혼전에 여자친구 한번 보여 줘야지.."
" 햐~~ 기대된다..언제 보여 줄끼고.."

친구들은 모두 형빈이의 여자친구에 관심을 보였습니다.
그런데..
형빈이 갑자기 얼굴이 더 어두워졌습니다.

" 나.. 여자친구랑 지금 별로 안 좋다 .."
" 어?!....왜?"

친구들은 형빈이의 말에 갑자기 입이 얼어 버렸습니다.

" 아무래도 잘못하면 헤어질 것 같기도 하고.. 요즘 좀 힘들다.."
" 왜?.. 무슨일인데.. 결혼할거라고 이야기하더만.."
" 그랬는데... "
" 와...무슨 일인데 그라노.."

친구들의 궁금증이 극에 달해 형빈이를 닥달하듯 캐 물었습니다.
형빈이도 친구들이 관심을 극도로 심하게 보이자..
이내 자신이 그 여자친구와 결혼 못하게 된 이유를 어렵게 말문을 열었습니다.

형빈이는 유학을 마치고 좋은 직장을 얻은 뒤 ..
나름 편안한 여가 생활을 즐겼다고 합니다. (취미생활..)
그런 생활 속에서 만난 한 여인..
밝고 쾌할한 여인은 형빈이의 마음에 쏙 들었고..
둘은 같은 취미를 즐기면서 친구에서 연인사이까지가게 되었답니다.
형빈이는 드디어 결혼하기로 마음을 먹고 있었는데..
어느날..
형빈이의 어머니께서 형빈이를 찾아와 결혼은 절대 안된다고 했답니다.
이유인 즉슨..
형빈이가 사귀고 있는 여자는 아가씨가 아닌 자식도 있는 이혼녀라고 하시면서..
(형빈이는 어머니에게 결혼할 여자가 있다고 하니..
형빈이 몰래  여자친구의 뒷조사를 하셨습니다.)
형빈이는 뒷통수를 얻어 맞은 것 같이, 어머니가 하신 말씀에 엄청 놀랐다고 하더군요.
물론 여자친구 뒷조사를 자신도 모르게 슬쩍한 것도 놀랐고..
형빈이는 지금껏 사귀면서 여자친구에게 그런 이야기( 이혼사실 )를 들은 적이 없었고,
아가씨인 줄 알았다며 충격을 더 받았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형빈이는 여자친구에게 조용히 불러 물어 보니..
어머니가 하신 말씀 그대로라고 하며 눈물을 보였다고 했습니다.
(참회의 눈물.)
물론.. 처음에는 속일 마음이 없었다는 말과 함께..
중요한 것은 형빈이는 그 아가씨를 무척 좋아했기때문에..
그 충격이 더 배가 되어 지금은 사회생활뿐만 아니라
자신의 몸도 피폐해져가는 것 같다고 우울해 했습니다.

" 형빈아.. 그런일이 있었구나.. 우짜노.. "
" 근데.. 나.. 사실 지금은 그 친구 너무 좋다..."
" 응...."
" 근데.. 어머니를 생각하면 어떻게해야 할 지...
솔직히 머리 아프다..그 애는 절대 안된다고 그러니까..
 사실 요즘 이혼하고 혼자사는 여자라고 다 이상한 건 아니다 아니가..
 정말 그 애는 착하거든...처음에는 날 속인것에 화가 났지만..
 이제와서 그게 무슨 소용이고..
 나만 좋으면 되지.. 안글라.. 근데..우리 어머니.. 절대 안된다고 하시네.."

" 그런 일이 있었구나..."
" 사실 너네 어머니 너한테 정말 최선을 다해 뒷바라지를 했잖아..
그래서 더 그럴지도 모르겠다..
부모님 마음도 이해가 가긴한데..."

친구들은 모두 안타까운 눈빛으로 힘없이 조용히 있는 형빈이를 바라 보았습니다.
즐겁게 만난 동창회인데..
형빈이의 사정을 듣고 나니 모두 우울한 동창회가 되어 버렸습니다.
어릴적부터 서로에 대해 너무도 잘 아는 친구들이라 마음이 더 안되었는지 모릅니다.

" 니.. 이제 어떡할낀데.."
" 모르겠다.. "

사실 모르겠다는 말밖에 더이상 무슨 말을 하겠는가!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오랫만에 즐거운 기분으로 만나 재미나게 이야기꽃을 피우며
사는 재미를 만끽할려고 했었는데..
지금껏 만난 모임중에 최악이었습니다.
우린 늦은 시간까지 형빈이를 위로하는 시간을 가졌고..
해답을 찾지 못한채 자신의 집으로 발길을 돌려야 했습니다.

사랑하면 눈에 꽁깍지가 씐다는 말이 맞는가 봅니다.
자신을 속이며 만난 여인을 이제는 사랑할 수 밖에 없다는 형빈이를 보니..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그 사랑을 반대하는 어머니의 마음도 조금은 이해가 되기도 하고...

형빈이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많은 생각이 드는 하루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