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엔 아침 저녁으로 선선해서 참 좋습니다.
낙엽이 알록 달록 옷을 입는 가을이 다가 오니
그 무더웠던 여름이 언제 였었던가 할 정도로 세월이 유수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며칠 전부터 몸에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나는 것을 보니
올 가을도 조용히 못 지나가겠구나하고 걱정부터 앞섭니다.

환절기때마다 조심 조심 몸관리를 한다고 해도 가을은 정말 다른 계절과는
달리
저에게는 정말 고역입니다.
왜냐하면..
가을철만 되면 기온차때문에 몸에 알레르기 반응이 장난이 아니지요.

며칠 동안 밤마다 고생을 해서 얼굴이 반쪽이 되었네요. ( 혼자만의 착각!..ㅎ)
알레르기 약이 독해 좀 참아 볼려고 했는데..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어제 병원에 가기위해 아침부터 서둘렀답니다.
제가 가는 피부과는 대부분 환자(!)들이 피부미용을 받으려는 사람들이라..
기다리는 시간이 다른 병원에서 기다리는 것과는 달리 제법 긴 시간을 기다려야 하지요.
그래서 전.. 아침일찍 서둘러 움직이기로 했답니다.

가을이라 그런지..
햇살은 따사로운데 바람은 가을이라는 단어에 맞게 선선하더군요.
그래도 가로수 사이에 떨어진 낙엽을 보니 마음이 한결 여유로워졌습니다.

가로수 아래 정류소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도 왠지 지루하지 않을 정도..

' 아~~~ 가을인가~ ' ㅎㅎ..
왠지 시 한편이 뇌리속에 지나가고 낭만소녀가 되는 듯 했습니다.


' 오잉~~ 버스다..'
 
버스가 오는 것을 보니..
현실로 돌아와 낭만소녀가 아닌 다시 아줌마의 모습으로 재빨리 버스에 오르는 내 자신..ㅋ

그런데..
출근시간이 훨씬 지났는데도 버스안은 복잡더군요.


'헐!...왜 이리 사람이 많노...갑자기 몸이 더 안 좋아지는 것 같네...'
( 괜히 버스안이 복잡하니까 심리적으로 갑갑한 느낌이 들더군요. 피오나는 변덕쟁이?! ㅋ)

그래도 사람들이 많아도 버스안은 열려진 창문 사이로 불어오는 가을바람으로 인해
마음이 한결 좋아졌습니다.
얼마나 갔을까..
사람들이 조금씩 정류소에 닿을때 마다 하차를 하더군요.

' 오잉!... 자리다..'

중간쯤 서 있었는데 맨 뒷좌석에 자리가 생겼습니다.
전 사람들의 눈치를 대충 살피다가(' 누가 앉을라나~~') 빈자리에 몸을 맡겼습니다. 

열려진 창문 사이로 시원한 바람을 맡으며 여유롭게 앉아서 가니 왠지 신선이 된 느낌이 들더군요.
그때..
갑자기 이 아름다운 상상을  깨는 소리가 들려 왔습니다.

 
" 야.. 똑바로 서!..왜이래.."

" 죄송합니다. "

 갑자기 왠 아주머니가 낯선 아저씨께 사과를 하는 모습이 포착되었습니다.

' 무슨 일이고?! '


그때..

" 형..나한테 기대라..어서.."

" ........ "

" 형.. 내 팔 잡고..."




흔들리는 차 안에서 유치원생으로 보이는 한 아이가

중학교 2~3학년쯤 되어 보이는 형의 팔을 잡고 부드럽게 이야길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은 자신의 몸을 지탱하기 힘든지 버스가 움직일때마다
바로 앞에 앉아 있던 아저씨에게 몸이 쏠렸습니다.
그리고는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듯
웅얼~웅얼 거리더니 아저씨에게 이러는 것입니다.

 " 아빠~~아빠! "

 아저씨는 그럴때마다

' 아빠 '라고 부르는 아이의 얼굴을 기분 나쁘다는 식으로 쳐다 보고는
아이가 아저씨에게 몸이 쏠릴때마다 자신의 몸에라도 닿을까 싶어 움찔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이 모습을 지켜 보니 마음이 좀 짠 하더군요.
발음도 정확하지 않는 소년은 제가 생각하기에 정신지체가 있는 아이 같았습니다.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 모르는 사람에게 자꾸 ' 아빠 ' 라고 부르며
치대는 모습에 왠지 마음이 안되었습니다.

" 형...우리 아빠 아니다.. 얼른 내 팔 잡아.. 넘어진다. "
" 그래.. 동생 팔 꼭 잡아라.. 다친다.."

손에 커다란 가방을 들고 있던 엄마로 보이는 아주머니..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아들을 잘 타이릅니다.

하지만..
정신지체로 보이는 소년은 동생과 엄마의 말에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고
바로 앞에 앉아 있던 아저씨를 보고 자꾸 ' 아빠! '라고 하며 하얀 치아를 들어내 보이며 웃기까지 하더군요.

짜증이 나 보이는 얼굴을 하고 있던 아저씨..
귀찮아졌는지 창가에 얼굴을 밀착하 듯 기댄 채 소년의 말에 끝내는 무시했습니다.

 ' 으이구.. 아이가 저렇게 불편하게 보이면 어른이라도 자리 좀 양보해주지..
  너무하네..'

맨 뒷좌석에서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아이의 모습을 바라 보고 있자니
너무도 안쓰러웠습니다.
아이 엄마는 큰 가방을 들고 있는 상황이고..
어린 동생은 형이 버스안에서 다칠새라..
걱정어린 모습으로 형을 보호하는 모습에 마음이 더 아프더군요.

중요한 것은 좌석을 양보하지 않는 아저씨의 모습도 짜증났지만..
그 주위에 앉아 있던 사람들도 다 모른 척 창가만 바라 볼 뿐 무관심했습니다.

 이런 상황을 지켜보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난 용기를 내어 옆 사람에게 양해를 구했답니다.

" 저기요..이자리 저기 서 있는 아이에게 양보하고 싶은데..제 가방 좀..."
" 예..."

한 아주머니 제가 그 아이를 데리고 앉힐 것을 눈치를 채고 흔쾌히 대답을 해 주었습니다.
난 자리에 일어나 몸이 불편한 아이가 있는 곳에 다가갔습니다.
그리고..
그 아이의 엄마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 아줌마.. 저기 뒤에 자리 있거든예.. 아이 저기 앉히세요.."

" 아이고.. 괜찮습니다.."

" 저 조금있다가 내리거든요..어서요.."

아이의 엄마는 미안한 마음인지 처음에는 제말을 거절하다가 주위 눈치를 보더니
불편한 아이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피해가 갈까봐
'고맙다'는 말을 하고는 몸이 불편한 아이를 데리고 뒷좌석으로 갔습니다.

" 00아 여기 앉아라.."- 엄마.

" 여기는 니가..."- 형

" 아니다..형 니가 앉아라.. 어서.."- 동생

" 안해.. 그럼 같이 앉자...." - 형

한 자리를 두고 두 형제 서로 앉으라고 양보를 하는 모습을 보니..
나도 모르게 울~컥 가슴깊이 뭔가가 올라왔습니다.
뭐라고 말로 설명이 안되는 그 무엇..
저 뿐만 아니라 이 광경을 본 뒷좌석에 앉은 사람 몇 명도 갑자기
버스에서 내릴 사람처럼 슬그머니 일어 섰습니다.

 " 와... 자리다..어서 앉자.."

몸이 불편해 보이는 형은 갑자기 몇 개 생긴 자리에 어린 아이처럼 좋아하며
동생에게 앉으라고 하고는 털썩 자리를 잡고 즐거워 했습니다.
동생은 눈치를 보더니 어색하게 자리를 잡고 앉더군요.
그런데...
자리는 3명이 앉을 수 있는 자리였는데..
아이엄마는 그대로 서 있었습니다.
.

이 광경을 본 주변 사람들은 모두 비어 있는 자리에 선뜻 앉지 않았습니다.
( 왠지 저처럼 뭔가 느꼈을것 같은 생각이...)

짧은 시간 버스에서 일어난 두 아이의 행동에 나도 모르게 가슴깊은 감동이
밀려와 하루 내내 그때 느낀 기분을 지을 수 없었습니다.
정말이지 버스안에서의 형제간의 우애가 동화책 속의 한 이야기처럼 느껴지더군요,

병원 진료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 오는내내
아침에 본 두 녀석의 모습이 지워지지 않았습니다.
흔히 볼 수 없는 감동적인 모습을 보았기 때문에...

제 어릴적..
정신지체를 가진 동생이 있는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는 정말 동생을 많이 놀리며, 괴롭혔던 기억이 납니다.
철 없던 어린시절 제 또래의 아이들이 정신지체자였던 동생을 놀리면
동생이면서도 같이 놀렸던 내 친구..
그 친구를 보면서 ' 참..나쁘다! ' 란 생각을 많이 하면서
제 기억으로는 동생을 놀린 그 친구를 정말 싫어했었던 일이 있었지요.

어제 버스안에서 정신지체 형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고,
어린 동생이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형을 돌 봐 줄려고 하는 모습에 많은 감동을 받았답니다.
삭막한 현실 속에서 한 줄기 훈훈한 빛 같은 아름다운 모습 그자체였습니다.
어떠세요..
이런 훈훈한 일들이 우리 주위에서 많이 일어 났음 좋겠죠!.
ㅎ~~.

* 오늘 하루도 기분 좋은 일이 가득한 하루가 되었음 합니다. - 피오나 올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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